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메리디안 오디오는 자사의 차세대 DAC인 울트라 DAC을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 선보이려고 했다. 하지만 2%가 마무리 안된 시점에서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부 결론으로 소개되지 못했다. 완성되지 않은 컨셉 제품을 시연하고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다른 회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2016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를 마치고 가장 먼저 메리디안
오디오를 방문했던 이는 바로 나였다. 그 당시 파이널 버전이 나왔고 전 세계 리뷰어 중 내가 가장 먼저
울트라 DAC을 청음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
나는 메리디안의 기술력을 인정하는 편이었고 그 이유는 밥 스튜어트라는 인물 때문이었다. 완성도가 무척 높은 소리였지만 내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울트라 DAC은 달랐다. 충격적이었다.
현재 밥 스튜어트는 정확히 메리디안 소속은 아니다. 그는 MQA 포맷을 위해 MQA라는 독립 회사를 창업해 그 일에 전념하고
있다. 물론 메리디안 본사와 MQA 본사는 하나의 사옥에서
나뉘어져 있다. MQA쪽 보안은 장난이 아니었다. 다행히
출근하는 밥 스튜어트를 만나 바쁜 스케쥴을 지내고 있는 그와 유익한 대화들을 많이 나눌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화는 왜 포맷의 이름을 Master Quality Authenticated(MQA)으로
지었느냐고 물었고 다른 것은 가짜라는 것이냐 라고 물었다. 여기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에 소개된 울트라 DAC은 상당히 참신한 최신 DAC이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메리디안이 확고하게 추구했던 레이아웃에서
탈피한 좀 더 설득력 있는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참고로 디지털 소스기기에서 기술력을 논할 때 메리디안은
절대 빠질 수 없는 메이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울트라 DAC이 크게 주목 받는 이유는 MQA 재생 때문이다. 그리고 CD 플레이어
기능을 제외하고 DAC에 집중하게 되었다는 점. 과거에 옵션으로
선택 가능했던 부분들이 기본 옵션으로 채용되었다는 점이 있다.
울트라 DAC은 압도적으로 낮은 노이즈를 실현하기 위해 디자인을
탈바꿈 했다. 예를 들자면 듀얼 모노 DAC이다. 이렇게 진화된 레이아웃을 가질 수 있게 된 결정적 계기는 울트라 DAC 개발
프로젝트를 메리디안의 현 부사장인 리차드씨가 진행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밥 스튜어트도 참여했다. 그 이유는 울트라 DAC이 결국은 MQA 재생에 레퍼런스 기기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울트라 DAC은 이전 시리즈와 외관은 비슷하지만 색상이 단일화 되어 차별화를 이룬다>
듀얼 DAC 디자인은 메리디안이 울트라 DAC에 처음 도입한 기술이다. 결과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듀얼 모노 개념과는 조금 다른 것이다. 단순히 회로를 나눠 회로간의 간섭을 피한 것이 아니라
여기엔 독립된 전원이 입력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드라이브 안정성도 훨씬 개선되며 때문에 음의 분리도
뿐 아니라 재생음의 전 대역에 힘이 생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듀얼 DAC에 초점은 분리된 개별적 전원 공급에 있다고 봐야 한다.
울트라 DAC에서 높게 평가하는 부분과 이것이 내 취향 안으로
들어왔다고 평가하는 부분이 불필요한 디지털 출력 장치를 제외하고 그 자리를 아날로그 품질을 끌어 올리는데 할당했다는 것이다. 과거에 메리디안 제품들은 오디오파일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했지만 울트라 DAC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음악 신호를 워낙 잘 다루는 회사가 이런 내용보다 아날로그에 충실했다는
것은 그만큼 트렌드를 따라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울트라 DAC의 아주 작은 변화에 지나지 않는다. 울트라 DAC은 이전 버전과 외형만 비슷할 뿐 풀 체인지에 가까운
변화와 기술을 집약하고 있다.
예를 들면 DSD 재생과 같은 부분이다. 최근 들어 DSD 재생은 점점 관심에서 벗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고해상도 음원이 PCM으로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리디안은 디지털 포맷 재생의 결정체가 되고자 DSD 재생에도
특화되어 있다.
