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너스 파베르 릴리움을 들어 보러 그 분의 집에 다녀왔습니다.
오디오 리뷰에서는 릴리움을 비롯한 요즘의 소너스 파베르 스피커를, 프랑코 세르블린의 유산을 계승한 현대적인 스피커라고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십몇년 동안 소너스 파베르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도착해서 마주한 릴리움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이 정도면 대형기라고 해야겠네요. 고무줄 그릴, 그 안의 가죽, 옆 쪽의 나무 마감은 디자인적으로는 분명히 과거 소너스 파베르의 유산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소리는?
거기서 음악을 들을 때는 선곡은 그 분에게 맡기고, 마지막에 들어 보고 싶은 한두 곡 정도 신청해서 듣는 편입니다. 몇 곡을 들어 보는데, 선곡이 모두 클래식 현악, 성악이었습니다. 바이올린, 첼로, 소프라노의 소리는 분명히 마음을 사로잡는 미음이었습니다. 집에 있는 스피커와는 다른, 더 선명하고 에지가 살아있는 그러나 그 변화가 좋게 느껴지는 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이올린의 약음 표현이 정말 좋다는 것이었는데, 그건 전체적인 시스템의 능력이었을 겁니다. 물론 그걸 표현해 내는 스피커도 한 몫 했겠죠. 조수미 씨는 원래 미성에 기교가 뛰어난 소프라노이지만 좀 무덤덤하게 노래를 부르는 느낌이 드는데, 그 날은 소리에 어느 정도 감정이 실리는 듯 느껴졌습니다.
소너스 파베르 설립자이자 디자이너였던 프랑코 세르블린의 스피커에는 나무 인클로저의 울림이 있습니다. 나무 소재를 쓰면 피할 수 없는 것인데, 그걸 현악, 성악의 미음으로 승화시킨 설계자의 능력이었던 것이죠. 그 울림은 다른 악기, 다른 장르의 음악에서는 부자연스런 소리가 되기 쉬운데, 제 스피커에도 어느 정도 그런 경향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타악기에서 문제가 많이 되는데, 건반으로 줄을 때리는 구조 때문에 타악기의 특성을 많이 가지는 피아노도 그렇습니다. 어떤 피아노 연주에서는 그 울림이 좋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위화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소너스 파베르에서 피아노 재생은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프랑코 세르블린이 새로운 회사로 독립해 나가고 새로운 디자이너가 설계를 맡게 되면서, 인클로저 구조의 변경에 더해 금속도 사용하고, 플로팅 구조를 도입하는 등 불필요한 진동과 울림을 없애는 방향으로 진화가 되어, 그런 문제는 많이 없어졌을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 들은 곡 중에,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같이 연주하는 곡이 있었는데, 바이올린의 미음과 피아노의 타건이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제 스피커에서는 불가능한 연주. 그 곡이 끝나고 정말 훌륭하네요 라고 말했더니, 주인장께서 제가 오늘 훌륭하다는 말은 처음 했다네요^^. 클래식 대편성에서는 현악의 미음은 물론 3차원적 음장으로 현장감이 잘 표현되었습니다. 악기의 핀 포인트 위치 표현은 전에 들었던 Giya G2가 좀 더 나은 것 같았습니다.
재즈, 팝 등 다른 장르의 곡들도 몇 개 들었는데, 모두 좋았습니다. 그런데 클래식 현악, 성악 쪽이 특히 더 좋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프랑코 세르블린의 오리지널 소너스 파베르의 특징이니 그런 점을 잘 이어가고 있는 것은 확실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붕(赵鵬) 의 외파적팽호만(外婆的澎湖灣) – 외할머니의 펑후만(지명)을 신청해서 들었습니다. 이 곡은 중저음의 보컬, 초반부터 나오는 초저음에 가까운 북소리, 반주의 공간감 등이 특징인 곡인데, 이 모든 것이 너무 잘 표현되었습니다. 특히 북소리는 깨끗하면서도 제 시스템과는 비교가 안되게 깊고 넓게 재생되었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기쁜 점이 하나 있었는데, 저희 집에서 들은 재생과 놀랍도록 느낌이 비슷했다는 것입니다. 고역, 중역, 저역, 공간감 등 모든 것이 저희 집에 비해 상당히 좋지만, 느낌만은 비슷했습니다. 릴리움이 프랑코 세르블린의 유산을 계승한 현대적인 스피커라는 느낌이 마지막에 확신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