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오디오에서 디지털 소스기기와 프리 앰프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그 이유는 조언을 받는 입장에서 아무리 설명을 해도 선뜻 큰 돈을 들여서 고가의 프리 앰프나 디지털 소스기기를
구입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정도 금액이라면 스피커나 파워 앰프를 업그레이드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스피커 체급을 올리면 누구나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재생음의 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스피커 디자인의 만족감에 따라 도입한지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 알파의 플라시보 효과도 생긴다.
하지만 디지털 소스 기기는 디지털이라는 단어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수긍하지 못한다. 0과 1은 절대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재생음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거지? 쉽게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그리고 0과 1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과 디지털에서 신호의 왜곡이 일어나는 것을 경험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단지 디자인의
차이 그리고 이 또한 플라시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최종적으로 디지털에서 디지털로 출력된다면 맞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하이파이 시스템을 통한 레코드 재생에 최종 목적지는 아날로그이다.
수 많은 음의 데이터가 0과 1로 이루어져 있지만
여기에 노이즈가 없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신호의 궁극적인 목적은 0과
1 사이에 무수히 많은 데이터가 존재하는 아날로그에서 신호 판독은 환경적인 요인에 따라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부호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컴퓨터의 신호 처리 과정에서 데이터라고 할 수 있는 신호를 오실로스코프로 측정해 보면 파형은 큰 틀에선
같은 모양이지만 실제 모양은 제각각이다. 어떤 파형이 좀 더 깨끗하고 어떤 파형이 좀 더 지저분한지
눈으로 확연히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데이터가 변하진 않는다.
<XP-22의 후면 사진. 다양한 입력 지원과 더불어 언밸런스 2조 + 밸런스 1조 출력이 가능하다>
하지만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이것이 재생음으로 표현이 된다. 0과
1사이에 무수히 많은 데이터가 존재하는데 디지털 레벨에선 신호 판독에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이지만 스피커에선
진동판을 움직이게 만드는 소리 성분이 된다.
디지털 신호나 아날로그 신호 모두 전자에 의해 전송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프리 앰프는 왜 중요할까? 프리 앰프의 기능성은 딱
두 가지이다. 볼륨 조절과 셀렉터 기능이다. 그런데 이 때문에
수백 만원에서 수천 만원을 쓰라면 미친 짓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 또한 아주 오래 전에 이 비용을
아끼고자 패시브 프리 앰프를 도입한 적이 있다.
어차피 디지털 소스 기기 하나 사용할 테니 셀렉터는 필요 없고 아주 높은 신뢰도를 가진 볼륨만 가지고 쓰면
되지!
재생음은 아주 깨끗하지만 맥을 못 추는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균형 잡힌 소리는 아니었다. 난 여기에 아주 커다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도대체 프리 앰프가
하는 일이 무엇이길래..?
프리 앰프의 구조는 간단하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복잡하게 보이는
이유는 아주 복잡한 회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전원부 분리형까지 존재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복잡해 보이는 걸까? 그리고 이렇게 단순한 기능만을
수행하면서 왜 이렇게 비싸야만 하는 것일까? 답은 프리 앰프의 구조를 이해하게 되면 그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
프리 앰프는 아주 몹쓸 물건이다. 아니 정확히 하이파이 오디오
구조가 아주 바보 같은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왜냐고? 그
누구도 바꾸려고 하지 않았으니까…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이후에 스피커의 발음 방식은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프리 앰프가 몹쓸 물건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디지털 소스 기기에서 출력한 아날로그 신호를 소수점대의 전압으로
다시 감압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볼륨 회로가 담당한다. 볼륨
회로라고 설명했지만 무수히 많은 저항 값으로 설계된 저항 덩어리들이다.
감압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신호를 날린다는 것이다. 여기서 무척
많은 손실이 일어난다.
<XP-22의 메인 박스인 증폭 회로부 사진이다. 오직 음질만을 위해 설계된 정말 대단한 회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적으로 셀렉터 없이 높은 신뢰도를 가진 볼륨만 거치게 만드는 패시브 프리 앰프에선 맥
없는 재생음이 나오는 것이다. 웃기게도 여기서 발생한 문제를 프리 앰프에서 다시 증폭하여 살려내려 한다.
