하이엔드 오디오가 이렇게까지 고가여야 하는 이유는 몇 가지 없다. 이유를
찾는다면 신소재를 사용한다는 것과 무척 어려운 가공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 소수만을 위한 시장이라는
것 정도 될 것이다.
가끔 컨슘머 시장에 하이파이급 외관을 지닌 제품들이 20~30만원
수준에서 판매되는 것을 보면 기절할 때가 있다. 역시 규모의 경제라는 것은 무시무시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은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 뛰어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미국 A사에 A 블루투스
이어폰의 경우 국내 판매량이 30만대에 이른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월 판매량. 이 제품은 초기에 국내에서 곧장 출시되지 않았으며 물량도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정말 놀라운 것은 태블릿 PC를 구입하기 위해 2년 전쯤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국어 가능한 직원이 있었고 그 이유는 A라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구입하러 오는 한국 손님들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놀라운 일 아닌가?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 저 넓게 하이파이 시장이 커지기 힘든
이유는 갈수록 고가화 되는 이유 이를 통해 악순환이 계속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 외면하는 사람이 많아져
시장은 더욱 작아지고 작아진 시장에서 그들은 기존과 같은 이윤을 얻기 위해 가격을 더욱 올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 몸담고 있지만 정말 안타깝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제 아무리 수퍼 리치라 할지라도 외면할지 모른다. 하이퍼 카와 같은 희소성도 없지만 가격은
하이퍼 카와 맞먹으려 한다.
하이엔드 오디오 컴포넌트 제작은 요리와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재료라도 요리사의 솜씨에 따라 전혀 다른 음식이 되곤 한다. 같은
음식이라도 조리 방법에 따라 향과 맛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같은 재료라도 말이다.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역시 설계자의 능력에 따라 같은 제작비용이더라도 재생음은 천차만별이다. 이건 진리이다. 이것을 설계 효율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피커 설계자들은 30년 전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처럼
장인 정신을 가지고 만들기 보단 얼마만큼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만 몰두하는 듯 하다.
그래서 라인업을 늘리고 재생음의 차등을 어떻게 둘까? 노력하는
듯 하다.
하지만 독일에 헤코라는 브랜드는 다른 듯 하다.
헤코가 국내에서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많은 시장 점유율을 가진 회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브랜드 이미지에 허세를 불어 넣기 보단 꼭 필요한 부분에만 투자를 하고 실용적인 제품 생산에만 힘쓴다. 요즘 세상의 회사 경영과는 다른 방식이다. 제품 개발비 보다 마케팅
비용에 더욱 많은 투자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요즘 기업들의 운영 방식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코는 자신들의 스피커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아줄 이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리뷰에서 기억할 것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헤코 라 디바(La Diva)라는 스피커는 플래그쉽에 해당하는 체급의 스피커이고 훌륭한 레시피로 만들어진 음식과 같이 아주
잘 설계된 스피커라는 것이다. 스피커 설계의 효율성을 따지자면 이 스피커는 110%에 육박하는 느낌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이 효율성을 설명하는 과정 속에서 라 디바의 기술들을 속속들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제 아무리 좋은 재료를 쓰더라도 조리 과정이 잘못되면 그 보다 질이 떨어지는 재료로 만든 음식 보다 맛이
못할 때가 있다. 좋은 재료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조리 경력이 뛰어난 조리사를 만나야 한다.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도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훌륭한 드라이버(트위터, 미드레인지, 우퍼)들이 있다 하더라도 완성도 높은 캐비닛이나 크로스오버 회로가 뒤따라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재생음을 만들어
낸다.
반대의 경우로 드라이버들의 성능이 일반적이더라도 훌륭한 캐비닛과 훌륭한 크로스오버 회로를 만나면 예상을
뛰어 넘는 재생음으로 화답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요즘은 전자 보다 후자에 대한 인식이
더욱 좋아졌다는 것이다.
1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스피커를 선택할 때 상당히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드라이버 스펙만을 보고 스피커를 선택해 왔다.
헤코 라 디바에는 그들이 자랑하는 Fluktus 지오메트리 패널
기술을 기초로 한 2세대 트위터를 탑재하고 있다. 직역하자면
물결 형상의 프론트 패널로 파장이 짧아 회절이 잘 일어나지 않고 상대적으로 확산 범위가 좁은 트위터 재생음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현재 이와 같은 고역 재생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전 세계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의 과제로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트위터 드라이버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캐비닛의 디자인이나 드라이버의 프론트 패널 디자인의 가이드
디자인이 무척 중요한 요소이다.
라 디바에 탑재된 이 2세대 돔 트위터는 30mm 직경에 진동판을 탑재하고 있다. 일반적인 25mm 직경에 트위터에 비해 에너지의 리니어리티는 압도적으로 높다. 이것을
재생음으로 경험했을 땐 고역의 에너지가 팽팽하며 레코드에 녹음되어 있는 전반적인 악기 음들이 더욱 명징하게 느껴진다.
