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같은 취미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사람들과 나의 시청실에서 몇 번의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최근 셋팅을 완료한 스피커를 들려주려고 초대한 사람들과 또 소문을 듣고 그 재생음을 듣고 싶다고 요청한 몇몇
사람들이다.
나는 하이엔드 오디오라는 취미 생활을 함께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많은데 그분들이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줄 때가 많다. 재미나게도 나는 그러한 분위기 속에선 말을 하는 것 보다 듣는 것에 익숙해졌다.
다름 아닌 시장의 상황이나 분위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 대해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만약
내가 아는 것이 한국 하이에드 오디오 시장이 전부라고 한다면 안타까워할 이유가 없겠지만 전 세계 수 많은 나라를 방문하면서 그들의 하이엔드 오디오
문화를 경험하고 습득하면서 자연스레 비교돼 만들어진 안타까움이라 할 수 있겠다.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겠지만 국내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엔 보다 많은 왜곡된 정보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사실 국내 수입원도 해외 제조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다. 보다
완성도 있는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시스템을 접할 수 있는 환경도 리뷰어 개인의 레퍼런스 시스템이 아니라 낯선 다른 시스템을 통해 접할
경우가 많다는 것도 어려움이다. 나 개인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어떡해서든 바꿔보려 노력했지만 분명한 한계는
존재했다.
이러한 어려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또 다른 문제는 비전문가의 이야기가 전문가의 이야기처럼 돌아 다니고 그것이
마치 사실처럼 굳어지는 것이다. 서론에서 밝혔던 것처럼 몇 해전부터 잘못된 정보에 의한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그것을 바로 잡으려 여러 번 설명하였으나 지금도 사실처럼 믿고 있는 오디오파일들이 있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생각 없이 쓰는 글의 파급력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되었고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난 10년간의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재미난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뭔가 분명한 목적을 가진듯한 신생 브랜드의 등장은 항상 요란했다. 30년, 40년 이상 된 회사들의 기술을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대단한
회사이자 대단한 제품이라며 홍보 되었다.
나는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진 않았다. 그래서 지난 9년 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다. (그래도
혹시 작은 실수가 있을지 모르니 미리 양해를)
그런데 그런 브랜드의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그보다 1년
정도 더 갈 뿐이다. 그리고 그런 브랜드들은 사라졌으며 중고 거래도 정말 어렵다. 무엇보다 수리 한번 하려면 정말 애를 먹게 된다.
완성도 높은 하이엔드 오디오 컴포넌트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작은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 쉽게 납득되지 않는 높은 가격표가 붙은 엄청난 수의 제품들이
존재한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은 최고가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케이블 가격이 1억원에
도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정말 좋지 않은 현상이며 언젠가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을 붕괴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레코드 음악 재생을 자기 인생의 일부라고 느끼는 사람들까지도 언젠가
떠나 보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경력과 합리라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하이엔드 오디오는 어디까지나 취미 생활이며 취미 생활에서 가치 판단은 모두 본인의 몫이지만…
아무튼 설명이 길었지만 오늘 이러한 이야기가 필요했던 이유는 미국의 브리카스티 디자인이라는 회사를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브리카스티 디자인은 국내에서 그들의 DAC 제품으로
유명해진 회사이다. 메사추세츠에 위치한 이 회사는 다른 신생 메이커와는 크게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사운드 미러의 오너 존 뉴튼이 소유하고 있는 M28의 사진>
전성기 때 마크 레빈슨이라는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던 마드리갈 랩 출신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는
회사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세히 관찰해 보면 마드리갈 산하 시절에 마크 레빈슨에서 볼 수 있었던 요소들이
조금 담겨 있다.
브리카스티 디자인이 생산 중인 제품들은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가장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제품이
바로 M28이라 명명된 모노럴 디자인에 파워 앰프이다. 사실
M28 파워 앰프가 단시간 내에 크게 호평 받을 수 있었던 계기는 어느 유명 레코딩 엔지니어가 M28 파워 앰프를 선택하고 나서부터이다.
그 인물은 다름 아닌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레코딩 엔지니어이자 사운드 미러의 오너인 존 뉴튼이다. 그는 그래미 시상식의 관련 분야에서 80부문 이상의 노미네이션과
수상 경력을 가진 전설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이 자체만으로도 브리카스티 디자인의 M28 파워 앰프는 대단한
이슈를 낳을 수 있었다. 이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나 역시
M28 파워 앰프를 반년 전부터 관찰했으며 이제야 M28 파워
앰프에 대한 리뷰를 작성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겨 HiFi.CO.KR에 포스팅하는 것이다.
M28 파워 앰프의 디자인은 무척 유니크하지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은 아니다. 그래서 내가 관찰한 것은 이것이 재생음의 품질과 밀접한 디자인인가에 대해서부터 시작했다. 후면을 보면 가장 상당에 언밸런스 입력과 밸런스 입력이 가능한 입력부 회로가 존재하며 바인딩 포스트는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전원부 인렛이 가장 밑에 위치하고 있다. M28 파워
앰프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한다면 타워형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타워형 디자인으로써 그리 높은 키를
갖추고 있진 않다. 35cm에 지날 뿐이다.
하지만 모노럴 디자인의 파워 앰프로써 그리 가볍지 않은 38kg에
이르는 무게를 지니고 있다. 개인적으로 실용성을 강조한 디자인이라 판단했는데 제품의 깊이가 무려 45cm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타워형 디자인을 갖추고 있지만 어느 시스템에서든
설치가 용의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M28 파워 앰프가 회로적으로 가진 이점은 무엇일까?