이게 바로 프리 앰프가 갖추고 있는 증폭 회로이다. 문젠 99% 이상의 프리 앰프는 이 증폭 회로의 증폭 값을 고정시킨다는 것이다. 정말
극소수의 프리 앰프가 가변 형태로 설정 가능한데 완성도는 정말 떨어진다. 결국 딱 한 가지 증폭률을
선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손실이 크게 일어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줄이는 노력을 프리 앰프에서 메이커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개발비용에 따른 제품 가격은 무척 높다.
또한 제 아무리 뛰어난 프리 앰프라 할지라도 낮은 볼륨에서 막대한 재생음의 손실은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다.
그래서 볼륨의 커브 특성이 아주 중요하다.
미국 패스 랩스의 XP-22 프리 앰프 리뷰를 위해 이만큼의
설명이 필요했다. 만약 내가 프리 앰프에 대해서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엄청난 지면을 필요로
할 것이고 그걸 정리하는 데만 엄청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패스 랩스의 XP-22은 디자인상으로 보면 XP-20의 마이너 업데이트 모델처럼 보인다. 하지만 풀 체인지 모델이다. 하지만 왜 숫자만 판 올림이 된 것일까? 패스 랩스의 프리 앰프는
총 3가지 모델로 구성돼 있다. 일체형, 전원부 분리형, 전원부 분리 및 좌/우 채널 분리형. 이렇게 세 가지나 된다.
이 제품들을 구분 짓는 숫자가 1과 2와 3이며 이들 모델에 숫자 2가
공통적으로 붙는 것은 이들 프리 앰프의 두 번째 버전이라는 의미이다.
이중 가장 많은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은 XP-12와 XP-22이다. XP-12는 전원부 일체형 프리 앰프로써 정말 합리적인
가격을 갖추고 있으며 XP-22 역시 전원부 분리형 프리 앰프로써 무척 합리적인 가격을 갖추고 있다.
<XP-22의 전원부, 정확하게 좌/우 독립된 전원부 회로를 갖추고 있다. XP-22의 경쟁상대는 그 누구도 이런 물량 투입 및 설계를 보여주진 못한다>
프리 앰프 투자에 여유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XP-22에
눈길을 둘 것이다. 왜냐면 1,500만원대에 전원부 분리형
프리 앰프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XP-22은 XP-12를
베이스로 회로를 설계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XP-12나 XP-22 모두
패스 랩스의 레퍼런스 프리 앰프인 XS 프리의 설계 사상을 가지고 온 것이다.
XS 프리는 전원부 분리형으로 압도적인 전원부를 갖추고 있는
레퍼런스 프리 앰프이다. 자~ 그렇다면 억지로 끼워 맞추면
XP-22가 XS 프리 앰프의 설계 사상을 계승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닮은 건 전원부 분리형이라는 것뿐이다.
패스 랩스의 프리 앰프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볼륨 회로에 있다. 모노럴
디자인으로 구성된 볼륨 회로이다. 즉,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볼륨 회로라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좌/우 분리도가
아주 뛰어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려움도 존재한다. 하이파이 시스템을 흔히 스테레오 사운드
시스템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2채널로 녹음된 스테레오 사운드를 재생하는 오디오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좌/우 채널의 시간차와 위상차를 이용해 재생음을 만드는데 좌/우 출력 레벨이 완전히 같아야 한다.
물론 여기선 프리 앰프 외에도 많은 왜곡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소스 기기에서부터 파워 앰프. 심지어 스피커까지 좌/우가
출력 레벨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이엔드 오디오가 가진 의미는 이런 오류를 줄임으로써 기록된 재생음을
왜곡하지 않고 출력하는데 있다.
