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데논이나 마란츠 제품을 리뷰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다.
15년전 전인가? 중고가 50만원대에서 선택할
수 있는 데논의 CD 플레이어가 있었다. 신품 가격은 100만원 정도로 기억하는데 얼마나 인기가 좋았던지 장터에 나오면 10분
안에 사라졌다. 하긴.. 그 당시엔 5차 예약이나 6차 예약도 덧글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각설하고 지난번 PMA-2500NE를 리뷰하고 나서 데논에 대해
더 큰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우선 디자인이 무척 고급스럽다. 연금색의
컬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이 컬러를 싫어하지 않는다.
쉽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비슷한 가격표를 가진 어떤 제품들과 비교해 봐도 외관의 완성도는 압도적이다. 특히 예전에 출시 되었던 데논의 제품들과 비교해 보아도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
오늘 리뷰 할 제품은 DCD-2500NE이다. PMA-2500NE와 짝을 이룰 수 있는 콤비네이션 CD 플레이어이다. 하지만 정확히 SACD 재생까지 지원한다. DCD-2500NE의 외관을 보면 데논의 아이덴티티가 물씬 풍긴다. 금형에
의한 커브드 프론트 패널에 헤어핀 처리는 정말 고급스럽다.
여기에 NCT로 제작된 나머지 패널들의 완성도도 무척 높다. 특히 스프레이에 의한 외관 도장은 정말 만족스럽다. 나도 가끔 공동제작을
해봐서 알지만 국내에서 이런 품질을 뽑기란 정말 어렵다. 국내에선 대기업이 아니라면 이런 완성도를 갖기란
무척 어렵다.
아무튼 DCD-2500NE는 SACD
플레이어이다. 생각해 보면 다른 메이커들은 더 뛰어난 DAC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데논은 SACD 플레이어를 제작한 걸까? 물론
데논도 뛰어난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있다.
이러한 이유는 일본 시장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한다. 우린
음반 시장에서 밀리언 셀러가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그만큼 음반 시장이 위축 되었고 스트리밍 시장으로
재편되었다. 이것이 인터넷 강국이라 그만큼 빨리 안착 되었다고 이야기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유에서 공유로 시장이 빨리 변화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아직까지 SACD 앨범이 발매되고 있는 나라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광학 미디어로 제작된 앨범이 아직까지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다.
<DCD-2500NE에 사용된 부품들, 모든 회로는 음질을 고려한 레이아웃으로 제작 되었다>
그들은 파일로 제작된 앨범을 USB에 담아 앨범 형식으로도 잘
판매하고 있다. 나조차 소니에서 발매한 글렌굴드 전집을 구입했을 정도니 말이다. 공유 보다는 소유를 바라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고 무형의 파일 보단 패키지 형태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아무튼 오디오파일에게 CD 재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디지털 음악 파일을 재생하는 시대로 향하고 있고 어림 잡아도 절반 이상의 하이파이 매니아가 오직 디지털
음악 파일 재생에만 전념하고 있다. 뭐 실상은 그 이상이 될 것 같지만..
하지만 아직까지 레퍼런스는 CD 또는 SACD 그리고 LP가 될 것이다. 디지털
음악 파일 재생은 태생적 한계가 있다. 컴퓨터를 바탕으로 재생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네트워크 플레이어라고 부르는 것도 임베디드 보드에 의해서이고 결과적으로 이것도 컴퓨터 구조를 기초로
한다. 단지 영향이 덜 탈 뿐이지.
만약 하이파이 시장의 지속적인 활성화가 이뤄지고 있었다면 상황은 조금 변했을 터. 컴퓨터 기반의 파일 재생이 아닌 다른 미디어가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도 디지털 음악 파일 재생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즐겨 듣는 것은 CD나 SACD 앨범이다. 조만간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고 그때 더욱 많은 앨범을 구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DCD-2500NE은 200만원대에서
선택 가능한 가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만듦새는 가격표를 가볍게 초월하고 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것은 외관만이 아니다. 설계 자체도 무척 잘 된
플레이어이다. 데논이란 브랜드를 가볍게 얘기할 수 없게 된 것도 PMA-2500NE의
내부나 DCD-2500NE 내부를 확인한 이후부터다.
Advanced SVH 메커니즘 탑재
일본은 로딩 메커니즘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무엇보다
SACD 로딩 메카니즘의 경우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사실
CD, SACD뿐 아니라 블루레이 역시 소니 진영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데논은 예전부터 자체적인 메커니즘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DCD-2500NE는 상급 모델인 DCD-SX11과 동일한 Advanced SVH 메커니즘이 탑재되어 있다.
