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컴포넌트라는 코너를 만들어 놓고도 오래도록 업데이트 하지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피웠지만 머리 속에는 항상 다음 모델은 미국 Ayre의 KX-R을 기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급적 이 게시판에는 단종된 모델만 올려놓으려고 했는데 KX-R이 단종 되고 Twenty라는 신형 모델이 등장했다.
신형 모델과 차이점이라면 증폭 회로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고 VGT 모듈의 최적화가 이뤄졌다. 사실상 증폭회로 외엔 마이너 체인지이지만 모든 파트가 바뀌어서 사실상 섀시만 제외한 풀 체인지에 가깝다. Ayre의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KX-R에 Twenty라는 이름이 붙여져 나와 호평을 받고 있지만 KX-R 오리지널 모델이 가지는 의미도 남다르다.
KX-R은 솔리드 알루미늄 가공의 모노코크 섀시를 갖추고 있다. 모노코크 섀시는 하나의 알루미늄 블록을 깍아 제작한 것으로 전원부를 제외한 모든 회로가 완벽히 격리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실질적으로 회로 기술에 있어선 KX-5라는 신형 중급 프리앰프가 약간의 우위를 가지고 있어도 모노코크 섀시에 의한 회로의 댐핑 능력이나 격리 능력이 있어서는 압도적이다.
그렇다면 KX-R은 무엇이 대단한 것일까? 이젠 자주 들어서 지겹게도 느낄 수 있겠지만 VGT 모듈이다. 소스기기로부터 입력 받은 음악 신호를 감압하여 고정된 증폭률을 증폭 회로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입력 전압을 고정으로 놓아두고 증폭 회로 값을 가변으로 세분화하여 조절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로의 안정성이다. 일반적으로 증폭률을 세분화하여 조절한다면 이 값을 변경할 때 마다 퍽퍽 거리는 노이즈를 유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KX-R은 이런 증상이 없다. 회로의 안정화를 가져다 주는 제어 회로가 안정성에 극대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또한 증폭률의 변경마다 임피던스 값이 변할 수 밖에 없는데 Equilock이라는 기술로 임피던스 값의 변화를 잡아낸다.
하지만 정말 죽여주는 것은 모노코크 섀시이다. 메카니컬 그라운딩 실현으로 KX-R에 탑재된 트랜스포머의 진동을 완벽하게 잡아낸다. KX-5의 회로가 시간적 이유 때문에 조금 우위에 있는 듯 보이지만 물리적으로 이런 이점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음으로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이런 진동을 잡아내기 위한 마운트 기술은 지금껏 어떤 프리앰프에서도 구현하지 못한 설계 기술이 뒷받침 한다.
하지만 진짜 감탄시킨 것은 섀시에 케이블이 지나가는 길을 내어 케이블까지도 메카니컬 그라운딩 설계를 이룬 것이다. 여기에 대해 제작자 찰스 한센을 만나 케이블의 메카니컬 그라운딩을 의도하고 설계한 것이냐는 질문에 이론적으로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비교해 보지 않았다고 겸손한 답변까지 해주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좋은 음을 내기 위한 완벽에 가까운 기구물 설계를 이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아름답고 투명한 음을 재현한다. EI 트랜스포머를 사용하는 몇 안 되는 메이커이지만 트랜스포머를 통해서 생산되는 2차 전원의 힘을 일률적으로 끌어내 음의 밸런스를 완성한 티가 KX-R에서 역력하게 나타낸다.
어떤 장르의 음악을 들어도 음의 무척이나 안정적인 상태를 느낄 수 있으며 음의 윤택함이나 잔향의 표현은 감히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동급 어떤 프리앰프에 비해 음악성의 표현에 있어선 뚜렷하나 힘에 있어선 아쉬움을 나타낸다. 이전에 비해 확실히 좋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그대로 부족한 감은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KX-R Twenty에 있어서 확실히 보완 되었다.
KX-R는 가장 이상적인 기술적 이론을 현실적으로 완벽에 가깝게 구현해 낸 프리앰프이다. 아주 높은 입력 임피던스 입력 구현과 VGT 기술 구현, 그리고 메카니컬 그라운딩 설계 수준은 가격을 떠나 Ayre가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프리앰프의 모습이 무엇인가 절대적 기준에서 보여준다.
2 comments
좋은 프리앰프군요
레퍼런스 프리…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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