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7일 일본의 오디오 평론가 미우라 다카히토씨가 한국을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마크 레빈슨및 JBL의 국내 디스트리뷰터인 소비코AV가 주최하는 마크 레빈슨및 JBL 시청회에 제품의 우수성을 직접 설명하기 위한데 있었다. 국내 수많은 애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는 직접 기기의 우수성을 각인시키기 위해 다양한 음악과 장르를 선별하여 들려주었고 기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3시간이라는 시청회로썬 이례적으로 긴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껴질만큼 시청회의 내용은 진하고 값졌다.
시연회가 끝난 뒤 소비코AV측의 협조로 단독으로 HiFi.CO.KR이 미우라씨와 함께 마크 레빈슨과 JBL에 대한 대담을 나누었다. 다음은 대담 내용이다.
HiFi.CO.KR : 미우라씨, 안녕하십니까? 저는 HiFi.CO.KR 운영자입니다. 이렇게 바쁜시간 중에도 마크 레빈슨에 대해 미우라씨의 견해를 듣게되어 참으로 반갑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유롭지 못한 대담이 되겠지만 짧은만큼 진솔한 대화를 주고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미우라 : 네, 예정에 있지 않았던 시간이라 조금 준비가 미흡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제 생각을 솔직히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HiFi.CO.KR : 저는 한 때 마크 레빈슨의 광 팬이었습니다. 마드리가 산하시절의 마크 레빈슨, 특히 No.32L은 진정한 의미에서 명기라 일컬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제네레이터 전원부와 회로의 흐름이 완벽할 것 같았던 아트웍은 아직도 제 기억속에 잊혀지지 않는 기기로 기억됩니다. 한국에서도 디자인과 소리에 있어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것이 가능했던 No.32L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 당시 일본에서도 마크 레빈슨의 인기가 굉장했지요?
미우라 : 마크 레빈슨이라면 아직도 일본에서는 최고의 레퍼런스 기기로 인정받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일본에서도 No.32L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사실 일본 사람들은 가치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No.32L이 출시됐을 때, 사람들은 프리앰프가 저렇게 비싸도 되는 것일까?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No.32L은 가격에 대한 가치를 분명하게 입증할 수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습니다.
이후에 출시된 400 시리즈는 일본에서도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당시엔 마드리갈 산하에 있었지요. 아무래도 멀티 채널 사운드 시장의 고도 성장이 예상됐던 만큼 소리 성향도 그쪽에 초점이 맞춰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인들의 실망도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일본의 많은 마크 레빈슨의 팬들은 500 시리즈를 기대하게 된 것이지요. 400 시리즈와는 달리 다시 완벽하게 하이파이에 대응하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HiFi.CO.KR : 한국에서도 마크 레빈슨 400 시리즈의 인기는 시들했습니다. 제 생각도 미우라씨의 생각처럼 멀티 채널, 특히 AV 사운드쪽에 초점에 맞춰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는 500 시리즈에 대한 기대도 반신반의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아쉽게도 아직 마크 레빈슨의 새로운 레퍼런스 파워앰프인 No.53을 집에서 들어본적이 없으니깐요. 사실 제가 생각했던 No.53이란 No.33의 설계 사상을 그대로 계승한 그런 제품이었거든요. 저는 이 부분이 무척 아쉽습니다.
미우라 : No.53은 분명 마크 레빈슨의 레퍼런스 파워앰프입니다. 이 파워앰프에 독특한 점이 있다면 디지털 방식이면서도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하이 테크놀러지 파워앰프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No.53의 수준을 아주 높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리만 놓고 보았을때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No.53은 누구나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닙니다. 제가 마크 레빈슨의 새로운 500 시리즈를 만나면서 이 시리즈의 성공을 예상하게 했던 모델은 바로 532이라는 파워앰프 모델입니다. No.53은 분명 시대를 앞서간 성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치는 분명하지만 저는 532의 설계 방식과 음이 더욱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파워앰프에 대해 추천해 달라고 하면 저는 망설임 없이 532를 사라고 이야기하지요.
