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을 꾸리다 보면 입문자와 중급자, 그리고
숙련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들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이엔드 오디오에 정답은 없다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경험이 뒷받침 된다면 정답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국가마다 유명세를 가진 리뷰어들을 만난 경험이 있다. 그들과
가끔 교류를 나누고 또 만남의 약속을 통해 다시 재회할 때도 있다.
재미난 사건은 특정 메이커의 제품의 판매량이 상당히 높은 나라의 리뷰어에게 당신 그 회사 제품을 상당히
좋아하지 않냐? 라고 물었었는데 그 회사 이름의 첫음을 이야기하면서 “아…. 아… 쓰으으으… 아…” 라고 얼버부리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그가 몇 개월 전 매거진에 리뷰했던 스피커에 대한 리스닝 경험이 없어 재생음의 완성도에 대해 물었더니
그가 한 이야기는 저음이 너무 많아서 톤 컨트롤러로 2단계 정도 줄여야 그나마 들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이것은 오프 더 레코드가 되어야 하는 이야기이지만 하이엔드 오디오의 뒷 이야기는 엄청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것은 작년 미국에서 만난 로버트 할리도 마찬가지였다. 리뷰를
작성한다는 것과 오디오파일 자신의 취향은 다르게 작용하는 것이다. 그를 만났을 때 그가 새롭게 이사하는
곳에 만들고 있는 리스닝 룸과 어쿠스틱 트리트먼트의 소재 그리고 레조넌스 특성등을 모두 내게 보여주었고 그의 리스닝 룸이 완성 되는대로 내가 방문하길
희망하였다.
그리고 매거진이든 온라인에서든 그가 사용하는 레퍼런스 시스템을 내게 실제로 보여주었는데 우린 바이–앰핑이라는 구동 방식을 운영하는 공통점이 있었기에 생각 외로 빨리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들에게 시스템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들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을 것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시스템의 총체적인 밸런스를 중시하며 퍼즐을 맞춰가는 기분으로 시스템의 재생음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들과 나에겐 무엇을 만들어 갈 때 가장 민감하게 작용되는 것은 무엇이 문제인가이다.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나올 때 무엇이 문제로 작용하는지 생각하고 찾아내는 것이다.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다.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컴포넌트를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프리 앰프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프리 앰프가 가장 중요할까? 정답은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프리 앰프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완성도가 높은 프리 앰프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나 조차도 현재 사용중인 프리 앰프를 햇수로 4년째
쓰고 있다. 대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 훌륭한 프리
앰프임은 분명하지만 교체하기엔 마땅한 프리 앰프가 없기 때문에 현재에 머물러 있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프리 앰프의 기능성은 볼륨과 셀렉터뿐이다. 프리 앰프의 회로는
볼륨과 증폭 회로 뿐으로 프리 앰프가 그렇게 고가일 이유가 없지만 시스템 구성에서 가장 민감하게 작용하는 만큼 파워 앰프와 가격이 같은 경우를
여럿 보아 왔다.
그런 면에선 최근 하이엔드 오디오는 요즘 집값을 보는 것 같다.
오디오의 신호 체계는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간단하다. 진짜 재미난
것은 소스 기기에서 출력하는 음악 신호는 무척 작은데 이것이 파워 앰프로 곧장 입력되면 파워 앰프는 물론이며 스피커도 버티지 못할 만큼 엄청나게
큰 음압으로 나온다.
그래서 프리 앰프라는 것이 필요하며 볼륨 회로가 우리가 가정에서 적절한 음량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작은 신호로 감압해 준다.
문제는 “감압”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음악 신호를 날려버릴 수 밖에 없다. 프리
앰프에서 음질을 결정 짓는 것은 증폭 회로인데 이 증폭 회로는 DAC의 아날로그 증폭부나 파워 앰프의
입력 증폭부와 유사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것은 볼륨이라는 감압 회로를 통해 아주 작아진 음악 신호가 증폭 회로를 거치며 다시 한번 증폭
된다는 것이다. 음악 신호가 작은 만큼 프리 앰프의 증폭 회로가 미숙할 경우 노이즈와 함께 뒤섞여 디테일이
망가지거나 차라리 증폭 회로를 없애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재생음이 나오기도 한다.
또한 프리 앰프는 증폭률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거의 대부분 이것이 고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힘이 좋은 프리 앰프라는 평 또는 힘이 좋은 프리 앰프라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증폭률이 상대적으로 낮으면 노이즈도 그만큼 적기 때문에 디테일이 좋지만 시스템을 구동한다고
할만큼 뛰어난 힘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
하지만 증폭률이 상대적으로 높으면 노이즈 문제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워지며 대신 음의 골격이나 힘이 좋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얼티밋 프리 앰프를 제작하는 곳에선 +18dB 이상의
증폭률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딱 두 가지 회로가 탑재되어 있는 프리 앰프에서 두 가지 모두가 중요하다.
볼륨 회로의 경우엔 스테레오를 구성하는 2채널 구성에 맞춰 좌/우 입력 신호 모두를 감압하게 된다. 볼륨 방식은 크게 IC 방식과 PCB에 수 많은 저항을 박아놓고 릴레이를 통해 조합하여
음악 신호를 감압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볼륨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좌/우 채널의 분리도와
출력의 정밀도이며 볼륨 회로 내부 저항이 크냐 작냐의 문제다. 앞서 언급한대로 일반적인 볼륨은 낮은
볼륨에서 신호 손실이 가장 클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물리적인 감압에 의한 것이지만 회로 자체의 내부
저항이 크지 않다면 신호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패스 랩스의 XP-12 프리 앰프에는 아주 정교한 모듈러 방식의
볼륨 회로를 탑재하고 있다.
