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AC 독일 스피커 메이커로 내년이 되면 85년 역사를 가지게 되는 메이커가 된다. 그야 말로 하이파이 업계의 산 증인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엘락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와 다른 나라 사이의 차이는 큰 듯하다. 이웃나라 일본만 하여도 엘락이라는 브랜드에 열광하는 이가 넘쳐난다. 특히 엘락이 발매한 고성능 소형 스피커의 인기는 엄청나다. 예를 들어 엘락이 특정 모델을 한정 생산하면 절반 이상이 일본에서 팔린다. 그만큼 매력적인 스피커이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다. 오늘 엘락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점을 되짚어 보며 엘락이 어떤 메이커인지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엘락은 아주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독일 킬(Kiel)에 설립하여 사업을 시작한 이후 2006년에 80주년을 맞이했다. 곧 85주년을 맞이한다. 관록으로 보면 이에 맞설 메이커가 거의 전무하다. 이 정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커는 탄노이 정도이다. 하지만 두 메이커의 전통에는 차이가 있다. 탄노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스피커 개발에 힘써온 메이커이고 엘락은 198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스피커 개발에 힘써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엘락은 어떤 회사였을까?
거의 100년 전인 1908년에 Dr. Phil Heinrich Hecht는 독일 킬에서 수중 소리 기술에 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초석이 되어 몇 명의 음향 공학 박사들이 이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수중 사운드 기술을 적용한 음파 탐지기는 세계 1차 대전에서 활동한 잠수함에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1차 세계 대전이 끝나자 이들 박사가 연구한 기술을 활용할 방도를 찾던 중 1926년에 엘락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지금의 엘락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엘락은 세계 2차 대전 이후부터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한 때는 회사의 생존을 위해 재봉틀이나 공기 펌프 등을 개발하기도 했었다고 이야기 들은적이 있는데 오디오와 연관될 수 있는 큰 사업은 지멘스가 판매하는 모든 라이도를 공급하기 시작하고 난 후였다고 한다.
그리고 1948년 12월 14일 엘락에서 첫 번째 턴테이블을 발표하게 된다. 이때부터 턴테이블 전문 메이커로써 발돋움하게 되며 포노 카트리지의 개발과 함께 많은 특허를 출원하기에 이르른다. 이 특허는 많은 카르티지 메이커에서 엘락의 동의를 얻어 사용할 정도였다. 당시 엘락의 기술은 카트리지 원리의 기초와 더불어 체계를 완성하였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느 기업이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엘락은 사업 확장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여러 가지 사업 계획중 한 가지가 바로 라우드 스피커 산업의 진출이었다. 이 때가 1984년도였다. 그리하여 추진된 것이 당시 수많은 명성을 얻었던 라우드스피커 메이커를 인수, 통합하였다. 그리하여 엘락은 본격적으로 스피커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된다. 이 다음해 엘락은 새로운 특허 기술을 출원하게 되는데 이 때 개발된 기술이 4PI 트위터 기술이다. 이것은 새로운 타입의 무지향 리본 트위터인데, 4PI 트위터 개발로 엘락은 스피커 메이커로서 행보를 지금까지 이어오게 된 것이다.
엘락이 가장 특별한 것은 바로 고성능 유닛 때문이다.
엘락의 유닛은 평범한 것이 단 하나도 없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4PI-Plus 트위터, JET 트위터, 지금의 X-JET Coaxial 유닛, AS 우퍼, 그리고 크리스텔 멤브레인이 증명한다. 하지만 엘락이 진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하게 된 계는 JET 트위터 때문이다. JET의 풀 네임은 ‘Jet Emission Tweeter’인데 직역하면 분출구로 발산하는 트위터라는 의미이다.
