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오디오 업계에서 풀 타임으로 HiFi.CO.KR을 운영하다보니
한국 하이엔드 오디오 문화에 대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 중 하나가 전문가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몇 가지 문제가 존재할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일부 알고 있다. 하지만 하이엔드 오디오라는 것이 단순히 전원선과 아날로그 케이블을
연결하여 재생음이 출력된다고 하여, 또 성격이 다른 케이블이나 기기의 교체에 따라 다른 재생음이 나온다고
해서 전문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좋은 재생음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엄청 많은 노하우들이 존재한다. 그
노하우는 나도 나만의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노하우를 공개하며 음질 향상에 대해 크게
공감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하이엔드 오디오라는 취미 생활은 많은 비용과 그만큼의 출혈을 요구한다. 그런데… 단 한 번도 나는 국내에서 나의 리스닝 룸에서 보다 좋은 재생음을 경험한 적이 없다. 잘난척 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첫 도입부와 마찬가지로 국내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의 흐름은 이상 쪽으로 흐르고 있다. 쉽게 떳다가 쉽게 쉽게 사라지는 제품들이 많은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무척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말 좋은 제품들은 묻히고 엉뚱한 제품들이
뜨는 기이한 현상. 이런 일들이 비교적 자주 벌어지고 있다.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일까?
바로 진공관 앰프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 잡기 위해서이다. 15년전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진공관 앰프의 시장 규모는 트랜지스터 방식의 파워 앰프에 비해 결코 적은 편은 아니었다. 신제품에
대해 이슈가 많았고 명기로 인정받는 제품들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서 진공관 앰프 시장의 상황은 예전만 못하다. 무엇보다 하이엔드 오디오 레벨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공관 앰프도 비약적으로 발전해오고 있으며 현재는 진공관 앰프의 단점으로 지적돼 오던 부분에서도 트랜지스터
앰프와 비교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오늘 리뷰 할 오디오 리서치의 레퍼런스 750 SE 파워
앰프의 완성도는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오디오 리서치의 반응이 예전만 못한 것에 대해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진공관 앰프에 대한 불필요한 편견들이 생겨나서라고 생각한다.
진공관 파워 앰프는 KT120 관을 넘어 KT150 관이 등장하면서 다시 각광받고 있다. 좀 더 여유로운 출력을
낼 수 있으며 재생음의 방향도 트랜지스터 방식의 파워 앰프와 직접 비교 가능할 만큼 현대적으로 진화했다.
근본적으로 진공관 파워 앰프는 트랜지스터 방식의 파워 앰프와 다르게 트랜스포머 디자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전원부 트랜스포머 외에도 출력 트랜스포머의 설계 디자인에 따른 출력 밴드는 재생음에 수준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 외에도 진공관 파워 앰프의 재생음의 수준은 히터 회로나 B전원의
품질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바로 훌륭한 진공관 파워 앰프의 밸런스는 이들 회로의 완성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오디오 리서치는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오래된 전통에 따른 많은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KT150 진공관과 조화를 이룬 오디오 리서치의 진공관 파워 앰프의 능력은 정말 굉장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무엇보다 S.E. 모델로 진화되면서 새롭게 선보이는 제품을 주목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오디오 리서치의 레퍼런스 파워 앰프인 750 SE를
리뷰하면서 오디오 리서치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작은 부정적인 부분도 긍정적으로 변하였다. 이건 내가 알고
있던 오디오 리서치이자 기존에 단점으로 부각되던 부분들에 대해 지적을 할 수 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미 이러한 오디오 리서치의 능력은 미국 뉴욕시에 위치한 그들의 타운 하우스에서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는데
그곳을 방문한 이후 소너스 파베르 스피커와 오디오 리서치 분리형 앰프의 조합은 테일러에 의해 몸에 꼭 맞춰 제작된 맞춤 정장과 같은 느낌이라고
몇 번 설명했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타운 하우스와 같은 규모로 국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리스닝 룸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으며 소너스 파베르의 플래그쉽 스피커와 오디오 리서치의 플래그쉽 앰프를 수입사에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둘의 조합이 정말 대단한 재생음을 만들어낸다고 느꼈던 것은 타운 하우스의 어쿠스틱 룸의 특성이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국내에서 경험한 이들의 조합, 정확히는
오디오 리서치의 매력이 보다 짙게 흘러 나오는 매력적인 재생음을 단순히 이들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오디오 리서치의 플래그쉽 파워 앰프인 750 SE는 정말 대단한
스펙을 지니고 있다. 그 출력만으로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데 채널당 무려 750와트에 이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출력 진공관 파워 앰프는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주체할 수 없는 힘이 돋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대출력 트랜지스터 방식의 파워 앰프에 비해 출력
밴드가 좁아 초저역 재생이나 초고역 재생이 매끄럽지 못해 음악성에서 그리 뛰어난 평가를 받진 못했다.
