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티밋 오디오를 추구하고 있다 보니 종종 운영자는 엔트리 하이파이나 중간 가격대에 하이파이 컴포넌트에 대해
잘 모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뭐, 나라고
하이파이 오디오에 모든 제품들에 대해 알지는 못하니까… 하지만 특별히 관심을 갖는 제품들이 있다. 여기엔 영국에 C사도 포함되어 있는데 독일엔 HECO(이하 헤코)도 있다.
헤코라는 회사의 소개는 http://www.hifi.co.kr/1248395 링크를
클릭하면 자세히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헤코의 기술을 대변하는 산드로 피셔를 2019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 만나 인터뷰를 나눈 후 헤코의 좀처럼 설명되지 않던 얼티밋 스펙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인 하이파이 오디오이다. 물론 하이엔드 오디오를
표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값이 꽤 나가는 하이엔드 오디오 컴포넌트는 아반떼 한 대 가격에 육박하기도 하며 어떤 스피커의 경우
부가티 치론에 절반 가격에 육박하기도 한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물론 규모의 경제에 따라 가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헤코는 작은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아닌 레코드 음악을 즐기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하이파이
컴포넌트를 제작하고 있다. 헤코의 제품은 언제나 스펙으로 먼저 마주하게 된다. 어떻게 생각하면 스펙을 먼저 보게 되는 재미가 생겼다고나 할까?
웬만한 하이파이 스피커 메이커들이 엄두도 못 내는 컨셉에 스피커를 제작한다. 그리고 스펙을 들여다 보면 광대역을 지향한다.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컨셉과 스펙만 놓고 보면 최소 3배에서 4배에 이르는 가격표를 달아도 이상할 것이 없다. 물론 캐비닛의 소재
정도는 조금 개량되어야겠지만 말이다.
헤코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들은 지루해 보이는 스피커를 제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다양한 컨셉에 스피커 디자인을 통해 보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오디오파일들을 공략한다. 사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몇 개의 라인업을 두고 작은 캐비닛에 작은 우퍼를 담거나 캐비닛과 우퍼 사이즈를 늘려
상위 기종과 하위 기종으로 나누지만 헤코는 정말 다양한 디자인의 스피커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도 정말 매력적이다. 오늘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DIREKT(이하 다이렉트)라는 스피커의 유럽 현지 가격은
3,000유로 초반에 결정되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수입사인 다비앙이라는 곳에 인스톨 신뢰도도 하이파이 오디오에 입문하려는 이들에게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정말 많은 직원들에 의해 분업이 잘 되어 있고 고객
지원도 확실한 편이다.
다이렉트에 커다란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이 스피커가 2웨이 플로어
스탠드형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다이렉트만에 아주 커다란 매력이 존재한다. 이 스피커는 무척 넓은 배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재생음의 회절 문제로 캐비닛 디자인을 슬림하게 마무리 하는 것이 추세이다. 파장이 짧아 회절이 일어나지 못하고 배플에 직접적인 재생음의 복사가 일어나는 고역의 경우 넓은 배플 디자인은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다.
물론 재생음에 치명적인 결함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특정 장르 레코드 앨범 재생에 이러한 왜곡이 엄청난
시너지를 가져다 주는 경우도 많다. 이를테면 락이나 메탈 음악과 같이 디스토션은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그런 디스토션이 짜릿함을 가져다 주는 경우 말이다.
이것을 튠닝으로 재생음을 다듬을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고역이 소극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헤코가 몰랐을리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역시 헤코는
실력 있는 스피커 메이커였다.
중고역에 직접적인 재생음의 복사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트위터 모듈의 디자인을 숏–혼으로 완성시켰다. 이 디자인이 갖는 특성은 트위터 드라이버가 재생하는
지향 범위를 디자인에 의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트위터의 능률을 크게 끌어 올릴 수 있다.
이를 통해 헤코 다이렉트는 95dB라는 말도 안 되는 능률을
실현한다. 앰프의 출력 부하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일반적인 스피커가 가지고 있는 능률에 1/5 수준만 갖추고 있으면 된다. 사실 스피커의 능률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저음인데 다이렉트는 일반적인 2웨이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와 크게 다르게 11인치 미드/우퍼를 사용한다. 이조차
도저히 믿기 힘든 사실이지만 물리적인 것으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에 더욱 놀라웠다.
11인치 미드/우퍼의
마그넷 회로와 트위터 마그넷 회로 + 숏–혼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스펙인 것이다.
아무튼 1.2인치 트위터의 중고역 재생에 있어 다이렉트는 불필요한
재생음의 복사를 최소화 시키며 숏–혼 디자인을 통해 중고역을 보다 이상적으로 다듬어내고 있다. 물론 혼 자체가 중고역에 강한 직선성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이는 튜닝 작업을 통해 얼마든지 이상적인 재생음으로
마무리 할 수 있다.
다이렉트가 갖는 또 하나의 강점은 넓은 배플 디자인을 통한 캐비닛의 용적 확보이다. 키는 90cm(스피커의 전체 높이는 1미터이다)로 그리 크지 않지만 폭이 무려 44cm에 이르기 때문에 확보할 수 있는 캐비닛 용적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11인치 미드/우퍼를 탑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어색하지 않는가? 11인치 우퍼도 아닌 미드/우퍼라니…
이 11인치 미드/우퍼는
95dB에 이르는 능률을 실현하면서도 저역은 25Hz까지
재생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 세계 어떤 스피커의 스펙을 확인해도 이와 같은 숫자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헤코는 정말 미스터리한 메이커라고 받아들여 지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산드로
피셔는 가벼운 웃음기 있는 표정으로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쉽게 설명해 준다.