이것은 멀티비트 모듈레이터에 의해 이뤄진다. 여기서 메리디안만의
아주 특화되어 있는 디더링 기술이 크게 작용하는데 (디더링에 대해서는 글의 뒤에서 더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여기서 DSD 재생에는 디더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멀티비트 모듈레이터에 의해 DXD 수준의 음질을 구현하는데
울트라 DAC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직까지도 DSD 재생에 관해서 DoP냐 네이티브 방식이냐를 따지는 이들도 있는데 같은 의미이며 이제는 불완전한 DSD 포맷을 어떤 식으로 음질 향상을 이룰 것이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DSD 재생 가능한 다른 DAC에 비해 극단적으로 짧은 임펄스를 구현한다. 사실 DSD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포맷이기도 하다. CD에 비해 20kHz에서 100kHz에 이르는 주파수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과장된 부분으로 20kHz가 넘어서부터 급격한 노이즈 레벨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진은 울트라 DAC 프로젝트를 완성시킨 인물로 메리디안의 현 부사장인 리차드씨이다>
소니의 공식 설명서인 스칼렛 북에서도 50kHz에서 시작되는
3차 로우패스 필터를 지정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실제 DSD에서 사용 가능한 주파수는 30kHz 이상이지만 더 이상 확장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CD보다 정보가 많고 고해상도 음원에 필적하기 때문에
많은 DAC들이 재생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울트라
DAC은 무척 짧은 임펄스 반응을 가지게 된다. 이것은 메리디안이
DSD를 위해 고안한 디지털 필터를 적용한 것으로 좀 더 풍성한 소리결과 더불어 음을 좀 더 디테일하게
묘사할 수 있게 만든다. DSD 재생에서 수준을 한 차원 더 끌어 올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메리디안이 추구하는 디더링이란 기술은 무엇일까? 메리디안의
디지털 소스에 대한 기술력의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이다. 최근 들어 디지털
소스기기에는 스펙이 오디오파일을 이끄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32비트 DAC이라는
것도 들어 보았을 것이고 샘플링 레이트가 768kHz에 이르는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는 문구도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미래를 위해 검증도 안된 스펙을 지향해 이를 선택하는 오디오파일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한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인데 32비트 녹음이라는 것 자체가 아주 훌륭한 스튜디오에서 이뤄진 녹음이라도 32비트 수준에 S/N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32비트 디코딩이 가능한 DAC이라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론 무의미 하다고 봐야 한다.
이것에 반대되는 것이 바로 울트라 DAC에 디더링 기술이다. 디더링이란 일반적으로 낮은 해상도를 보완하기 위해 양자화를 이룰 때 여기서 발생하는 에러를 보완하기 위해 디더를
추가해 품질을 끌어 올리는 기술을 말한다. 우리가 흔하게 디더링이란 용어를 접할 수 있는 곳은 그래픽과
관련된 쪽인데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을 업샘플링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디더링에는 일정한
규칙이 존재하는데 결과적으로 본래의 데이터에서 데이터를 양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수신부 쪽에서 인식하지 못하도록 디더를 추가하는 작업이다. 쉽게 얘기해 16비트 음원을 24비트로
표현할 때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에 대해 근사치를 입력하는 것으로 좀 더 향상된 재생음을 느낄 수 있다.
이에 대한 알고리즘은 메리디안이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음은 물론이며 이런 디더링 기술은 실제 음반을 제작할
때 마스터링 과정에서도 사용되는 중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메리디안은 어떠한 장르의 음악인지
따질 필요 없이 레코드를 기반으로 음질을 향상시켜 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부분들이 있는데 기존 데이터에 비해 더 큰 데이터를 만들어 주었을 때 원래
포함되어 있던 왜곡과 음의 신호를 정확하게 유지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예전부터 메리디안이 추구해온 음색의 바탕이 되는 기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이 DXD와 DSD128 재생 시대가
열리면서 한 단계 더 발전된 디더링 기술과 맞물리면서 울트라 DAC에 적용된 것이다. 그러니까 이전 세대와 음질 격차를 더욱 벌리게 된 것도 단순히 상위 스펙에 음원 포맷만을 지원해서 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 소스기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바로 클럭 시스템이다.
분리형 디지털 소스기기를 사용해 좋은 점이 있다면 전원부가 분리되었다는 점이다. 단점을
꼽는다면 각 컴포넌트들을 연결하는 선이 존재해 왜곡을 더한다는 것이다.