소리의 표현력이 높아질수록 메커니즘에 따른 소리의 정보량이나 음질 차이가 뚜렷해진다. Advanced SVH 메커니즘은 서보 회로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것은
일본의 경쟁 로딩 메커니즘 제작 메이커도 같은 이론을 따르고 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전류와 노이즈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DCD-2500NE의 로딩 메카니즘, 적용되는 부품도 많고 복잡한 구조를 채택하고 있지만 그만큼 진동 억제를 실현하고 있다>
이것이 음질적인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에 대해 수 많은 SACD 플레이어
메이커도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지만 정말 들었을 때 음질적 차이가 난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들도 이런 고 신뢰 로딩 메커니즘을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플레이어는 10,000 달러 이상의 가격을 지불해야
구입할 수 있다. 200만원대의 DCD-2500NE에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데논은 Advanced SVH 메커니즘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DCD-2500NE에 사용된 로딩 메커니즘은 스테인리스와 구리판을
조합해 제작 된다. 여기에 강성을 보강한 톱 패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진동에 대응하고 있다.
트레이는 알루미늄 다이캐스팅에 의해 제작되며 2mm 두께의 스틸
메커니즘 브라켓 등으로 구성 되어 있다.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은 각기 다른 소재로 구성해
질량을 달리하여 공진점 분산을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엄청난 질량의 로딩 메커니즘이 아니더라도 디자인을
통해 진동에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회전계의 중심을 낮춰 회전에 의한 진동 억제도 함께
이뤄내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SACD 플레이어는 앞서 언급한대로 진동에
민감하다. 그래서 SACD 플레이어를 제작할 땐 레이아웃도
무척 중요하다. 전자회로와는 또 다른 영역인 셈이다.
DCD-2500NE는 다이렉트 메커니컬 그라운드 설계를 통해
진동 억제를 좀 더 효과적으로 이뤄내고 있다. 이를테면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는 전원부의 트랜스포머는
중앙부에 놓일 경우 불필요한 진동 에너지 파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보다 대응하기 위해 트랜스포머는 DCD-2500NE의
발(제품을 지지하는 바닥에 설치된 발)이 설치된 곳 가까이에
설치하였다. 보다 나은 댐핑을 얻어 진동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발은 벌크 몰딩 컴파운드 소재로 밀도가 높으며 강성이 좋다. 여기에 유리 섬유를
추가함으로써 더 높은 강성을 확보하여 제품을 지지하는 역할 뿐 아니라 일종의 메카니컬 그라운딩을 레이아웃 디자인으로 극대화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스피커의 재생음에 의해 노출되는 공진 에너지에 대해서도 1.2mm 두께의
메인 섀시에 1.6mm 두께의 스틸 플레이트 2장을 추가하여
3층 구조의 섀시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앞서 설명한대로
서로 성격과 질량이 다른 재료를 이용하면 더 폭넓게 공진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위한 독립된 트랜스포머 사용과 고품질 클럭 전원부
디지털 회로와 아날로그 회로는 성질이 다르다. 더욱 민감한 쪽은
아날로그 회로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디지털 부는 로딩 메커니즘까지 구동해야 하는 문제를 앉고 있다. 이럴 경우 교과서처럼 선택되는 설계가 바로 디지털 회로를 위한 트랜스포머와 아날로그를 위한 트랜스포머를 분리하여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상호 간섭에 따른 노이즈를 줄이기 위한 역할도 하고 있지만 아날로그 부에 세밀한 음의 튜닝을
위해 분리한 것으로 추측한다. 왜냐면 보통 아날로그 재생음을 튜닝하기 위해 정말 많은 방식으로 트랜스포머를
디자인해 적용해 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상당한 고가의 SACD 플레이어들이
선택하는 교과서적인 디자인을 DCD-2500NE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아날로그 증폭 회로를 위한 전용 전원 회로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엔
3,300마이크로 패럿의 콘덴서가 탑재되어 있는데 데논의 최상급
SACD 플레이어인 DCD-SX1이나 세컨 탑 모델인 DCD-SX11에
탑재된 콘덴서를 제작한 부품 공급 업체에 커스텀 스펙으로 주문한 고품질 콘덴서를 사용해 음질을 끌어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철저한 비교 시청에 의해 가장 뛰어난 콘덴서를 선택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데논의 이런 전원부 기술은 클럭 시스템에도 쓰였다. 클럭 회로가
DAC 음질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클럭 회로는 디지털 회로에 쓰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클럭 자체가 디지털 방식으로 동작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동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완성도에 의한 음질 차이는 크다. 무엇보다 전원부 회로에 따라 음질 차이가 그만큼 커진다.