알루미늄 커버에 가로로 길게 뚫린 개구부를 통해 소리가 방사되는 JET 트위터 방식은 일반적인 트위터와 발음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가장 큰 차이로 돔 타입형이나 역돔 타입형의 경우 앞뒤로 피스톤 운동을 하면서 소리를 구현하지만 JET 트위터의 경우 좌우로 움직이는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Jet Emission’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JET 트위터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쇠창살 같은 모습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하나하나 금박을 둘러서 접혀진(아주 얇아 굉장한 정밀도를 요구하는 작업이다.) 것으로 이것의 가장 좌측과 우측에 네오디뮴 자기 막대를 설치하여 제트 멤브레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커스는 돔 타입형이나 역돔 타입형의 유닛처럼 앞뒤로 피스톤 운동을 하는 것보다 JET 트위터처럼 좌우 운동을 하는 것이 좀 더 빠른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기존 JET 트위터는 30kHz 이상의 주파수 재생을 실현하고 있고, 최근에 JET III 트위터의 경우 앞서 언급한 대로 네오디뮴 마그넷을 사용함으로써 50kHz에 이르는 주파수 재생을 실현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것은 앞뒤로 움직이는 돔 타입형과 역돔 타입형의 트위터는 -음이 바로 사라지지만 좌우로 움직이는 JET 트위터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이와 같은 구조로 엘락의 JET 트위터는 매우 다른 소리의 느낌을 선사한다.
매우 상쾌하며 청량감이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명징한 소리를 낸다. 판단하기에 이 트위터는 가격을 불문하고 다섯 손가란 안에 꼽을 수 있는 정상의 트위터라고 생각한다. 엘락의 특별함은 알루미늄 샌드위치 테크놀러지로 이어진다.
AS 콘이라고도 부르는 이 기술은 엘락이 고안한 최초의 기술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업체들이 이와 유사한 방법의 우퍼를 개발하기도 했다. 우선 알루미늄 샌드위치 테크놀러지의 기술적 바탕은 펄프 파이버 콘에 있다. 가볍고 성형이 비교적 쉽기 때문에 많이 이용되고 있는 재질인 펄프 파이버 콘은 대출력의 음압을 내기 힘들다.
실제로 외관상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를 쉽게 파악할 수 없지만, 순간적으로 굉장히 큰 신호가 입력되면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한 콘은 살짝 뒤틀리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 정상적인 소리를 재생하기 어렵다.
물론 콘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특별한 댐핑제를 바르거나 콘을 더욱 두텁게 만들 수도 있지만 엘락의 철학은 저음역만을 위한 우퍼가 아니라 매우 빠른 반응도 얻을 수 있고 저음역도 충실히 재생할 수 있는 미드레인지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알루미늄 포일을 입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쉽지 않는 일이었다. 이유는 얇은 포일의 성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락은 이를 극복해낸다. 0.2mm 두께의 알루미늄박을 펄프 파이버 콘과 접합하여 알루미늄 샌드위치 콘을 탄생시키게 된 것이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알루미늄 콘에 가까운 음색을 재생할 수 있게 되었고, 실제 알루미늄 콘과 비교해 보면 콘의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더 빠른 반응과 결과적으로 넓은 주파수 응답을 가지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엘락은 이중 비대칭(DAS) 구조의 특별한 콘 서라운드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작은 우퍼는 낮은 주파수 대역에서 큰 소리를 내기 위해 진동판 면적이 좁은 만큼 공기를 파동시킬 수 있는 에너지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우퍼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움직임이 커질수록 진동판은 커다란 에너지를 받아 보이스코일은 많은 열을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장시간 계속될 경우 보이스 코일 보빈과 함께 타 버리기도 한다. 엘락은 이 부분을 크게 보완하고 있다. 실제 앞서 언급한 DAS라는 콘 서라운드는 보폭이 +/- 1.5cm를 허용할 정도로 콘의 큰 움직임을 제어하고 있다. 이것이 180mm의 작은 진동판 크기의 우퍼이지만 아주 강렬한 저음을 제공하는 이유다.
다음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