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레빈슨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설레던 시절이 있었다. 마크 레빈슨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공교롭게도 No20.6이라는 파워앰프가 아닌 No.33L이었다. (참고로 맨 마지막에 붙는 L은 일본과 한국 지역에 수출되는 제품에만
붙어있다) 엄청난 크기에 무게에 놀랄 수 밖에 없었지만 그 모습이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마크 레빈슨 앓이.. 그리고 마크 레빈슨을 파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20번대 시리즈 모두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명기로 칭송 받던 No.20.6와 No23.5가 가진 소리의 매력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마크 레빈슨은 정교한 음이었다. 당시 라이벌은 크렐 정도였으나
크렐은 육중한 음의 분위기를 만들었던 것에 비해 마크 레빈슨은 무대에 펼쳐지는 악기 고유의 음색을 하나씩 세세하게 그려내는 느낌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공된 소리임에 분명했지만 시도는 확실했다.
이 자체만 하더라도 많은 오디오파일들에게 마크 레빈슨은 다르다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충분했을 것이다. 또한 A급 100와트
출력을 내던 No20.6는 호평 일색이었다. 심지어 다음
모델의 관건은 현재의 음색을 유지한 채 열만 잡으면 된다고 설명할 평론가가 있을 정도였다.
물론 이후 모두의 상상을 초월한 No33이 나와 마크 레빈슨은
우리를 또 한번 놀라게 했다.
<No536의 내부 구조, 효율적인 레이아웃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후 이렇다 할 파워앰프를 내놓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400번대
시리즈는 앞서 나가도 너무 앞서 나갔다. 멀티 채널에 대응하고자 했던 마드리갈은 여기서 패배의 쓴맛을
보아야만 했다.
이후 No53이 소개 되었고 마크 레빈슨은 다시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 10월
마크 레빈슨은 화려한 부활을 꿈꾸게 되며 새로운 R&D 엔지니어를 영입해 구성하게 된다. 여담이지만 국내 인터넷 검색 엔진을 통해 마크 레빈슨에 대해서 검색해 보면 잘못된 정보가 나온다. 새로운 R&D 팀의 수장으로 엉뚱한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데
그는 엔지니어가 아닌 마크 레빈슨의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하는 인물이다.
아무튼 이 프로젝트의 중요성은 400번대 시리즈에서 끊어진 마크
레빈슨의 전성기를 잇고자 하는데 있다. 그리고 새로운 R&D 팀의
리더는 타드라는 사람이 맡게 된다.
이들 R&D 팀의 새로운 작품은 No585 인티앰프가 된다. 인티그레이티드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 제품으로
USB 오디오 입력이 가능한 DAC를 탑재한 앰프이다.
그리고 이들의 두 번째 작품이 No536 파워앰프이다. 이미 500번대 시리즈에서 파워앰프를 발매한적이 있기 때문에 의아한
일이 될 수도 있는데 그만큼 마크 레빈슨은 명예 회복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No536 파워앰프는 모노럴 구성으로 추후 한 덩어리의
스테레오 파워앰프도 소개 될 것이다.
<대용량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에 선명하게 새겨진 ULTRA-LOW NOISE
그만큼 우수한 전원부를 가졌다>
No536은 새로워진 마크 레빈슨에서 무척 중요한 위치에 서
있다. 사실상의 탑 모델로 기존의 마크 레빈슨의 모든 것을 리뉴얼 했다.
첫 번째는 전원부와 증폭 방식의 변화이다. 초기 500번대 라인업만 하더라도 스위칭 전원부에 D급 증폭의 변화를 꾀하였다. 하지만 보수적 성향이 강한 오디오파일들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마크 레빈슨이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파급력이 상당했기 때문에 점차 이를 받아들이는 이들이 적진 않았다.