DCD-2500NE도 그에 따른 디자인을 통해 고음질을 실현하고
있다. 우선 클록 발진기(오실레이터)는 위상 잡음이 개선된 소자가 쓰이고 있다. 여기에 클럭 품질을 더욱
끌어 올리기 위해 개선된 전원부 디자인이 쓰이는데 성격이 다른 두 가지 타입의 콘덴서 배치 방식을 달리해 더 우수한 특성을 얻어내고 있다.
<좌측이 DCD-2500NE의 내부 사진, 우측이 PMA-2500NE의 내부 사진이다>
이를 통해 사운드 스테이지의 공간감을 향상하고 있으며 S/N 또한
향상을 이뤄냈다.
힘을 겸비한 뛰어난 음질
DCD-2500NE를 처음 들었을 때 깜짝 놀랬던 부분이 바로
힘이다. 비교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얼핏 들어보면 1,000만원대
SACD 플레이어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이건 정말 놀랬던
부분이다. 참고로 DCD-2500NE는 언밸런스 출력만이
갖춰져 있다.
서둘러 살펴본 것이 출력 전압이다. 하지만 2Vrms였다. 일반적인 SACD 플레이어의
언밸런스 출력과 동일했다. 하지만 청감적인 느낌은 이걸 초월한 느낌이었다. DCD-2500NE를 테스트하기 위해 몇 가지의 인티앰프들과 연결해 보았는데 PMA-2500NE과 연결에서 볼륨이 10시 방향을 가리켰을 땐 상당한
음압을 확보할 수 있었다.
파워풀한 사운드가 돋보였다. 하지만 디스토션이 느껴지거나 약간의
클리핑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 매끈한 기운이 소리를 감싼 느낌이었다. 이 조차도 하이엔드 SACD 플레이어와 대등한 수준이라 느껴졌다.
하지만 점차 트랙과 앨범을 바꿔가며 들어보니 이것이 데논의 색채라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고도의 튜닝 실력이다. 음악을 듣는 내내 의심이 되기도 했지만
확실한 판단을 위해서 다른 플레이어의 비교가 필요했을 정도였다. 이것을 나쁘게 받아 들이는 이들은 착색이라
폄하하기도 하겠지만 단적으로 수채화적으로 펼쳐지는 사운드 스테이지를 제외하면 아주 인상적인 재생음이다.
<DCD-2500NE과 PMA-2500NE는 단품으로도 좋은 음질을 들려준다. 하지만 이 둘을 조합하면 보다 쉽게 좋은 음의 밸런스를 추구할 수 있다>
이런 재생음이 표현 가능한 주된 이유는 앞서 언급한 DCD-2500NE에
집약된 기술 덕분이란 확신이 든다. 보통 중저가형 SACD 플레이어에서는
자체적인 진동 때문이든 스피커가 재생하는 외부음에 의한 공진이든 결국 디스토션으로 작용해 음의 산만함이 느껴진다.
가장 악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음의 순도인데 DCD-2500NE에선 음의 순도가 무척 높다
느껴졌다. 그리고 다이나믹스도 무척 좋다고 느껴졌는데 여기에 이글거리는 음의 온도감이 다소 결여되어
있지만 그래도 대단한 것이다.
고역도 비교적 화사하게 펼쳐진다. PMA-2500NE을 리뷰
했을 때 고역의 확산력이 아쉽다는 부분을 언급했었는데 DCD-2500NE과 PMA-2500NE을 매칭하면 이런 아쉬움은 말끔하게 해결된다. 이번
리뷰를 통해서 확실히 얻게 된 것은 데논은 음의 순도를 무척 중요시 하는 메이커라는 것이다.
그만큼 음의 스트레스가 적다고 표현할 수 있겠는데 200만원대에서
쓸만한 SACD 플레이어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워 그 존재만으로 권장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단지 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성능이 뒷받침 되기에 권장할 수 있는 부분임을 확실하게 표현하고 싶다.
끝으로 DCD-2500NE에 USB
오디오 입력이 없어 파일 재생에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DVD-R/RW 미디어에 기록해
재생 가능하다. 단순히 고해상도(24비트 192kHz까지) 음원 뿐 아니라 dff나
dsf DSD 파일도 재생(더블 DSD까지) 가능하며 컴퓨터가 아닌 광학 미디어를 통해 재생하기 때문에
노이즈로부터 보다 자유로운 만큼 음질적 이득도 얻는다. 그리고 동봉된 알루미늄 리모컨은 탐이 날 정도로
멋지다.
수입원 – 디앤엠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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