가장 큰 문제는 재생음의 확산 범위가 좁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25mm 트위터가 많이 쓰인다. 에너지의 리니어리티와 확산
범위에 밸런스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역을 2웨이로 분산하는 디자인도
있다. 0.75인치 수퍼 트위터와 2인치 로워 트레블로 나눠
디자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라 디바의 경우 30mm의 1.2인치 트위터를 사용하면서 Fluktus 지오메트리 패널이라는 물결
형상의 디자인을 트위터 드라이버 패널에 삽입하므로써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 내고 있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재생음의 1차적인 어쿠스틱 성질을 결정짓기 때문에 이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라 디바의 특별함은 미드레인지에서도 존재한다. 헤코는 전통적으로
마그넷 회로의 자력을 알니코를 통해서 얻는다. 알니코라는 이름은 알루미늄의 기호 Al, 니켈의 기호 Ni, 코발트의 기호 Co를 뜻하며 이를 합금으로 제작한 자석이다. 알니코와 페라이트 네오디뮴은
저마다의 장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알니코는 여전히 매력적이며 고성능 드라이버에 쓰이는 자석으로 알려져
있으며 헤코는 여기에 대한 이해도가 무척 높다.
라 디바의 미드레인지 재생 능력은 드라이버의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픈 챔버 기술을 통해서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의 피스토닉 성능을 끌어 올렸다.
일반적인 3웨이 스피커는 중역과 저역의 챔버를 격리 시키는 디자인을
채택한다. 첫 번째 이유는 우퍼가 만들어내는 재생음 중에 네거티브 재생음이 미드레인지 콘의 공징점에
절대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며 캐비닛에 많은 볼륨을 차지하지 미드레인지 챔버를 격리 시킴으로써 우퍼를 위한 캐비닛 볼륨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 디바는 캐비닛을 증대시키면서 8인치 더블 우퍼를 수납시킬
수 있는 캐비닛 볼륨을 확보함과 동시에 미드레인지를 위한 거대한 챔버를 확보했다. 이것은 오픈 챔버로써
미드레인지가 피스톤 운동을 할 때 콘이 꽉 막힌 챔버 내에서 공기의 저항으로 와이드 리스폰스 대신 내로우 리스폰스 현상을 겪을 수 밖에 없는 문제를
해결해 준다.
모두가 선택할 수 있는 이 쉬운 디자인을 왜 모든 스피커에 적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위상 출동에 대한 보완책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재생 주파수의 크로스오버
지점 설계가 무척 중요하다. 또한 아주 잘만 설계 한다면 놀라울 정도로 깊은 사운드 스테이지의 심도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할 경우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욱 많을 수 있는 설계라
많은 스피커 메이커가 쉽게 따르지 않는 방식이기도 하다.
라 디바의 체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바로 우퍼 드라이버의 스펙이다.
8인치 더블 우퍼를 채용한 이 시스템은 본격적으로 대형 스피커의 엔트리에 속한다. 키 1미터 30cm에 8인치
더블 우퍼 시스템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지만 무려 8인치 쿼드러플 패시브 라디에이터가 캐비닛의
좌/우에 2발씩 채용되어 있다.
패시브 라디에이터는 독립적으로 자기 회로를 갖추고 있지 않지만 8인치
더블 우퍼가 만들어 내는 저역에 힘에 의해 구동되며 콘의 공진점에 맞춰 서브우퍼와 유사한 주파수 대역을 재생해 낸다.
저음의 효율을 극대화시킴과 동시에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통해 이상적인 저역의 댐핑까지 실현해 내고 있다. 이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통해 라 디바는 무려 17Hz에 이르는 아주
낮은 저역까지 재생할 수 있다.
라 디바는 이 자체만으로도 가성비를 넘어 절대적인 성능에서도 웬만한 회사의 플래그쉽과 비교해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아니 그렇게 평가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2019년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 라 디바가 발표 되었을 때 유심히 들어본 경험이 있는데 헤코는
정말 양심적인 메이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헤코는 라 디바에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도 잊지 않았다.
라 디바의 스피커 터미널을 보면 특이점을 두 개 찾을 수 있다. 고역/중역/저역을 위한 터미널이 총 3계통씩
독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헤코에서 라 디바를 트라이–앰핑으로
울리고 싶은 이가 있다면 그렇게 써라! 라 디바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는 의미로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바이–앰핑까지 대응할 수 있는 스피커는 많지만 트라이–앰핑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리고 고역과 중역의 레벨을 트위터 +2dB 그리고 미드레인지의
경우 -2dB로 조절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마련해 두었다. 리스닝
룸의 어쿠스틱 환경이 좋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인터페이스이다.
끝으로 라 디바는 자신들의 플래그쉽 스피커임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곳곳에 알루미늄 받침대와 댐핑과 데코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위한 금속 파츠들로 치장해 두었다. 합리적인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를 추구하고 오래도록 레코드에 기록된 모든 재생음을 유감 없이 꺼내보고 싶다면 라 디바를 수입사를 통해 청음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수입원 – (주)다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