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에 작은 회사가 있다. SYNTHESIS이다. 이 회사를 방문하기 전에는 우선 순위에 있지는 않았다. 나는 이 회사는 그저 디자인만 아름다운 진공관 앰프를 만드는 곳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사를 방문하기로 마음을 먹게 된 것도 그 디자인 때문이다.
어디선가 모르게 신세시스의 방문을 제안 받은 이후 나는 니미스라는 진공관 인티앰프의 디자인이 더 아름답게 느껴만 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던 신세시스는 이태리에서도 너무나 아름다운 곳에 위치했고 그 환경이 지금의 신세시스 앰프를 제작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곳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고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신세시스 진공관 앰프를 만들고 있었다.
그들이 진공관 앰프를 만드는 이유? 그것은 오직 진공관 앰프가 재현하는 소리만이 인간의 마음을 진짜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이태리의 중/동부에 위치한 신세시스는 앙코나의 바닷가를 끼고 있다. 이곳 햇살은 진짜 장난이 아니다. 햇살량은 풍부하지만 따갑진 않다. 따듯하다. 이곳에 있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색적인 느낌이었다. 이곳 회사의 전경을 보면 이태리의 고급 주택을 공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예술적인 작업이 이뤄지는 곳이다. 그냥 단순히 전기 제품을 생산하는 곳과 180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신세시스의 사장이 키우는 강아지이다. 무척 개구쟁이이다. 사실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은 애완견을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하이파이 제작사들은 그 애정이 특별한 것 같다.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 사진 촬영이 어려웠지만 상당히 귀엽고 에너지가 넘치는 견이었다.
신세시스의 회사에 입장하면 모든 것이 그의 손에 의해 꾸며져 있다. 벽지를 대신하는 패인팅도 현 대표이자 창업자의 손에 의해 이뤄졌다. 나는 회사 곳곳을 작은 발걸음으로 걸으면서 이 회사의 미적 감각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세시스 대표의 오피스이다. 사진에선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지만 대단히 미적이고 기능적으로 꾸며져 있었다. 놓여 있는 모든 것이 깔끔했고 사무집기 하나 하나가 모두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 되어진 것 같았다.
다른 한켠이다. 자신의 오피스는 복층 구조의 저택에 복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다른 한켠에 자신이 아이디어를 개발하거나 생각이 필요할 때를 위한 공간을 개발해 두었다. 저기 사진에 몸을 뉘일 수 있는 공간도 무척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앙코나 지방의 따뜻한 햇살을 직접 쬘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환상적인 일일 것이다. 물론 저 사람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이겠지만..
신세시스의 사람들은 그림을 너무나 좋아한다. 그래서 돈이 생기면 생활비에 우선 지출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알아보러 다니기 바쁘다고 한다. 하지만 또 다른 것이 있으니 바로 식물이다. 햇살이 좋아서 그런가?
이제 공장이다. 실제로 작은 규모를 지향하지만 공장으로써는 무척 깔끔한 곳이었다. 납 냄새나, 기름 냄새도 나지 않았고, 사진처럼 햇살이 너무나 풍부했다.
신세시스는 진공관 앰프를 전문적으로 제작한다. 진공관 앰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진공관도 중요하지만 사실 트랜스포머가 가장 중요하다. 신세시스는 EI 트랜스포머를 전문적으로 생산하여 자신들의 제품에 사용한다. 예를 들자면 출력 트랜스포머나 승압 트랜스포머 같은 것 말이다. 사진은 신세시스 창업 때부터 함께해온 진공관 제작 엔지니어이다.
이 작업은 무척 중요하다. 사실 설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선의 두께와 턴수가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업은 숙련된 엔지니어 외에는 맡지 않는다고 한다.
이 작업은 무척 빠르다. 지금은 21세기니까? ㅎㅎ 그런 것은 아니고 그렇게 어려운 작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얼마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만드느냐에 따라 자그마한 실수도 잡아낼 수 있는 것이다.
사진은 감긴 수와 코일의 두께를 표시하고 있다.
이 작업은 무척 중요하다. 1차 코일과 2차 코일 사이에 쉴드를 위한 필름이기 때문이다. 흔하게 쓰이는 것은 폴리프로필렌 필름이기도 한데 일반적인 하이파이 메이커들 중 트랜스포머의 완성도가 곧 음을 결정한다는 것을 아는 제작사는 무척 특별한 필름을 사용한다. 신세시스도 마찬가지이다.
절반이 완성된 작업이다. 모두 완성된 것 같은데 왜 절반이냐면 코어가 없기 때문이다.
왜 이 트랜스포머를 EI 트랜스포머라고 부르냐면 코어의 형상이 E와 I 모양의 코어가 결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 하우징을 꽉 무는 것인데 EI 코어의 장점은 토로이달 방식의 코어는 코일을 감는 안쪽과 바깥쪽의 파워가 다르지만 EI는 균일하다. 하지만 파워의 공급 능력은 토로이달쪽이 좋다. 토로이달, C, R, EI 모두가 장/단점이 존재한다.
사진은 E코어와 I코어를 하우징에 끼워 넣는 기구이다. 딸깍~ 딸깍~ 하면서 집어 넣는다. 그러면 1분이 되지 않는 시간에 완성된다. 참고로 이 코어의 완성도는 무척 중요하다. 이 코어의 제작 역시 이태리에서 이뤄지며 작업의 퀄리티가 무척 뛰어난 회사에서 완성 되어 공급 받는다고 한다.
