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O.KR를 운영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될 때는 하이파이나
하이엔드 오디오에 입문하려는 이들을 만나게 될 때이다. 물론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짜증을 느끼게
만드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생기고 있다.
내가 이들과의 만남에서 흥미를 느끼는 것은 누구나 하이엔드 오디오에 입문하면서 한번쯤 겪는 서툰 생각 때문이다. 하이엔드 오디오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은 시스템 구성중 스피커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두려는 경향이 있다.
실제 레코드를 재생해내는 곳이 바로 스피커이기 때문이며 저음의 깊이 그리고 표현 가능한 스케일의 범위도
스피커의 체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장 돈을 쓰기 아까운 컴포넌트가 소스기기와 프리 앰프라고
이야기 한다.
나는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작은 미소로 화답하기도 하는데 사실 나 역시도 하이엔드 오디오 입문
과정에서 이러한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미소를 짓게 되는 것이다. 마치 모든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할 때와 아빠, 엄마를 외치는 순간처럼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소스기기의 경우 절반은 디지털 신호로 처리되는지라 정말 소리가 바뀌느냐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이것은 USB 오디오 케이블의 품질에 따라 재생음이 바뀌는 것이
말이 되냐는 논란을 낳았다. 하지만 거의 모든 오디오파일이 케이블 등급에 따라 재생음의 품질 차이를
느끼고 하이엔드 오디오 USB 케이블은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인지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소스기기의 경우 상대적으로 하이엔드 컴포넌트의 존재 이유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또한 하이엔드 디지털 오디오 소스기기를 제작하는 메이커들이 자사의 제품이
왜 더욱 좋은 재생음을 만들어 내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들을 표현하고 있어 이러한 거부감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프리 앰프의 경우 다르다. 프리 앰프의 경우
많은 회사가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내세우는 스펙이 다른 회사에 비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보통
오디오파일들도 잘 알 수 없는 수치만 나와있다. 물론 스펙의 숫자가 좋은 의미를 가지던 좋지 않은 의미를
가지던 소리의 품질을 절대적으로 나타내주지 못한다.
흔히 프리 앰프의 스펙에서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항목 하나가 있는데 바로 Pure Class A 증폭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소스기기나
프리 앰프의 경우 전력 소모가 크지 않아 거의 100%의 제품의 아웃풋 스테이지는 Pure Class A 증폭 방식에 의해 처리 된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스펙이다.
이를 테면 세단 광고에 자동차 타이어 4개 장착, 이런 경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Symetrical 디자인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또한 파워 앰프의 인풋 스테이지나 프리 앰프의 증폭 회로에서 98% 이상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울트라 로우 노이즈라는 표기도 어찌 보면 주관적인 것이다.
그래서 프리 앰프에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지 못하고 프리 앰프는 그저 그런 컴포넌트라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한 왜 프리 앰프가 수천 만원대를 호가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오디오 경력이 그렇기 적지 않은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의 전체 흐름을 보면 프리 앰프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소스기기에서 출력되는 아날로그 신호는 4Vrms에
지나지 않지만 이 전압이 파워 앰프에 입력되면 엄청난 크기의 음압에 의해 스피커가 손상되기도 하며 파워 앰프 회로가 타버릴 수도 있다.
프리 앰프는 크게 두 가지 역할을 갖추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볼륨 감압이다. 4Vrms에 이르는 음악 신호를 파워 앰프에 입력하기엔 아주 큰 수치이기 때문에 프리 앰프의 볼륨 회로를 통해
감압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데 바로 엄청난 음악 신호의 손실이다.
오늘 리뷰 대상인 CH 프리시즌의 L1과 같은 프리 앰프가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주 조용한 저녁
작은 볼륨으로 음악을 듣기 위해선 더욱 큰 감압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이 작업을 소리를 줄이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실제 전기적 상황에선 신호의 손실을 일으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작은 볼륨에서 음악의 아날로그 신호가 가장 많은 손실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 많은 방식의 회로가 등장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R-2R 래더 방식과 션트 방식이다. 이
둘의 회로 방식은 장/단점이 존재한다.
최근 래더 방식의 회로가 각광받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회로 방식은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회로의 생김새가 사다리와 닮았다고 해서 사용된 이름이다. 래더
방식이라 무조건 좋은 방식이 아닌 회로를 어떤 식으로 펼쳤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또한 자세하게 들어가자면 래더 방식도 어떻게 구동하느냐에 따라 회로의 품질이 크게 달라진다. CH 프리시즌의 L1 프리 앰프는 20비트 방식의 R-2R 래더 회로를 통해 볼륨 감압을 유도한다. 최대 118dB에 이르는 볼륨 범위를 0.5dB 단위로 조절하며 최대 -100dB에서 최대 +18dB 감압과 증폭을 일으킬 수 있는 프리 앰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볼륨에서의 재생음 품질이 아닌 작은 볼륨에서의 재생음 품질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감압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는 신호의 손실뿐 아니라 좌측의 출력 레벨과 우측 레벨의 미스 매칭도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20비트의 R-2R 래더
회로로 구성한 CH 프리시즌의 L1 프리 앰프는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이 하이엔드 프리 앰프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물론 CH 프리시즌은 생산이 완료된 모든 L1 프리 앰프이 정밀한 측정을 통해 품질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프리 앰프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부분이 바로 증폭 회로이다. 바로 CH 프리시즌 웹사이트에는 fully symmetrical design 택하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보다 중요한 것은 최대 +18dB에 이르는 증폭률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해당 프리 앰프가 어떠한 성격을 갖추고 있는지 조금은 설명해 준다. CH 프리시즌의 제품들이 갖는 이미지는 저마다 다르게 느낄 것인데 개인적으론 스위스의 시계와 같이 정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교한 재생음을 나타내줄 것 같다.
