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가 발매 된지 38년이
지났다. 생각해 보면 그 당시 LP 디스크 재생과 테이프
재생이 주력이었던 시절로 광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컴팩트 디스크의 등장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사실
CD는 소니와 필립스의 주도로 개발된 기술로 초기 소니 진영과 필립스 진영에서 주장하던 재생 시간은
서로 달랐다.
CD 재생이 74분이
된 것은 소니 진영이 주장하던 것으로 당시 베토벤 교향곡 9번이 디스크 한 장에 수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고 그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던 것이 카라얀이라는 설이 있다. “그분께서 베토벤 교향곡 9번이 디스크 한 장에 수록되길 원하신다” 뭐 분위기는 이쯤 되지 않았을까?
사실 당시 사람들이 LP 디스크 재생에서 가장 불만을 가졌던
것은 디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고 찍찍찍 흐르는 노이즈였다고 한다. CD 디스크 재생의 첫 현장에서
이러한 노이즈 없이 레코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 크게 환호했다고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초기에 CD 디스크에
열광하다 다시 LP 디스크 재생으로 넘어오는 기이한 현상이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벌어졌다.
다만 이 붐은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오래가진 못했다. 국내에서도
턴테이블이나 카트릿지를 수입하는 회사들이 5년전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다만, 패키지 형태의 앨범이 아닌 스트리밍이나 파일 뮤직을 구입하는
생태계로 변해버린 레코드 앨범 시장에선 뜻이 담긴 선물이나 자기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앨범을 현물 형태로 소장하는 것에 대해 열광하기 시작했다. 바로 LP 디스크의 부흥 덕택이다.
<좌측이 C1에 탑재되었던 구형 이더넷 오디오 보드, 우측이 신형 이더넷 오디오 보드이다>
그래서 영국에선 LP 디스크의 매출이 스트리밍 매출을 앞서는
기이한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확실한 것은 20년전만 해도 음악을 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디어가
필요했고 이렇게 방대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젠 국내 B 서비스나 M 서비스만으로 수천 만장의 앨범과 마주할 수 있고 음악의
국경이나 장르의 벽이 허물어졌다. 한 달에 단돈 1만원도
지불하지 않고. 과거엔 재생 장치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에 이어폰 하나면 끝난다.
이러한 스트리밍 서비스는 하이엔드 오디오에도 커다란 변화를 불러왔다.
DLNA를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또 무손실 포맷을 통해 CD 포맷과 같은 비트 레이트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MQA가 가세하면서
고해상도 음원을 영구 소장 형태로 판매하려고 했던 레코드사들에겐 빨간불이 켜졌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하이엔드 오디오의 소스 생태계도 급격히
변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하이엔드 오디오 컴포넌트 중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것이 네트워크 오디오 입력이 가능한
DAC라고 볼 수 있다. 불과 5년전만 하더라도 USB 오디오 클래스 2가 되냐 안 되냐를 논하며 DSD 재생이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냐 좀
더 나아가 DSD128이 되냐 DSD256이 되냐 논란은
심했다.
<모듈러 타입으로 설계된 디자인 C1HD의 후면>
그래서 출시된지 1~2년 밖에 되지 않는 DAC가 곧장 구형이 되기도 했고 이 뜨거운 논란은 MQA 재생 유/무를 마지막으로 일단락 되었다.
최근 DAC 시장은 기능성 보다는 디지털 플랫폼에 의해 성능이
좌지우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러그래밍 가능한 형태의 플랫폼으로 디지털 프로세싱이 아날로그의
파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발견한 이후로 메이저 브랜드들은 이 분야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의 하이엔드 오디오 명가 CH 프리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C1이라는 DAC를
개발해 전 세계적으로 히트했다. 모듈러 디자인의 DAC로
확장 카드 형태로 DAC의 기능과 성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컨버젼 구조는 리니어라이즈드 R-2R 방식으로 PCM1704를 한 채널에 고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PCM1704를
사용한 DAC로써 이와 같은 괴력을 뿜어내는 DAC는 C1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영상 처리를 위해 수 많은 프로세싱을 거치는 것처럼 음성(음악) 처리를 위해 어느 때 보다 많은 프로세싱을 거친다. 이것은 C1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DSP 프로세싱도 마찬가지이며 이것은
음악적인 해상도를 증진시키는 알고리즘을 갖추고 있다.