그렇기에 진공관 파워 앰프에서 무리한 출력을 가지려다 보면 밸런스가 무너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내가 지금까지 대출력 진공관 파워 앰프를 선택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초현대적인 성향의 스피커에서는 모니터적 표현 성향 때문에 단점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리뷰 전에 레퍼런스 750 SE에 대해 우려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나는 볼더사의 파워 앰프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압도적인 청감상 S/N과
재생음의 순도 그리고 밸런스에 있다. 이러한 재생음의 성향을 가지고 위해서 초저역이 보다 타이트하게
마무리되어 있지만 밸런스라는 측면에서 대출력 파워 앰프를 내세우는 파워 앰프 메이커 중에선 가장 완벽한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레퍼런스 750 SE가 이런 느낌이다. 이것은 절대적이라기 보단 상대적인 의미이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대출력 진공관 파워 앰프의 부정적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는
현재의 750 SE의 초석이 되는 레퍼런스 600 때부터
생겼지만 말이다.
레퍼런스 750 SE는 리뷰를 위해 레코드 음악을 듣는 내내
내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그 매칭 대상이 구동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는 소너스 파베르의 아이다였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레퍼런스 750 SE는 여기서 매력을 끝내지
않고 진공관 파워 앰프가 갖춰야 할 음악적 요소, 특히 재생음의 독특한 입자감과 더불어 이를 바탕으로한
질감의 표현 능력도 압도적이었다.
압도적이라는 의미는 지나칠 정도로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 트랜지스터 파워 앰프와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청감상 S/N과 재생음의 명암에 절묘한 밸런스를 갖췄다는 것이다. 더
쉽게 표현하면 흔히 재생음이 나대는 진공관 파워 앰프들과 달리 완숙미가 돋보인다.
레퍼런스 750 SE로 종일 음악을 들어도, 또 레코딩 품질이 좋지 않은 음반을 들어도 언제나 한결같은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 나는 이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와 같은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주된 요소가 무엇일까?
대부분의 오디오파일들은 무수히 많이 설치된 진공관들을 바라보겠지만 사실은 정교하게 설계된 레퍼런스 750 SE의 레이아웃에 있다. 레퍼런스 750 SE는 타워형 디자인으로 일반적인 파워 앰프에 비해 키가 무척 높다.
이 안에는 전원부 회로와 레귤레이터 회로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오디오 리서치의 스펙으로 특성이 맞춰진 거의 모든 패어드 KT150 진공관은 출력관으로 쓰인다. 하지만 섀시 내부에 레귤레이션을 위한 6550WE 진공관이 사용되고
있으며 드라이브를 위해 별도의 KT150이 사용되는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물론 어떤 진공관 앰프 메이커 보다 높은 이해력을 갖춘 6H30도
여전히 쓰이고 있다.