중요한 것은 1.2인치 트위터와 11인치 미드/우퍼가 청감적으로 연결이 가능하냐는 최대의 미제가 남는다. 사실 이 시리즈에 최상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다이렉트 드라이클랑의 경우 15인치
우퍼를 탑재하고 있지만 8인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주파수 연결에 있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하지만 1.2인치
트위터와 11인치 드라이버의 연결은 좀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물리의 법칙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이렉트는 11인치 미드/우퍼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설계해 두었다. 우선 빠른 반응을 얻기
위해 하드–페이퍼 종류의 가볍고 견고한 콘을 사용하고 있으며 배압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에 듀얼 머플러를
연상시키는 상당히 큰 직경에 덕트를 마련했다.
중역의 반응을 높이기 위해 저역 컨트롤은 어떻게 하겠다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디자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포인트의
금속 스피커 지지대를 설치하여 자연스러운 다운파이어링과 동시에 균형 좋은 저역의 양감을 얻어내고 있다.
실제 재생음의 품질만 좋다면 이상적인 디자인이라고 할만하다. 사실
이와 같은 다운파이어링 디자인도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메이커에서나 도전할법한 디자인이다. 결과가 디자인에
따른 결과가 참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역 과다에 의한 부밍 때문이다. 하지만 다이렉트의 저역은 무척 자연스러웠다. 전체적으로 고능률에
맞춰 디자인 되었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그렇다면 다이렉트에서 가장 이상적인 재생음을 얻을 수 있는 포인트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중역에 있다. 고역과 저역의 청감상 연결에 대해 의문점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11인치 콘에서 얻어지는 중역은 일반적인 2웨이
스피커나 3웨이 스피커에서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남긴다.
예를 들면 콘 면적에 한계로 인해 특정 보컬의 배음이 위쪽으로는 표현이 어렵겠지만 아래쪽 배음은 그만큼
울림이 진하고 그윽해 진다는 것이다. 보다 두터운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며 보다 농밀한 보컬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디자인적 시도가 끊임 없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이와 같은 디자인의 스피커에 목이 마른 오디오파일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나는 다이렉트를 청음할 때 이 부분에 대해 깊게 느낄 수 있는 레코드 앨범을 선택하고 꿰뚫어 보려고 노력했다. 첫 음 재생이 시작되자마자 놀라웠던 것은 다이렉트 스피커의 생김새와 다르게 무척 자연스러운 재생음으로 흘러
나왔다는 것이다.
스피커 디자인을 보고 처음 예상했던 이미지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더
웃긴 것은 넓은 배플 디자인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운드 스테이지가 상당히 넓게 펼쳐졌다는 것이다. 카메라에
오토 포커스로 정확하게 핀이 맞은 듯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포커싱도 사운드 스테이지 범위 내에서 은근한 존재감을 드러내 주었다.
내 예상이 가장 빗나갔던 부분은 중고역 재생이었다. 고역이 초롱초롱하게
반짝이는 스타일이다. 숏–혼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고역의
성향은 날카롭지 않고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느껴졌다.
고능률을 지향하는 스피커임에도 불구하고 저역의 양감은 상당하다. 이것이
95dB의 능률을 가진 스피커의 저역이 아니라는 생각과 흔히 90dB
부근의 스피커가 재생하는 듯한 양감과 응답 능력을 갖추고 있어 이 역시 나의 예상을 빗나가고 말았다.
물론 11인치 미드/우퍼에서 귀가 좋은 이들이라면
페이퍼 콘에서 느낄 수 있는 이질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절대 문제 삼을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장 기유 오르간 연주, 에도 데 바르트가 지휘하는 Saint-Saens의 교향곡 3번 오르간중 마에스트로 알레그로를
재생해 보았다. 사실 다이렉트 스피커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에 선택한 트랙이었다. 이 곡은 윌슨 오디오가 WAMM MC의 데뷔를 알릴 때 배경 음악으로
삽입한 곡으로써 저역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한다.
사실 다이렉트는 가격대에 맞는 컴포넌트로 구성해 리뷰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 스피커의 능력을 100% 뽑아내기 어려운 시스템 구성이었지만 저역의 양감 깊이감에서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저역 재생 능력을 실험하기 위해 테스트한 트랙이었지만 엉뚱하게도 고역 재생 능력에 높을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고역 재생 능력은 수 많은 레코드 앨범을 재생하면 할수록 호감이 늘어나게 됐는데 피아노 재생에서나
바이올린 그리고 비올라 같은 현악 재생에서 현대 스피커를 아주 잘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이 스피커의 유일한 단점은 특정 레코드 앨범 재생시 중역에서 살짝 어둡거나 그레인이 느껴진다는 정도였다. 1.2인치 트위터와 11인치 우퍼의 물리적인 한계를 메커니컬 커브
특성이나 패시브 크로스오버 디자인으로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 수 없지만 다이렉트라는 결과물만 놓고 보면 대단한 결과물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인테리어 구성에 존재감이 분명하고 예산 범위 내에 스케일이 돋보이며 고역의 광채가 돋보이는 스피커를 구입하길
원한다면 좁은 선택지에서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스피커라고 판단된다.
수입원 – (주)다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