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를 표방하는 북쉘프 스피커들이 수 많은 스피커 메이커에서 생산되고 있다. 정확히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추측컨대 제한적인 공간에서 빼어난 재생음을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거실은 말 그대로 가족과 함께 하는 공간이니 자신만의 리스닝 룸을 구축하기 위해
가장 작은 방에 꾸미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서 일 것이다. 또 대도시의 집 값을 생각해 보면 하이파이
리스닝 룸을 큰 공간을 할애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장착된 북쉘프 스피커가 생산되고 있으며 북쉘프 스피커가 과거와는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물론 스피커 제조사 입장에서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를 제작하는 것 보다 북쉘프
스피커를 제작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이를 선호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북쉘프 스피커들은 미적인 부분에서도 크게 각광 받는다. 북쉘프
스피커를 올려놓는 스탠드의 고급화와 더불어 동적인 느낌의 디자인도 전용 스탠드를 통해서 이뤄낸다.
북쉘프 스피커가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에 비해 단점만 존재할 것 같지만 장점도 존재한다. 일반적인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는 보통 3웨이다. 크로스오버 포인트가 2곳이나 존재하는데 이들 구간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또 3웨이 구조 특성상 패시브 크로스오버
구성 때문에 중역에서의 신호 손실은 불가피하다.
그에 비해 북쉘프 스피커는 보통 2웨이 구조를 가지고 있다. 크로스오버 설계가 3웨이에 비해 한결 수월하다. 하지만 진동판의 면적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큰 저음을 내기란 쉽지 않고 큰 볼륨에서 깊은 저음을 얻기 위해 콘의
진폭이 커질 수 밖에 없어 많은 디스토션을 유발한다.
결국 북쉘프는 이런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쉘프 스피커는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왜냐면 많은 이들로 하여금 선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게 성향이든 아니면 환경의 문제이든 말이다.
오늘 리뷰할 제품인 자비안의 프리미오 북쉘프 스피커는 일반적인 북쉘프 스피커보다 확실히 제품 등급이 높고
묘한 매력을 가진 스피커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자비안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있다. 자비안은 체코 프라하에 위치한 스피커 메이커이다. 하지만 자비안의
대표이자 치프 엔지니어인 로베르토 바르레타씨는 이태리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제품 곳곳에서 이탈리안의
향이 배여있다.
물론 그가 프라하를 워낙 좋아하며 유럽 제품의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으면서도 유럽의 살벌한 물가를 벗어나
합리적인 가격에 스피커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임은 분명하다. 아무튼 최근 생산되는 자비안의 스피커의
아이덴티티에서 체코보다는 이태리의 숨결이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사실이다.
솔리드 우드를 사용한 북쉘프 스피커
HiFi.CO.KR 스피커를 리뷰 할 때 종종 스피커 제작에
캐비닛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캐비닛은 울림통이 아니며 그렇지만 필연적으로 작던 크던
울림이 발생하기 때문에 재질에 따라 발생되는 미묘한 왜곡들이 음의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고.
우리가 캐비닛 소재로써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가 MDF인데
이상적이지 않다. 통 울림이 많고 많은 공진에 노출된다. 단지
원가가 저렴하고 가공하기 좋은 소재일 뿐이다. 이는 제조사에게만 좋은 조건이 된다.
물론 MDF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아주 두터운 패널을 사용해
스피커가 제작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다소 특성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MDF가 무조건 이상적이지 않은 특성의 소재라고는 말할 수 없기도 하다.
자비안의 프리미오는 솔리드 우드로 제작된다. 그래서 일반적인
MDF가 사용되는 스피커와 접합 방식이 다소 다르다. 그리고
북쉘프로써는 이례적인 23mm의 두께를 가진 패널이 사용된다. 솔리드
우드 패널을 사용한다 할지라도 공진에 노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솔리드 우드는 MDF에 비해 제한적이며 훨씬 이상적은 특성을 지니고 있고 23mm의
두께라면 이것은 통 울림을 억제하기 위해 상당히 애를 썼다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스피커와는 다르게 중저음에 상당한 양감을 가지고 있지만 솔리드 우드 캐비닛 특성이 나타나 무척
단단하게 표현된다.