C1은 발매 된지 상당한 후에 C1.1이나 1.5와 같이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의 DAC가 아닌 HD 업그레이드 솔루션을 내놓았다. 정확히 새롭게 C1을 구입하는 사람은 C1HD가 되는 것이고 C1을 보유하고 있는 오디오파일은 HD 업그레이드 형태로 음질을 향상 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C1HD는 정말 간단하게 슬롯을 꼽꼬 빼는 것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C1HD는 기존 C1에서
CH Link HD 카드를 통해 보다 안정적으로 더욱 광활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단순히 인터페이스만 변경된 것이 아니라 C1에 있어 디지털 프로세싱과
연동되어 있어 고음질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이 링크는 단순히 C1HD만을 위한 것은 아니며 D1과 접속할 때 더욱 큰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
C1HD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한번의 진화를 이뤄냈다. 바로 roon ready를 지원하는 이더넷 카드를 선보인 것이다. DLNA 기반에 RAAT를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로써 C1HD에서 이더넷 스트리밍으로 roon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어찌 보면 CH 프리시즌으로써는 상당히 늦은 행보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그만큼 roon ready 지원에 충실하다고 볼 수 있겠다. 사실 정말 많은 C1HD 오너가 roon
ready 지원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roon은 독보적인 음악 재생 소프트웨어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raat를 통해 USB 오디오 입력과는 차원이 다른 데이터 전송 방식의 안정성을 통해 기능 향상과 더불어 음질 향상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아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 C1에 사용되었던 이더넷 오디오 보드와 C1HD를 위해 새롭게 디자인된 이더넷 오디오 보드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 이더넷 오디오 입력 보드를 스트리밍을 위한 음악 카드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임베디드 보드이다.
이 작은 보드 안에 파워풀하진 않지만 일종의 단일 영역을 수행하는 컴퓨터가 탑재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엔 프로세서도 탑재되어 있고 메모리도 탑재되어 있다. 기존에
C1에 탑재된 이더넷 오디오 보드는 roon ready를
탑재하는데 있어 처리 속도가 문제가 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CH 프리시즌 역시 이에 대한 시도가 없진
않았으리라 본다. 이 임베디드 보드는 도터 보드 형태로 PCB에
실장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외에 나머지 회로라고 할 수 있다. C1에 사용된 도터 보드가 ABC PCB라는 회사를 통해 애프터
마켓에서 판매된 적이 있는데 도터 보드만 동일하며 그 외에 디지털 아웃풋 회로는 CH와 다소 다른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재미난 사실은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오디오파일들이 잘못된 정보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roon에서 C1HD의 신형 이더넷 모듈이 인식된 화면. C1HD의 디자인 아이콘이 눈에 들어온다>
각설하고 C1HD를 위해 새롭게 고안된 이더넷 오디오 입력 모듈
역시 CH 프리시즌과 ABC PCB의 협업을 통해서 완성되었다. ABC PCB라는 회사와 협업은 CH 프리시즌의 플로리안 코시가
창업한 회사가 ABC PCB이기 때문에 끈끈한 유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기사에 플로리안 코씨와의 2019년 인터뷰에서 디지털
아웃풋 회로에 있어서 과거의 보드와 최신형 보드의 회로 차이는 거의 없다고 했는데 상당한 변화가 있음을 실물 보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는 임베디드 보드는 디자인이 완전히 변경 되었으며 이전과 동일한 C1의 전원부를 사용함에 있어서 전력 소모를 줄이고 동시에 프로세서 성능을 높여 어떤 식으로든 음질 향상을 이루고
있다.
참고로 roon ready를 지원하는 새로운 이더넷 보드를 사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C1HD여야 한다. 그 이유는 새로운 이더넷
오디오 모듈 역시 HD 링크 카드와 연동이 되어 동작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술 덕분에 파일 뮤직 재생에 있어 C1HD는 상당한
음질 향상을 이뤄냈다. 사실 CH 프리시즌은 C1HD에 있어 그들만의 다소 유니크한 담백하면서도 모니터 성향의 음색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음의 밸런스야 말로 CH 프리시즌을 내세우는
강점이었다.
새로운 이더넷 오디오 모듈은 중고역에 묘한 촉촉함과 생기를 불러 일으킨다.
이것이 raat 방식으로 인한 청감상 변화라고도 볼 수 있지만 타사와 확실히 대비되는 것은
이 같은 중고역에 생기 역시 상당히 컨트롤된 느낌이라는 것이다. 번지거나 착색을 유도하는 것은 아니다.
CH 프리시즌은 아직까지 파일 재생보다는 광학 디스크 재생에
더욱 힘을 싣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HD 링크를 고안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더넷 오디오 재생 실력을 확연하게 키우면서 그만큼 광학 디스크 재생에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점에 있어선 다른 매력으로 발전 시켰다고 평가하고 싶다.
디지털 오디오 재생의 발전 가능성은 아직까지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가공이 겨우 끝난 디지털 신호가 I/V단을 지나면서 필연적으로
증폭 회로를 거치게 된다. 여기서 무수히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더넷 오디오 스트림 방식은 파일 재생에 있어 이보다 더 이상적인 인터페이스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CH 프리시즌 역시 C1HD에서 다소 불편한 반쪽자리 재생 솔루션에서 이제 완벽한 재생 솔루션을 제공하게 시작했다.
이것을 의미하는 것은 C1HD에 대한 구매욕은 굉장했지만 불편함을
감수할 정도는 아니었던 수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C1HD 구매에 다시금 구매욕을 불러 일으킬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 역시
기회가 된다면 내 레퍼런스 시스템에 C1HD를 연결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판매원 – AV프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