하지만 마크 레빈슨 입장에선 이를 기다리기란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다시 리니어 전원부와 AB급 증폭 방식을 채택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대 파워앰프가 가져야 할 덕목을 추구하기 위해 완전히 리뉴얼 되었다는 것이다. 변화하지 않은 것은 마크 레빈슨의 디자인 아이덴티티 뿐이다.
모노럴 구조의 No536 내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듯 ULTRA-LOW NOISE가 선명히 새겨진 대용량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확인할 수 있다. 특별한 권선 구조와 마크 레빈슨의 새로운 R&D팀이 기존의
마크 레빈슨이 가지고 있던 전통적인 음색을 구현하기 위해 코어를 새롭게 설계했다. 참고로 트랜스포머의
용량은 무려 1800VA에 이른다.
<No536의 출력부 회로
6패러럴 푸시풀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를 위해 100여개에 가까운 다른 성격의 코어를 통해 트랜스포머를
제작해 파워앰프 개발에 사용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마크 레빈슨의 No20.6 파워앰프의 장점과
No.33의 장점을 성공적으로 결합하는 것에 가장 큰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 판단이 된다.
여기에 전원부 구성 중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콘덴서 구조가 바뀌었다.
과거에 마크 레빈슨은 소수의 대용량 콘덴서를 통해 전원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No536 모노럴 파워앰프는 작은 용량의 콘덴서를 대량 사용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방식의 큰 차이로는 전자의 경우 저음의 여유로움을 실현할 수 있으나 저음의 응답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엔 상당히 빠른 저음의 응답을 얻어낼 수 있다. 부족한
콘덴서 용량은 확보된 내부 공간에 수 많은 콘덴서를 빼곡히 채움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No536은
채널당 무려 40개의 콘덴서(169,200uF)로 구성되어
있다.
이로 인해 No536은 현대 파워앰프가 반드시 갖춰야 할 저음
응답성을 개선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레이아웃 구조에서도 혁신을 가져왔다.
<No536의 대형 히트싱크, 그만큼 열 방출 능력이 빠르며 열 방출 능력이 빠를수록 열 흡수 능력도 높다>
최근 파워앰프는 극단적으로 짧은 회로 경로를 갖추는 것이 유행과도 같다.
유행이란 단어를 빌렸지만 필수적인 요소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회로의 경로가 길어질수록
증폭 과정이 길어질 수록 음은 정교해지지만 디스토션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사실 현재의 마크 레빈슨은 마드리갈에서 하만 산하로 넘어와 있지만 No20.6이나
No33과 관련된 모든 특허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회로를 리노베이션 하는 것 만으로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 회로를 개량해 나가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증폭부도 상당한 개선을 이뤄냈다. 브릿지 회로를 구현 6패러렐 푸시–풀 구조로 채널당 24개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로 구성되어 있다.
출력 트랜지스터 스펙을 감안할 때 8옴에서 400와트, 4옴에서 800와트
확실한 출력 실현을 위해 화려한 구성이라는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만큼 예전부터 마크 레빈슨은 확실하며 안정적인 동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높은 체결 신뢰도를 갖추고 있는 마크 레빈슨의 허리케인 단자>
그리고 AB 증폭 방식으로 돌아오면서 대형 히트싱크도 선보이게
되었다. 대출력에 상당한 발열이 예상되지만 공기와 닿는 면적을 최대한 넓힌 히트싱크 구조가 열을 상당히
억제하고 있는 느낌이다.
No536은 새로운 마크 레빈슨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파워앰프이다. 정확한 음색 파악을 위해 시청은 나의 시청실에서 이뤄졌다. 45.4kg에 이르는 한 덩어리 무게는 정말 욕을 부르기도 했지만 내 시청 공간에 놓인 No536의 자태는 그야 말로 적당히 점잖고 귀티 나는 신사를 접한 느낌마저 들었다. 블랙 & 화이트의 오묘한 색의 조화는 마크 레빈슨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살아있음을 실감케 했다.