HiFi.CO.KR : 532 파워앰프는 저도 들어보았습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조차도 상당한 고가입니다.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요. 그리고 한국 애호가들은 이정도 클라스의 제품을 선택한다고 하면 어떤 스피커든 쉽게 울릴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스피커에 따라 이러한 의견이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음악적으로 본다면 취향 차이를 떠나 분명 탑 클라스에 올라와 있는 제품이지요.
미우라 : 오디오 기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매칭이고 자신의 취향대로 소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겠지요. 일본 사람들은 스피커의 드라이브 파워 보다는 같은 기기라도 자신의 성향이 묻어나는 소리를 만들고 싶어합니다. 제가 마크 레빈슨 제품중 파워앰프 하나를 선택하라면 532를 선택하여 소리를 만들어 볼 것입니다.
HiFi.CO.KR : 532 파워앰프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532 파워앰프를 재조명해보고 싶어지는군요.
미우라 :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No.32L의 후속 프리앰프로 No.52가 출시되어 532와 매칭하게 된다면 더욱 좋은 소리로 보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에서 관계자를 만났을 때 No.52이 곧 출시될 예정이고 기대해도 좋다는 답변을 얻은적이 있거든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 이야기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저는 분명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꺼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HiFi.CO.KR : 저도 No.52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미우라씨도 마찬가지군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흘러갔군요. 마크 레빈슨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JBL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전 세계에서 JBL이 가장 사랑받고 많이 팔리는 나라는 일본일 겁니다. 이건 관계자라고 한다면 누구나 아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자세하게 설명 들을 수 있을까요?
미우라 : JBL 4343이라는 스피커가 있었습니다. 일본 역사상 4343보다 더 빅 히트를 기록한 스피커는 없습니다. 실제 그 당시 같은 가격대에서 4343을 능가할 수 있는 스피커는 없었습니다. 이것은 일본 애호가들에게 대단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일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JBL에 대한 환상이 있습니다. 또한 스튜디오 모니터하면 JBL로 통하지요. 이것이 일본에서 JBL이 아직까지 최고의 브랜드로써 인정받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저역시 아직까지 JBL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HiFi.CO.KR : 한국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4344나 4343의 인지도는 대단했지요. 사실 국내에서도 JBL 팬들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본만큼의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S9900의 출현에 기대가 높고 K2 S9500 이후에 진정한 JBL의 스피커로써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은게 사실입니다.
미우라 : S9900이 한국 시장에서 과거의 JBL의 명성을 되찾는데 큰 역활을 할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국 애호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은 4338 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JBL 스피커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될 만큼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렇게 자신있게 이야기하기에는 제 취향에 문제가 걸리기도 합니다. 저는 올드 패션을 추구하는 사람이거든요 (웃음) 하지만 4338은 정말 훌륭한 스피커임에 틀림 없습니다.
HiFi.CO.KR : 시간이 좀 더 주어진다고 하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참으로 많은데 아쉽게도 부산으로 향하셔야 할 시간이 되었군요. 끝으로 미우라씨를 만나게 된다면 묻고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이것을 이번 대화의 마지막 질문으로 해야겠군요. 미우라씨가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는 누구입니까?
미우라 : 피에르 불레즈입니다 어느 한 연주자를 딱 잘라 좋아한다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피에르 불레즈의 파이어버드 만큼은 최고의 앨범이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연주 성향보다는 레코드의 질에 따라 추천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레코드의 질만 따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탕이 되는 훌륭한 연주를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입니다. 다음에 시간이 된다면 음악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요. 한국 애호가 분들에게도 많은 앨범을 추천하고 싶기도 하고요.
HiFi.CO.KR : 짧은 시간이었지만 뜻깊은 대화 감사했습니다. 부산 시청회 잘 마치시고 고국으로 무사히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다음엔 더욱 즐거운 만남 기대하겠습니다.
미우라 : 감사합니다. 저 역시 다음번 만남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