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많은 얼티밋 급의 스피커가 여러 곳에서 발매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말이다. 나는 누구보다 하이엔드 오디오에 대하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음악을 좋아하고 고인이 된 많은 아티스트들의 남긴 유산을 가능한 리얼하게
재생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열되는 분위기는 과히 좋아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이들 스피커가 어떤 기술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의 가치는 어떠한지를 따지는 일이다. 물론
안타깝게도 아직은 까는 리뷰를 작성할 수 없지만 내 글의 패턴을 이해하고 잘 들여다 보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잘 나타나 있다.
내 해외 제조사 첫 순방지가 피에가였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피에가는 마치 놀림이라도 받듯 발음상 ‘피해가’ 스피커라고
부르던 이들도 있었다. 추측컨데 그들은 피에가 스피커의 경험이 전무했을 것이다. 그저 금속 캐비닛이 한국에선 절대 통하지 않는 시절에 생김새만으로 차가운 이미지 때문에 차가운 스피커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발음상 피에가 스피커를 그렇게 취급했을 것이다.
물론 나 조차도 피에가 스피커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첫
순방지였음에도 불구하고 거길 꼭 가야하냐고 수입원에 되묻기까지 했다. 하지만 곧 그 일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에 대해 진지하게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한국에 귀국한지 얼마 안돼 나는 당시
그들의 레퍼런스 모델이었던 마스터–원을 들이게 된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마스터–원은 정말 대단한 스피커였다. 적어도 피에가의 공동 창업자이자 1세대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레오와
쿠르트에 의해 완성된 스피커들은 저마다 분명한 정체성을 갖췄고 좋은 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원가 상승을 유도하는 불필요한 사치성 치레는 없었다. 항상 갖는 생각이지만 피에가는 스위스 메이드라기 보단 저머니 메이드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물론 스위스 느낌이 나는 부분들이 있긴 하다.
<독일 뮌헨에
세팅되어 있던 MLS2의 모습, 아직도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그들은 마스터–원 이후에 엄청난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데
바로 Master Line Source(MLS)라는 스피커이다. 10인치
우퍼(사실 9인치에 가깝다)
6발의 맘베이스를 탑재해 믿기 힘든 저음을 분출해 낸다. 참고로 나는 MLS를 피에가 시청실에서 직접 청음 한적이 있다. 여기에 엄청난 질량의
알루미늄 패널에 그들이 자랑하는 플랫 패널 드라이버 여러 개를 수직으로 나열해 라인 소스 형태의 스피커로 완성시켰다. 두 개의 타워 형태로 완성된 스피커였다.
그야말로 피에가를 상징하며 표현하는 스피커였다. 고역과 중역의
해상력은 다이아몬드 진동판이 아닌 스피커에서 이토록 투명한 음을 경험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순간 마음속으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에너지를 뿜어내는 저역을 내 공간에서 잘
컨트롤 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교차하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MLS는 정말 대단한 스피커였다.
그런데 2년 후 MLS의
다음 모델을 발표하게 된다. Master Line Source 2이다.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후속 모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2라는 숫자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현재도 레퍼런스 모델은 MLS이며 MLS2는 원가를 절감하여 원 캐비닛 형태로 MLS의 기술을 접목시킨
스피커이다. 하지만 내용은 조금 다르다.
그렇다면 MLS2는 어떻게 MLS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작할 수 있었을까? MLS는 2개의
타워 형태로 디자인된 스피커였다. 하나는 엄청난 두께와 무게를 자랑하는 알루미늄 패널에 12개의 트위터를 수직으로 나열시켰고 9개의 미드레인지를 나열시켰다. 키 175cm에 폭 44cm, 깊이
3cm짜리 패널이니 무게는 상상에 맡긴다. 다이폴 형식의
디자인이었기 44cm에 이르는 폭이 필요했다.
하지만 MLS2는 제한적으로 전면 배플만 알루미늄 패널로 제작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MLS2는 12개의 트위터 드라이버와 9개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가 탑재되어 엄청난
가격표가 붙을 수 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했지만 MLS2는 MLS2만을
위해 기존 C1 드라이버에서 트위터를 수직으로 확장하는 선에서 개량해 라인소스 드라이버를 완성했으며
MLS2에 4개를 포진시켰다.