시청을 위해서 피에가의 120.2 스피커와 윌슨 오디오의 알렉시아
스피커와 매칭할 수 있었다. 서로의 성격이 다른 스피커들이기 때문에 파워앰프의 성향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첫 음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전반적으로 온화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마크 레빈슨의 음색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청감상 S/N이 무척 뛰어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보통 이런 음색을 가진 파워앰프들의 공통된 특징은 소리가 멍청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No536은 그렇지 않았다. 음색의 온화함을 유지한 채 음의 분해력이 뛰어나며 동시에 이를 무기로 뛰어난 해상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순한 여자가 섹시미를 갖추기 쉽지 않고 섹시한 여자가 청순미를 갖추기 쉽지 않은데 온화한 음색과 선명한
해상력이 함께 구현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마크 레빈슨 No.536은
이 둘 사이에 적절한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
피아노 연주의 하모닉스나 바이올린 음색에서 무척 싱그러운 고역을 체험할 수 있는데 음악만을 듣고 판단했을
때 No536을 처음 기획할 때 의도가 잘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소리의 기본 바탕은 마드리갈 시절의 마크 레빈슨에 무척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전통흔 계승한 확실한 리뉴얼이다. 이는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니라
No536으로 음악을 듣는 내내 마크 레빈슨의 No20.6을
떠올리게 했다. 신기한 것은 마크 레빈슨 No20.6은 최소
1시간에 가까운 워밍업 시간이 지나야만 앰프 고유의 질감과 악기 저마다의 고유 음색이 표현되곤 했는데
No536은 20분이 지나면서 끈적한 소리를 들려준다.
아무래도 음악을 듣는 내내 No20.6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
것은 No536은 No20.6을 재해석한 파워앰프이기 때문에
가능했지 않나 싶다.
하지만 No.536은 No20.6을
초월하는 음악성을 지니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경험하지 못했던 음의 끈적거림이 정말 일품이었다. 사용된 프리앰프가 마크 레빈슨의 No52가 아닌 Ayre사의 KX-R Twenty였는데 이런 끈적거림은 KX-R Twenty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No536의 특성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시청은 나의 시청실에서 이뤄졌다. 사진으로 다시 보아도 No536은 정말 멋진 자태를 지니고 있다>
첼로 연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연주자를 불만하고 정말 끈적거린다. 하지만
음의 번짐은 전혀 없으며 상당히 선명하게 음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또한 현의 질감은 과장된 느낌이 없어
이에 따른 위화감이 전혀 없었다.
정말 이 같은 느낌은 순 A급
100와트 출력이 가능한 파워앰프에서나 느낄법한 음의 느낌이다. 물론 절대적인 비교에서
아쉬움을 표하자면 음이 이글거리는 느낌은 덜하지만 반대로 음의 흔들림은 전혀 없는 재생 음악을 연출한다.
음악을 듣는 내내 마드리갈 시절 마지막 레퍼런스였던 No.33 파워앰프를
청취했을 때 받았던 인상도 떠올릴 수 있었다. 이건 정숙한 배경 덕분일 것이다. 그만큼 No.536은 무척 뛰어난 S/N을 제공하는데 이건 분명 마크 레빈슨의 새로운 팀이 창조해낸 음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No536에 탑재된 전원부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존에 마크 레빈슨은 아론 PCB라
명명된 절연 능력이 뛰어난 특별한 PCB가 쓰이기도 했는데 새로운 마크 레빈슨의 R&D 팀은 제한된 제작 비용에서 효율성을 처음부터 검토해 이 비용이 전원부에 투입해 더 나은 음질을 구현한
것으로 판단 된다.
그만큼 마크 레빈슨의 새로운 R&D팀이 가졌던 중압감이
상당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일수도 있겠다. 확실히 No536의
기획 의도는 No20.6 파워앰프와 No.33 파워앰프의
현대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리뷰를 정리하다 보니 마치 이런 광고 카피가 떠오르게 만드는데 나 자신의 경쟁 상대는 나 자신일 뿐이라는
표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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