울트라 DAC은 하나의 섀시 형태로 제작 되었지만 레이아웃은
격리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클럭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클럭
설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원의 질과 동작 온도가 된다. 요즘 클럭 시스템을 디자인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낮은 페이즈 노이즈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질이 좋은 전원부를 탑재하여
고전류 회로를 사용하는 것인데 여기까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더라도 대부분의 DAC 메이커들은 PLL(Phase Lock Loop) 회로를 사용한다.
<울트라 DAC을 장시간 집에서 테스트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파워앰프와 직결 성능이나 커스텀 PC와 연결된 USB 오디오 성능, 그리고 ID41에 의한 이더넷 입력등 유감없이 체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메리디안은 이를 FIFO(First In First Out) 구조로
개량해 사용한다. PLL을 완전히 대체해버린 회로로써 극단적으로 낮은 지터(0.5Hz 이하)를 유지할 수 있는데 이는 디지털 녹음의 각 샘플이
반드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야만 하는데 이 타이밍이 흐트러지게 되면 이것이 지터로 작용돼 음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이 타이밍이 가장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곳이 광학 미디어를 읽을 때인데 FIFO를 설치해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FIFO 기술은 완벽한 타이밍을 이뤄내며 이것은 PLL 방식과 장/단점이 있겠지만 메리디안은 PLL을 계량시키는 방법 대신 완전한 대체를 선택해 음질 향상을 이뤄내고 있다.
그렇다면 울트라 DAC이 가지는 음질은 어떨까? 이전의 메리디안 제품들을 생각하면 안 된다. 울트라 DAC은 USB 오디오 입력과 더불어 ID41(이더넷 입력)이라는 카드가 장착되어 있다. (울트라 DAC의 이해를 위해 조금 복잡하지만 상세한 설명을 위해
개념도를 직접 만들다. 이를 참조하면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모든 디지털 입력에 대해서는 프리 스케일 회로를 거치도록 설계되어 있다. USB 오디오 입력과 이더넷
입력은 사실상 개별적인 회로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울트라 DAC은 ID41에서
획기적인 음질을 구현하고 있다. 쉽게 네트워크 방식인데 흔히 메리디안 제품들과 연결할 수 있는 구조이다. 하지만 Roon을 이용한다면 ID41
카드를 인식하고 동시에 거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며 메리디안 제품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힘이 확실히 실린 재생음을 구현한다.
이는 흔히 얼티밋 그레이드라고 설명하는 소스기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이다. 힘을 바탕으로 하지만 메리디안이 가지고 있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음색은 그대로 재현된다. 내가 그간 메리디안의 소스기기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완성도 높은 디지털 소스기기가 가진 힘에
아쉬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트라 DAC에선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특히 힐러리 한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 마이너 작품번호 64. 1악장 독주로 시작하는 서주의 연주로 명확한 평이 가능하다. 시스템의
완성도에 따라 현의 묘사가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이 곡은. 답답하거나 미려하지 못하거나 고역이 둔하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다.
<울트라 DAC의 후면, 분리된 아날로그 출력과 다양한 디지털 입력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표현이 정확한 시스템에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현악의 표현에 모든 경계선 사이에서 기민하게 펼쳐진다. 선이 무척 얇은 듯 하지만 고역과 중고역의 에너지가 흐트러지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앞서 언급한대로 답답하거나 미려하지 못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하지만 이 조차도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수천 만원을 호가하는
많은 플레이어들을 경험했다. 반대로 지나칠 정도로 자극적인 소스기기들도 많이 경험했다.
하지만 울트라 DAC은 그 중심에서 정확하게 그려내 준다.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디지털 소스기기가 가장 중요한 것은 스피커의 콘을 움직이는 아날로그 신호가 시작하는 첫
단이기 때문에 음악성이 소스기기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드디어 나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는 메리디안 소스기기와의 첫 만남이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오래 전부터 메리디안 소스기기를 리뷰할 기회도 있었으나 다루지 않았던 것은 내 취향과 다소 거리가 있었기
때문인데 울트라 DAC의 진화는 놀랍고도 반가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끝으로 울트라 DAC에서 MQA
재생을 위해 무엇이 특화되어있는지 궁금할 것인데 아웃풋 스테이지에 Hierarchical
Converter Technology가 탑재되어 있어 MQA 포맷의 핵심이 되는 시간 영역의
보정과 더불어 노이즈 플로어의 효과적인 제어가 완벽하게 처리된다.
한마디로 MQA 재생을 위한 레퍼런스 플레이어가 바로 울트라
DAC이다.
수입원 – (주)케이원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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