모든 것이 완성된 EI 트랜스포머의 모습. 코어가 한층 한층 차 오르면서 올라선다. 완성이 되면
우리가 알고 있던 트랜스포머의 모습이 되는 것이다. EI 트랜스포머의 장점은 자신의 한계 이상의 부하에도 잘 견뎌낸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자태이다. 실질적으로 저 코어의 무게가 무거운 트랜스포머의 무게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음도 바로 트랜스포머가 결정한다. 특히 진공관 앰프에선 같은 진공관을 사용하면서도 노이즈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까이며 그리고 트랜스포머의 기술이다. 참고로 진공관 앰프를 제작할 때 경험했던 것이 계측기 상에서 노이즈가 찍히지 않는대도 스피커를 통해서 나오는 노이즈를 잡는데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하이파이의 아날로그 세계이다.
트랜스포머를 제작하기 위해 준비된 코일들. 다들 수준급 이상의 품질의 제품들만 사용한다. 100% 메이드 인 이태리를 위해서이다.
사진은 A100T에 들어가는 진공관 PCB 회로이다. 이것을 기계화가 아닌 직접 손으로 컴포넌트들을 심는다. 그 이유는 기계화로 작업할 수 없는 크기의 부품들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것도 100% 수작업이 이뤄진다.
부품을 심기 위해 마련된 저항들이다. 무척 깔끔한 보관함에 정리되어 있다. 이런 것에도 그들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옆에 EI 코어를 심기 전에 트랜스포머들이다.
부품을 하나 하나 심어가는 과정. 여기서도 느낀 것은 창가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다. 정말 이 차이는 대단하다. 사람은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11시에 쬐는 햇살은 반드시 노출하는 것이 인간에 몸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런 햇살을 쬐면서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것도 무척 좋은 일이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부품들을 삽입하고 있는 설계 엔지니어이다.
부품들의 삽입이 끝나면 솔더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끓는 납물에 적시는 것 만으로 끝난다. 공간들 사이로 납물이 빨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품들이 상하지 않게 한번에 정확하게 적셔야 한다.
이 다음 튜브를 설치하기 위한 소켓을 설치한다.
모든 것이 완성되면 PCB 보드가 저렇게 설치된다. 진공관 앰프의 특성상 탑 커버에 PCB 회로가 장착된다.
사진은 작으 용량의 저항을 자르기 위해 사용되는 장치. 손으로 돌리면 자자자작~ 부품들이 잘리게 된다.
짜잔~ 거의 완성된 A100T의 모습이다. 뭔가 대단한 포스가 느껴지는 사진이다.
그 위에 이미 제작된 트랜스포머를 설치하게 된다. 바로 사진에서처럼 말이다.
그리고 탑 커버를 씌워 외관을 완성시키게 된다.
튜브만 꽂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이 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작업이 하나 남게 된다.
바로 테스팅이다. 수출되는 나라의 전압에 따라 노이즈가 발생하는지 허밍이 생기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사실 이마저도 무척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사람들은 정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진공관의 특성을 체크하여 패어 매칭시키는 것이다. 신세시스는 기본 관으로 JJ 테슬라의 관을 사용하는데 무엇보다 자신들의 진공관 앰프의 퀄리티를 위해 이런 작업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테스팅을 위한 장비들과 작업들, 이런식으로 오랜 시간 번인과 측정을 통해 제품 출하기 이뤄진다.
진공관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단순히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21세기를 살아가는 요즘에도 이러한 미적 요소는 단연코 아름답다고 형용할 수 있다.
사진의 수석 엔지니어는 어셈블링 외에도 제품 디자인을 직접 도맡아 한다. 신세시스의 CD 플레이어와 DAC등 디자인을 바로 이 사람이 도맡아 하고 있다. 사진은 그의 오피스이다.
또 다른 한 켠에 마련된 신세시스의 창고이다. 이곳엔 제품 제작을 위해 준비된 부품들을 모아두는 곳이다.
여기가 바로 신세시스의 시청실이다. 메르디안 CD 플레이어와 자신들의 제작한 로마 시리즈의 진공관 앰프와 마그나팬 스피커가 연결되어 있다. 대부분의 제작사 시청실은 좋거나 아니면 나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이곳은 전자에 속하는 느낌이었다.
이것이 회사 초기에 제작된 니미시 오리지널이다. 우드 박스에 그 형태가 너무나 아름답다. 첫 번째 제품이라서 더 그랬을까? 하지만 진짜 대단함은 아직까지도 니미스가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버전과 지금의 버전은 다소 디자인이 달라지긴 했으나 니미스가 현재까지 1만개에
가깝게 팔렸을 정도로 신세시스에선 대단한 베스트 셀러라고 한다.
신세시스의 사장이다. 이 사람은 음악을 무척 좋아한다. 그는 연주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말엔 언제나 새벽까지 친구들과 함께 음악 작업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신세시스의 모든 제품의 그의 손에 의해 디자인 되어오고 있고 모든 컨셉은 그의 아이디어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끝맺음
해외에 수많은 메이커를 돌아다니면서 나뿐만 아니라 한국의 오디오파일들은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나 조차도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브랜드의 제품을 쓰레기 취급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방문을 통해서 나는 반성하게 되는 것이 있었다.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섣부른 판단은 하지 말자.
신세시스는 내가 여태껏 방문했던 그 어느 나라의 하이파이 제작사보다 인간 중심적이었고 그 온기가 제품에 묻어나고 있었다. 내가 신세시스를 방문했을 때 이런 이야기를 전한 적이 있다. ‘당신들은 큰 축복을 받았네요. 이런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니, 적어도 이 환경들이 우리가 같지 못한 몇 가지 능력을 당신들에게 주었을 것 같네요’ 라고 말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신세시스를 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