XP-22은 이 어려운 좌/우의
편차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신뢰도가 아주 뛰어난 고직접 볼륨 회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 볼륨 회로의 커브 값은 현존하는 어떤 프리 앰프보다 이상적이다. 정말 이상적이며 이는 넬슨 패스가 반평생 이상을 하이엔드 오디오를 위해 살아오면서 얻은 경험이 녹여져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XP-12나 XP-22
사용자들은 프리 앰프가 볼륨을 상당히 먹는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가장 이상적인 볼륨 커브 값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이 볼륨 회로는 낮은 볼륨에서 신호의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 볼륨의 커브 값은 어떠한 프리 앰프보다 자연스럽게 재생음이 증가하며 최대 출력 구간에선 엄청난 출력
능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에 볼륨을 좀 더 많이 먹는다고 해서 걱정할 일은 하나도 없다.
<XP-20은 IEEE-1284 인터페이스와 산업용 케이블을 DC 전원 전송을 위해 썼다. 이거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망친 것이다. 하지만 XP-22은 보잉 787에 사용되는 접결력이 아주 우수한 사진 속 단자와 하이파이 그레이드 케이블을 통해 음질을 크게 향상 시켜냈다>
패스 앰프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인 증폭 회로의 경우도 듀얼 모노 디자인으로 갖춰져 있다. 하지만 이건 증폭 회로에 전원을 공급하는 전원부 이야기일 뿐 증폭 회로 역시 도터 보드 형식으로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XP-12와 성능 차이를 위해 증폭률이 9.3dB에서 9.6dB로 소폭 증가시켜 놓았다. 0.3dB의 차이이지만 체감 성능은 상당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 외에 XP-12와 차이는 전원부 분리형으로써 전원부 회로가
별도의 박스에 수납되어 있다. 노이즈 간섭으로부터 증폭 회로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재생음의 차이는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이지만 전원 공급이 좌/우 독립적으로 공급되며 이를 위한 트랜스포머도 물리적으로
독립되어 두 개가 쓰인다.
그리고 전원을 증폭 회로 본체에 공급하기 위한 DC 커넥터와
케이블도 XP-20에 사용 되었던 IEEE-1284 인터페이스에
비해 압도적으로 개선 되었다. 보잉사가 개발한 787 비행기에
사용되는 저항 값이 압도적으로 낮은 커넥터가 사용되었으며 케이블의 품질도 드디어 하이파이 그레이드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여기에 증폭 회로 본체 역시 증포 회로만을 담고 있기 때문에 보다 넉넉한 공간을 가질 수 있다. 이 공간을 볼륨 회로와 증폭 회로에 공급하기 위한 보다 넉넉하고 정교한 전원부로 채우고 있어 재생음의 순도가
급상승 할 수 밖에 없다.
XP-22 프리 앰프는 김혜자 선생님이 울고 갈 정도로 아주
뛰어난 프리 앰프이다.
재생음의 기본적인 성향은 압도적인 재생음의 순도와 이를 바탕으로 한 아주 명징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제공한다. 재생음의 밀도는 반죽이 아주 찰지게 되었다고 느낄 만큼 견고하지만 전원부 회로에 예열이 끝나면서부터 고역이
피어오르며 레코드에 근거한 배음이 살아 숨쉬기 시작한다.
요염하거나 음 끝이 소스라치게 가늘게 치솟는 타입은 아니지만 오디오적 쾌감을 내재한 중립적인 타입이다. 음의 두께감이나 저음의 양감, 배음의 표현 모두 있는 그대로를 표현한다. 그리고 파워 앰프와의 매칭의 폭이 넓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패스 랩스의 XP-22을 극찬하고 싶은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 붙는 다이나믹스이다. 프리 앰프로써 반드시 갖춰야 할 덕은 이 다이나믹스에 있는데 음이 폭이 넓고
깊은 자연스러운 거대한 강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다.
이것은 단순히 뛰어난 S/N비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리뷰를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은 감히 동 가격대에 XP-22 프리
앰프보다 더 뛰어난 제품은 없다고 설명하고 싶다.
수입원 – (주)사운드솔루션
http://sscom.com/hifi_brand.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