정말 멋진 것은 이 볼륨 모듈이 좌/우가 완전하게 독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섀시 내부에서 물리적으로 격리만 시킬 수 있다면 모노 블록 프리 앰프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스마트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XP-12를 높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볼륨의 구간
커브이다. 볼륨 커브 방식은 흔히 A 커브 방식과 B 커브 방식으로 나뉘는데 XP-12 프리 앰프는 일반적인 프리 앰프에
비해 훨씬 정교한 커브 값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낮은 볼륨 구간에서 극한의 세분화를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프리 앰프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를 통해 청감적으로 가장 리니어한 볼륨 커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볼륨 모듈을 개발해낸 패스 랩스를 향해 역시 패스 랩스라는 찬사를 띄울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증폭 회로의 경우도 가장 이상적인 시그널 경로를 가지고 있다.
XP-12의 증폭부는 무척 짧은 증폭 경로를 가지고 있다. 이상적인 프리 앰프 조건에 대해 2000년 초에 논쟁이 된 적이
있다. 이것은 한국에서가 아니라 해외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당시
가장 잘 나가던 메이커로써는 제프 롤랜드와 마드리갈 산하의 마크 레빈슨을 꼽을 수 있는데 제프 롤랜드는 극단적으로 짧은 신호 경로를 추구하는 회사이며
마드리갈 산하의 마크 레빈슨은 정 반대의 길을 걸어가는 회사였다.
결론은 어떨까? 여기에 대한 명확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최근 하이엔드 프리 앰프들은 극단적으로 짧은 회로 경로를 갖는다는 점에서 제프 롤랜드가 선견 지명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XP-12는 굉장히 순도 높은 재생음을 제공한다. 하지만 XP-12에서 극찬하고 싶은 것은 바로 증폭률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표준처럼 사용되어 오던 증폭률은 +12dB와 +18dB 그리고 간혹 +24dB이다.
개인적으로 +24dB는 마케팅적인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과도할 정도로 힘을 바탕으로 한 프리 앰프의 과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코 음악적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재생음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프리 앰프를 선택할 때 +18dB도 피하는 편이다.
리뷰를 통해 한 가지 정보를 더 알리자면 음악성이 아주 좋기로 유명한 프리 앰프는 +0dB의 증폭률을 가지고 있다. 어떤 제품인지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XP-12의 증폭 회로는 9.3dB의
증폭률을 갖추고 있다. 이는 철저하게 밸런스를 맞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음악성과 힘을 청감적으로 맞춰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수치이다. 9dB도
아닌 9.5dB도 아닌 9.3dB이다. 여기엔 증폭 회로의 스피드를 키우기 위한 의도도 숨어 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프리 앰프는 크게 두 가지 회로라 나눌 수 있는데 볼륨은 낮은 저항 구조를 증폭 회로는 스피드가 중요하다.
XP-12를 자택에서 청음하는 내내 생각하게 만든 것은 패스
랩스가 프리 앰프 잘 만드는 회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프리 앰프는 음악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착색 없으며 좌/우 밸런스가 편차가 0에 가까울수록 좋다.
9.3dB의 증폭률을 가졌다고 XP-12가 프리 앰프로써 음악성만 좋다고 절대 평가할 수 없다.
압도적인 전원부 회로의 능력을 통해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존재감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것은 4년 전 패스 랩스가 새롭게 영입한 엔지니어 덕분이다. 프리 앰프의 디자인은 넬슨 패스의 영역이라기 보단 넬슨 패스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웨인 콜번의 몫이였다.
그의 회로 디자인 능력은 XP-10, XP-20, XP-30, XS Pre를
통해 잘 나타났지만 완성도라는 측면에선 안타까운 부분이 많았다.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의 품질. XP-20 이상의 모델에서 가장 어이 없는 실수라고 여겨진 부분이 바로 DC
커넥터와 케이블이었다.
IEEE-1284 인터페이스와 케이블을 사용한 것은 패스 랩스의
가장 큰 실수라고 직접 이야기한 적도 있다. 다행이었던 것은 XP-22
출시 후의 쓴 소리였기 때문에 삭막한 분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XP-12는 XP-10에서
음질 열화로 이어질 수 있는 부품과 인터페이스를 모두 밀어내고 새롭게 디자인했다. 이것이 기막힌 음의
순도로 재탄생했다는 것은 듣고 있는 내내 어이 없는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또한 완전히 새로운 기술로 완성시킨 더블 쉴드 디자인의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는 음의 분위기에 생기와 힘을
불어넣는 원천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전 세계에서 절대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HPA-1에도 적용되어 있다. 하지만 XP-12엔 보다 대용량으로 설계 되었다는 점에서 한 차원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XP-12를 진정한 하이엔드 프리 앰프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전원부로부터 가장 이상적인 신호 경로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동급 어떤 프리 앰프와
비교해도 우위를 점할 만큼 기술과 레이아웃을 갖춘 프리 앰프이다.
수입원 – (주)사운드솔루션
http://www.sscom.com/hifi_brand.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