CH 프리시즌 파워 앰프의 경우 대출력을 실현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바이–앰핑을 통한 효율적인 스피커의 드라이빙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L1 프리 앰프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갖추고 있다. 프리 앰프로써
시스템을 구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가져다 줄만큼 힘을 갖추고 있다고 해야 될 것 같다.
증폭률의 특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소리의 두께감이 확보되고 중고역이 화사한 특징을 갖기도 하는데 이러한
특징을 갖춘 프리 앰프들이 아주 작은 다이나믹을 잃고 있는 특성과 달리 L1 프리 앰프는 적절하게 잘
살려내고 있다.
그런데 이번 리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CH 프리시즌
L1이 다른 프리 앰프들이 갖지 못한 특징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이다.
프리 앰프를 모노 구성으로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입력 단자에 따른 캘리브레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노럴 디자인이라고 하면 흔히 파워 앰프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생각해보면 파워 앰프는 그럴 이유가 충분히 있다. 대출력 파워 앰프 설계에서 기초되어야
하는 것은 물리적인 용량이다. 지금은 거의 모든 전자 제품에 효율적인
SMPS 전원부가 사용되지만 아직까지 하이엔드 오디오에선 고음질을 이유로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와 리니어 레귤레이팅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효율이 떨어지는 만큼 엄청난 무게와 크기는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다. 그렇기에
모노럴 디자인의 파워 앰프의 탄생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심지어 모노럴 디자인에 전원부 분리형
제품까지 존재한다.
하지만 프리 앰프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듀얼 모노 디자인은
수 없이 존재하지만 완전히 분리된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H 프리시즌이 L1을 모노로 전환하여 사용하게 만든 것은 동작 모드에
따른 로우 레벨의 디스토션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이 경우에도 두 가지의 동작 모드를 갖추고 있는데 8개의 인풋만을
가져갈 수 있는 모드와 16개의 인풋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모드이다.
그리고 또 하나 L1 프리 앰프가 갖는 특징은 바로 캘리브레이션
기능이다. 이것은 입력 레벨에 따른 기능으로 CH 프리시즌만의
문구이기도 하다. 바로 DC 옵셋을 조절해주는 기능으로 컴포넌트
입력에 따른 최적의 음질을 구현해 낸다.
물론 이 외에도 L1 프리 앰프는 외장 전원부를 통해 DC 입력을 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고음질을 누릴 수 있는 센스도 돋보인다. 전반적으로 많은 옵션이 준비되어 있지만 L1의 기본기 역시 인상적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L1 프리 앰프는 중고역이 화사한 프리 앰프
타입이라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S/N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프리 앰프이기도 하다. 오케스트레이션에서 현의 실키함 보다는 분명한 선을 나타내는 음색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중고역이 화려한 프리 앰프들이 레코드 음악에 중간 중간 인위적인 느낌이 묻어나기도 하는데 L1는 이것을 CH 프리시즌의 음색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앞에서 프리 앰프의 크나큰 역활은 볼륨 회로와 증폭 회로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CH 프리시즌 L1은
볼륨 회로보다 증폭 회로에 더 인상적인 부분들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레코드 음악을 통해 들어보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전체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 구성에서 그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매력엔 화려한 음색과 스피드를 더한 레코드 음악의 재생도 있다.
저역의 임팩트 역시 훌륭하다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중고역의
표현 성능에 의존하는 악기들의 선율은 그야말로 기똥찬 선을 가지고 표현한다. 사실 L1에서 가장 돋보였던 재생 악기 중 하나를 꼽으라면 현악 재생이었는데 긴장감이 감도는 팽팽함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성향은 함께 연결된 M1 파워 앰프의 브릿지 셋팅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전반적으로 내세워지는 화사한 재생음의 성격은 레코드에 기록된 것을 기반으로 하는 것 같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증폭 회로의 특성이 개입하는 부분도 없지 않는 것 같다.
안네 소피 무터의 카르멘 환타지 앨범을 들어보면 치칸느 이외에도 거의 모든 사운드 트랙이 그간 즐겨 들어온
레코드임에도 불구하고 상당부분 다른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연주의 테크닉이 돋보이는 이 앨범에서 끈적한
다이나믹스까지 얻기란 쉽지 않다. 특히 L1 프리 앰프처럼
화사한 음색을 가진 프리 앰프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L1 프리 앰프에선 이 두 가지 특성을 적절히 녹여내고
있으며 L1 프리 앰프가 독창적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중요 부분이 아닐까 판단 되었다.
좋은 의미에서 CH 프리시즌의 프리 앰프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부분이라 느껴졌으며 찰현이나 타건 악기에서 실리는 에너지의 리니어리티가 귀에 크게 거슬리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 여겨졌다.
진공관 프리 앰프의 매력과 트랜지스터 프리 앰프의 매력을 적절히 잘 융화시킨 프리 앰프를 찾는 이라면 꼭
청음 해볼 필요가 있는 프리 앰프이다.
판매원 – AV프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