<MLS2엔 기존 C1을 기반으로 고역 진동판을 수직으로 확장시켜 라인 소스 드라이버로 개량해 사용된다>
그 외에도 저음부를 담당하는 우퍼 타워 대신 캐비닛 아래쪽에 9인치
더블 우퍼와 2개의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설치하여 MLS와
비슷한 정체성을 가진 원–캐비닛 형태의 스피커로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9,000만원이란 가격이 절대 저렴하다고 이야기 할 수 없지만
MLS2는 MLS에 비해 부담을 훨씬 줄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분명 체급에서도 MLS에 비해 한 체급 정도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플랫패널 드라이버에 의한 라인소스 스피커라는 매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라인소스 스피커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아봐야 한다.
흔히 돔이나 역돔 형태의 트위터 1개가 장착된 스피커를 포인트 소스 스피커라고 한다. 포인트 소스 스피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윗스팟을 리스너에 귀에 맞추는 일이다. 흔히 말하는 Axis(축)이 15도 범위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라인소스는 생김새와 마찬가지로 트위터가 수직으로 길게 배열되어 있다. 트위터 뿐 아니라 미드레인지까지도 길게 배열되어야 한다. 단, 우퍼의 경우 길게 배열될 필요는 없다. 그 이유는 저음은 지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세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포인트 소스 스피커처럼 토인 범위가 무척 중요하지만 라인 소스 스피커는 이론적으로
앉으나 서나 같은 정위감을 느낄 수 있다.
이게 바로 흔히 라인 소스 스피커를 설명할 때 꺼내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무척 올드 버전이다.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에서 그것도 얼티밋 급에서 라인 소스 디자인이
많아졌다. 왜일까?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하이엔드 스피커에선 디스토션을 극단적으로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선 두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진동판의 크기를 늘리는
것이다. 이론적으론 같은 양의 공기를 파동시키는데 훨씬 적은 움직임이로도 가능하다. 두 번째 경우는 상대적으로 좁은 면적의 진동판을 가진 드라이버 여러 개를 사용하는 것이다.
<시어스에서 제작된 9인치 UHQD 우퍼>
첫 번째의 경우는 물리적인 법칙 때문에 스피드가 떨어져 4웨이나
5웨이에서 구현할 수 있지만 두 번째 경우는 3웨이에서도
얼마든지 디스토션을 낮춰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흔히 MTM이라고 불리는 가상 동축형 스피커가 음질적인 면에서
정위감 이외에도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디스토션 레벨이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이다. 라인 소스 스피커는
이와 같은 형태의 극적인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스피커 디자인만으로도 더 깨끗한 고역과 중역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MLS2의 디자인의 기본적 기초는 여기에 있다.
그런데 MLS2는 여기에 장점과 단점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다. 장점은 라인 소스 스피커이면서도 다이폴 형태의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소리가 앞으로도 나오지만 뒤로도 나온다. 다이폴 형태의 스피커는 아주 광범위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완성해낸다.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말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대로 저음은 지향성을 거의 가지지 않는다. 특정 이하의 주파수의 경우는 지향성이 없다. 저음의 전면뿐 아니라 스피커 뒤로도 그 에너지가 울려 퍼진다.
그런데 고/중역이 전면뿐 아니라 후면으로도 방사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앞서 언급한 저음 특성과 맞춰져 더 광범위하게 소리가 맺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선 얘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될 수도 있다. MLS2가
전/후면으로 방사하는 음은 정확히 180도 위상 차이가 나는
신호이다. 이 둘이 만나면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지향 범위가 상대적은 좁은 어퍼–미드 이상의 대역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이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앞서 MLS의 경우 메인 스피커의 폭이 44cm이고 미드레인지가 정 가운데 포진한 이유도 정확한 계산에 의해 이런 오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후면에 위치한 패시브 라디에이터 우퍼>
이 문제를 MLS2는 후면에 그들 스스로 어쿠스틱 렌즈라 불리는
웨이브 가이드를 후면에 (마치 갈비대 같이 생긴 부분)장착해
해결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주파수를 필터링하고 지향 범위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렇듯 MLS와 비슷한 기능성을 갖추면서도 서로 다른 방법으로 유사한
효과를 MLS2에서 갖추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MLS2는 일반적인 스피커와 디자인이 무척 다른 스피커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어려울 것은 없다. MLS의 경우엔
엄청난 물량 투입과 현대 기술로 이뤄낸 전통적인 라인 소스 스피커이다. 상대적으로 뒷벽과의 거리도 많이
필요하다. 최소 1.5미터 이상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MLS2는 MLS에
비해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대신 이보다 좀 더 벽에 가까워도 된다. 물론 MLS2 역시 뒷 공간이 여유 있을수록 좋다. 리스닝 룸 환경과 세팅이
받쳐준다면 라인 소스와 다이폴이 결합된 MLS2에서 극적인 사운드 스테이지를 연출할 가능성은 무척 크다.