이로 인해 무척 투명하면서도 스피드가 빠르고 정확한 진공관 파워 앰프로 마무리 된다. 하지만 정작 놀라운 것은 이 엄청난 규모의 진공관을 위한 히터 회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청감상 노이즈는 트랜지스터
파워 앰프급을 유지해낸다. 일반적인 진공관 앰프에서 히팅을 위한 전류 공급 능력은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레퍼런스 750 SE급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또한 오디오
리서치가 또 한번 기술의 진화를 이뤘음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앞서 자주 언급했던 출력 밴드 역시 레퍼런스 750 SE는
-3dB 포인트에서 무려 1Hz에서 200kHz에 이르는 대역폭을 가졌다. 이는 확고히 하이엔드 트랜지스터
파워 앰프급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이 바로 레퍼런스 750 SE를
들었을 때 직관적으로 아주 정교한 음의 밸런스를 갖췄다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총체적인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결정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입력 감도 역시 일반적인 파워 앰프와 비교해
조금 낮은 값으로 결정 되었다. 나는 이러한 설계와 결정이 오디오 리서치의 대단한 센스라고 생각한다.
재생음의 마무리를 측정을 통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청감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입력 게인의 값은 조금 낮아졌지만 입력부 회로나
750와트에 이르는 엄청난 출력으로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다. 아니, 어쩌면 이러한 스펙으로 인해 입력 게인이 정교하게 설정 했는지도 모른다.
레퍼런스 750 SE의 리뷰를 위해 콤비네이션 프리 앰프인 동사의
레퍼런스 10 프리 앰프까지 사용되었다. 또한 디지털 소스
기기로는 dCS사의 30주년 기념작 비발디 원이 연결 되었는데
그야 말로 환상적인 호흡을 이루는 것 같았다.
이들 조합으로 만들어낸 재생음은 첨예함을 가지고 있다. 중고역의
입자감 뿐 아니라 중역의 입자감 역시 그러하다. 전반적으로 날이 설수도 있는 입자감이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균형 잡힌 밸런스로 인해 귀가 피로하지 않다. 이를 바탕으로 한 금관 악기의 질감도 이상적이며 광채가
아주 잘 도드라진다. 하지만 이 역시 귀가 무척 편안했다.
현의 질감 역시 날이 확실히 서 있는듯한 표현이 돋보였는데 이 조차 어떤 기술이 적용되었는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편안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재생음의 선예도는 레코드에 기록된 것 이상의 가공된 맛도
느낄 수 있었다.
비발디 원을 통한 네트워크 파일 재생을 듣는데도 LP 레코드
재생스러운 질곰과 첨예한 맛이 이 때문인 듯 하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소너스 파베르의 아이다는 구동이 쉽지 않은 스피커이다.
단순히 힘만 좋은 앰프를 붙이면 저음의 양감은 좋아지지만 재생음은 둔탁해진다. 그 반대의
경우엔 중고역이 다소 소란스러워지는데 레퍼런스 750 SE와 연결에선 어떤 레코드를 재생해도 인상적인
균형미를 유지해주었다.
찰현 악기 연주에서 현을 부빌 때 현의 팽팽함의 정도라던지 이것이 음악의 분위기에 따라 긴장감을 감돌게
할 때 리스너를 레코드 음악에 빠르게 몰입하게 도와주었다. 더블 베이스의 연주는 둔중함이 없이 실현에서
느낄 수 있는 정확한 양감을 들려준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스피드가 무척 정확하며 굼뜨는
느낌은 1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 저역
해상력 역시 으뜸이라 설명할 수 있다.
나는 이번 레퍼런스 750 SE 파워 앰프 리뷰를 통해 얻은
것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재생음의 표현력에 있어서 진공관의 장점과 트랜지스터의 장점을 한 곳에
모아놓은 이상적인 파워 앰프가 등장했다는 것과 두 번째로 이 파워 앰프가 구동력이 필요한 대부분의 스피커를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오디오 리서치 레퍼런스 750 SE는 리뷰로써 다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경험해 보는 것이 더 나은 하이파이 라이프를
위해서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수입원 – (주)케이원A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