사실 통 울림은 음에 무척 좋지 않은 영향을 나타낸다. 이를테면
어떤 통 울림은 저음의 양감을 깎아먹는다. 또 어떤 통 울림은 저음의 양감을 부풀리기도 한다. 이것은 위상과도 연관이 깊은데 공진으로 인해 캐비닛이 소리를 내는 진동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끔 소리를 울림통이라 이야기 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다. 이미
악기의 통 울림이 마이크를 통해 녹음돼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스피커 캐비닛에 의해 더해지면 이것이
굉장한 착색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리미오의 경우 앞서 언급한 문제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7인치의 오디오바르레타 드라이버를 채용
최근엔 수 많은 스피커 메이커들이 자사제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이버 제작은 모든 스피커 제작자의 꿈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프리미오엔 오디오바르레타라고
명명된 로베르토 바르레타가 설계한 7인치 미드/우퍼가 탑재되어
있다. 북쉘프 스피커에서 우퍼의 구경은 무척 중요하다. 이유는
미드/우퍼 드라이버가 보다 나은 저음을 내기 위해선 하이 프리퀀시 재생에 제약이 따르거나 어려움이 따르고
이를 보완하고자 한다면 낮은 저음을 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하이파이 제조사들은 6.5인치 우퍼 또는 7인치 우퍼를 사용한다. 7인치는 어찌 보면 마지노선이라고 볼 수 있고
이보다 더 큰 미드/우퍼를 사용하는 메이커도 아주 가끔 있지만 미드우퍼의 하이 프리퀀시 재생보단 저음의
양감을 중시했다고 볼 수 있다.
미드/우퍼는 중역에서 저역까지 커버한다. 그런데 중역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목소리는 아니다. 우리가
중/고역이라고 인지할 수도 있는 삐~~~ 대역인데 방송사가
정기방송을 마치고 시험방송 때 송출하는 음이 1kHz 대역이다. 만약
8인치 미드/우퍼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크로스오버에서 -6dB/OCT의 1차 필터링을 사용한다면 하이 프리퀀시의 원활한 재생은
더 어려워진다.
하이엔드 오디오를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그다지 바람직하진 않는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마지노선은 7인치라고 생각한다. 물론 7인치 미드/우퍼 드라이버도 설계에 따라 완성도는 크게 달라진다.
프리미오의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2,490Hz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2,500Hz도 아닌 2,490Hz이다. 설계자인 로베르토 바르레타가 이 차이도 내 귀에는
재생음의 품질의 차이를 인지해서 이렇게 설계했다라고 하면 할 이야긴 없지만 무척 흥미로운 숫자이긴 하다.
아무튼 오디오 바르레타 7인치 미드/우퍼에서 하이 프리퀀시의 보다 원활한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진동판을 가볍고 좀 더 견고하게 설계했다. 합성 페이퍼 진동판이다. 한 가지 의미를 두자면 이는 좀 더 낮은
저역을 드라이버를 통해 얻으면서도 보다 이상적인 하이 프리퀀시 반응을 얻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드라이버를
테스트 하면서 원래 2,500Hz로 설정하려 했던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2,490Hz로 설정한 것 같다. 10Hz 차이지만 이는 철저하게 귀로
듣고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오디오바르레타 7인치 미드/우퍼
드라이버는 프리미오 캐비닛과 결합되어 -3dB에서 36Hz에
저음을 재생할 수 있다. 이는 북쉘프로써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낮은 음을 재생하는 것이다. 실제 36Hz의 저음은 굉장히 큰 에너지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보다 강력한 자력을 바탕으로 한 모터 시스템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큰 진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 스피커의
능률은 8옴에 1와트를 입력했을 때 87dB이다. 이는 능률을 희생해서라도 좀 더 큰 저음을 내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 조차도 많은 고민 끝에 내린 설계자의 판단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86dB도 88dB도 아닌 모호한 숫자이다. 저능률이라 부르기 어렵게 말이다.