그렇다면 MLS2의 소리는 어떨까? 나는 피에가 MLS2를 진득하게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국내 보다 독일 뮌헨에서 들었던 소리를 좀 더 비중 있게 얘기하려 한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지만 그곳 샵 종사자들은 내게 조언을 구했고 함께 MLS2의 효율을 좀 더 극대화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MLS 청음 하던 때를 떠올리며 비교하게 되었다.
MLS2는 이전 피에가와 분명히 구분 되는 다음 세대의 음색을
가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전 세대의 음색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MLS와는 음색이 분명히 구분 된다. 참고로 MLS는 마스터–원과
공통적인 특징이 많다. 예를 들면 유닛 구성등에서 말이다.
MLS2에 와선 우퍼가 교체 되었다. UHQD라고 명명된 9인치 우퍼이다. 이 우퍼는 시어스의 제품으로 저음 특성이 캐비닛이 MDF로 교체
되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어택감을 조금 상실하면서 대신 풍성한 저음을 갖췄다. 물론 이 정도는 거대한
전원부를 가진 대출력 파워앰프에 의해 좀 더 타이트한 중저음을 만들 수 있으리라 본다.
<후면에 부착된 어쿠스틱 렌즈, 이를 통해 제한이 따르는 환경에서도 좋은 특성을 유지해 낸다>
하지만 고역의 끝이 무척 부드럽고 윤기가 더해진 느낌이다. 고역의
끝이 쭈뼛한 맛은 사라졌다. 이 느낌은 마치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유사한 느낌도 갖게 하는데 차이가 있다면
다이아몬드 트위터는 초고역에 이르기까지 에너지의 리니어리티가 보존되지만 MLS2의 새로운 라인 소스
플랫 드라이버는 이런 느낌이 덜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확실히 음은 부드러운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저음에
있어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는 양감을 제외한다면 위화감이 무척 좋은 스피커라고 판단할 수 있다. 다만
해상력을 독할 정도로 따지는 이들이라면 바이–와이어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
생각해 보면 MLS2는 분명 환경이나 세팅을 까탈스럽게 따질듯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지만 일반적인 환경에서도 그리 까다롭게 굴지 않는다는 점이 높게 평가할 만 하다.
MLS2는 분명 부드럽고 온화한 음색으로 튜닝 된 스피커이다. 가끔은 녹음의 문제로 귀에 자극을 주는 경우가 있다. 요즘 스피커들이
극한의 해상력을 추구하기 위한 디자인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아서인데 MLS2는 이런 자극 조차도 부드럽게
감싸는 매력이 있다. 분명한 것은 이는 해상력이 부족해서도 또 착색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시청회에서 강연자로 나서는 일이 많은 편으로 항상 그곳에서 피에르 불레즈 지휘의 스트라빈스키 불새를
재생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재생하지 않는다. 장점 보단 오히려 단점을 많이 노출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앨범은 시스템의 밸런스를 판단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단순히 음이 쏜다 그렇지 않다의 문제를 떠나)
하지만 MLS2는 이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데 큰 무리를
주지 않았다. 또한 다이나믹의 측면에서 9인치 더블 우퍼라는
점에 대해서 걱정할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9인치 더블 우퍼 반대편 쪽의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통해 저음의 양감을 극대화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수입원 – (주)샘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