풀리 디퍼런셜 바이–폴라에 의한 완벽한 풀 밸런스 회로를 갖춘
파워 앰프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언밸런스 입력의 임퍼던스 특성과 밸런스 입력의 임퍼던스 특성만 보아도
자세히 알 수 있다. 또한 M28 파워 앰프는 완벽한 모노럴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제품은 좌/우 대칭으로 히트싱크를 사용할 수 있게 디자인된 것
같지만 실제론 한쪽 면에만 히트싱크가 존재한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모노럴 디자인으로 구성된 파워 앰프이기
때문에 그렇다.
M28 파워 앰프의 스펙이 아주 인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 숫자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것은 상당한 믿음을 주는 스펙 시트라고 할 수 있다. 모두가 1kHz만을 근거로 하며 필터에 의한 수치를 이야기 하지만 M28 파워
앰프는 이러한 요소를 제거한 후 측정한 스펙이라는 판단을 얻을 수 있는 숫자를 내세우고 있는 듯 하다.
M28 파워 앰프의 출력 역시 8옴에서 200와트에 이르며 4옴에서
400와트의 출력을, 그리고 2옴에서 측정한 수치도 공개되어 있다. 일반적인 테스트나 측정에서 연속되는
4옴 구동에서 버틸 수 있는 파워 앰프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2옴 표기는 인상적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M28 파워 앰프는 무척 대단한 스피커의 구동 능력을
보여준다. 스펙 시트를 확인하기 전 청감적으로 M28의 성능을
체험하고 내린 결론은 8옴에서 500와트 이상이 아닐까 여겨질
만큼 인상적이었다.
마드리갈 산하 시절의 마크 레빈슨은 정말 대단한 파워 앰프였다. 당시
라이벌로 지목되었던 파워 앰프 메이커도 사실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다. 적어도 회로 설계 능력으로 보면
말이다. 파워 앰프 설계에는 선택해야 하는 여러 가지의 파라메터들이 있다. 이 값에 따라 파워 앰프의 완성도는 큰 차이를 이룬다.
그 당시 마드리갈 산하에서 제품 설계를 담당하던 몇몇 인물이 노장이 되어 M28 파워 앰프를 탄생시킨 것이다.
그래서 유일한 걱징이 되었던 것은 M28 파워 앰프를 청음 이전에
이것이 지난 마드리갈 산하의 제품을 답습하는 파워 앰프에 지나지 않으면 어떡하나였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몇 가지 부분에서 마드리갈의 제품은 연상시키게 만들었지만 재생음만큼은 스피커의 능력을 상황에 따라 110%씩 보여주곤 했다. 이것은 2.5웨이
디자인의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뿐 아니라 북쉘프 스피커의 연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땅한 비교 대상이 없던 터라 1,000만원에 이르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 어이 없게 비교하기도 하였지만 절대적인 성능을 제외하고도 M28 파워 앰프가 가지는 음색과 사운드
스테이지 표현 능력, 그리고 포커싱의 능력은 압도적이라고 느껴졌다.
무엇이 특별했냐면 최근 하이엔드 오디오 트렌드에서 구동력을 결정짓는 요소는 파워 앰프 보다는 프리 앰프의
완성도, 조금 더 나아가면 디지털 소스 기기의 완성도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음색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M28 파워 앰프는 이러한 요소를 파워 앰프가 직접 개입해
해결하려는 인상이 무척 짙었다. 이를테면 재생음의 입자감으로 이 역시 M28 파워 앰프가 결정하려는 요소가 짙게 느껴졌고 음색의 주요 요소인 질감 역시 M28 파워 앰프가 결정하려는 성격이 짙었다.
이것이 완성도가 부족한 파워 앰프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나는 이 제품에 대해 100점 만점에 50점만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M28 파워 앰프가 가지고 있는 음색은 무척 모니터적이며
분해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또한 자칫 시스템 또는 파워 앰프의 미숙함을 잘 드러내는 타이달의 피아노 G2 스피커에서도 미려한 음악성을 가져다 주었다. 아니 보다 정확한
표현은 음악적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느낌이었다.
사운드 스테이지의 표현력에 있어 보다 직관적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 우리는 재생음이 스피커를 잘 떠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M28 파워 앰프와 타이달의 피아노 G2 통해
음악을 듣는 내내 이러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또한 중저역의 펀치감 또한 폭발적이다. 스피커 체급을 고려했을
때 타이달의 피아노 G2의 성능이 분명 경쟁 가능한 다른 스피커 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M28 파워 앰프가 입증시켜 준 것이었다.
재생음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분명 현대 오디오의 트렌드를 잘 따르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악의 재생만큼은 무척 농도 깊은 찰현의 배음이 우려져 나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성기 시절의 마드리갈을 떠올리게 했던 부분이었다. 이것이
세라믹 드라이버와 다이아몬드 트위터 조합의 스피커에서 일궈낸 재생음이라는 것이 쉽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M28 파워
앰프가 타이달 피아노 G2를 장악하는 능력은 대단했다.
이 정도 되면 착색이 더러 있는 파워 앰프가 아닐까? 상상될
수도 있겠지만 여러 번의 M28 시청에서 왜곡을 더하는 파워 앰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레코드에 기록된 것을 최대한 왜곡 없이 증폭시키려는 의지가 느껴졌고 이러한 성향을 갖기 위해 8옴에서 출력이 200와트로 결정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자기 성향이 없지 않은 파워 앰프라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이것은 아주 높은 선예도를 선사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착색을 가진 파워 앰프라고 손꼽는 파워 앰프와는 다른 묘미를 갖추고
있다.
이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레코딩 스튜디오 중 한 곳인 사운드 미러의 존 뉴튼이 애용하는 파워 앰프라는 것이 그 사실을 뒷받침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원 – 체스 오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