정성 들여 설계한 티가 여러 곳에서 나는 재생음 전기적 측정 보단 철저하게 귀로 튜닝된 재생음
프리미오 스피커를 본격적으로 청음하기 이전에 수입사를 통해 신선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로베르타 바르레타라는 사람은 오직 클래시컬 뮤직을 통해 스피커를 튜닝한다는 것이었다. 보다 폭넓은 장르 커버를 위해 재즈나 팝 계열의 음악도 사용해줄 것을 부탁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는 것이다.
보통 리뷰 이전에 이런 사실을 귀띔 해주는 경우는 없는데 흥미로웠다. 그래서
얼마나 클래시컬 뮤직을 잘 재생하는지 들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흥미로웠다. 첫 음에서부터 말이다. 분명 소프트 돔 트위터인데 음악을 듣는 내내 금속 트위터의 샤프함이 묻어 나왔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2웨이 북쉘프라고 하기엔 배음의 표현도 나쁘지
않았다. 신기한 것은 그 배음에 묘한 펄감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소프트
돔 타입의 트위터에선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잔향의 색채를 뿜어냈다.
이것은 자비안 스스로 Fase Zero라고 일컫는 문도로프사의
캐패시터와 결합 돼 나타나는 묘한 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착색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겠지만 생각 이상의
중독성도 지니고 있다. 이런 성향을 가진 북쉘프 스피커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프리미오는 중고음 부에서 스트링 계열의 악기에서 무척 또렷한 느낌을 전달해 준다. 이것은 팽팽하다는 느낌과 다소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레코드 재생을 바꿔보았다. 보컬 곡으로 말이다. 그런데 처음 로베르트 바르레타가 클래시컬 뮤직으로만 스피커를 튜닝한다는 이야기가 무색할 정도로 뛰어난 보컬의
묘사가 이뤄졌다. 여기선 고역이 다소 어두은 느낌이 짙게 깔려 있었지만 이는 음의 명암을 높이기 위해
의도한 결과가 아닌가 싶었다. 그 경계선이 이러한 특징을 쉽게 간파하지 못할 정도로 치밀하게 돼 있는
느낌이었다.
중저음의 양감 역시 상당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솔리드 우드 캐비닛 특성으로 기본적으로 상당히 타이트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리뷰를 위해 8옴에서 300와트 출력을 내는 앰프가 사용 되었지만 전원부 구성이 점 더 좋은 파워앰프로 드라이브 한다면 체급을 넘어서는
저음의 양감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묘한 튜닝은 악기의 음색 차이를 또렷하게 표현해준다. 특히
여러 기타 연주에서는 이렇게 밝게 표현되는 광채를 오랜만에 경험해 봤다. 하지만 프리미오의 종합적인
성향은 그렇게 밝지 않은 스피커라는데 있다.
이는 자비안의 플랫폼으로 최근 유행하는 재생음을 담기 위해 노력한 티가 난다.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채용한 북쉘프 스피커와 1대1로 비교하면 해상력등 몇 가지 관련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느낌을 받겠지만 프리미오 스피커만 단독으로 들어보면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유사한 인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프리미오는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갖지 못하는 중후한 질감 표현 등이 가능하다. 들으면 들을수록 스트링 계열의 악기의 선이 음마다 명확하게 표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는 그만큼 선명하게
표현된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묘하게 어두운 고역으로 인해 명암이 더욱 또렷해지기 때문인
듯 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자신이 설계한 드라이버와 크로스오버 회로가 만들어낸 재생음의 결과로
판단 되었다. 하지만 프리미오의 이런 특성을 분명 묘한 착색이 있다라고 이야기 하는 이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상당한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구현 가능한 점이라 이야기 해주고 싶다.. 아니면 그만큼 경험이
많거나.
확실한 것은 이런 성향의 북쉘프 스피커에 열광하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대출력 파워앰프를 연결해 다소 작은 볼륨으로 음악을 듣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 적이 있다. 그들이
어떠한 재생음에서 쾌감을 드러내는지도 나도 경험해 보았고 충분히 납득 가능한 부분들이 있다.
어떤 면에선 이것이 레코드 재생의 매력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미음이 프리미오에선 펼쳐진다.
수입원 – (주)다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