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도착했을 때 정말 놀랐던 것이 있다. 1월 한 겨울, 텍사스 보다 더 따뜻한 기온 때문이었다. 실제 텍사스도 따듯한 편이지만 1월 햇살 조차 조금 따가운 느낌이다. 하지만 LA는 그렇지 않았다. LA에 방문할 때 1년 내내 컨버터블 카에 루프를 열고 다닐 수 있고 테니스를 칠 수 있다는 말이 쉽게 믿겨지지 않았지만.. 진짜 그러했다.
사실 기후는 워낙 좋지만 이 주변은 사막이 많으며 물을 공급받을 곳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콜로라도로부터 물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 이후 세계에서 가장 기후가 좋은 주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캘리포니아라고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은 LA나 샌프란시스코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주도는 새크라멘토이다. 새크라멘토도 무척 아름답고 평온하다. 여기서 30분 정도 차로 이동하면 오번이라는 마을이
나온다. 비교적 인구가 적은 마을이긴 하지만 작은 규모의 공항이 있으며 19세기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 되었을 때 골드 러시 시대로 진입하게 되었는데 이곳 오번이 그 무대 중 하나였다.
이곳에 바로 패스 랩스가 위치하고 있다. 날씨가 좋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사실 많은 이들이 패스 랩스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인간이 모두를 알기란 불가능하다. 한 가지 언어를 능숙하게 표현하기도 쉽지 않은 마당에 두 가지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여러 하이파이 메이커를 방문하면서 그들마다의 기술이 있다. 많은 엔지니어들이 어떤 경계선을 넘으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하이파이 기사를 작성하는 나는 좋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어려움이 따르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내 글을 아무런 양해 없이 참조하고 도용하며 출처를 밝히지 않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런 문제가 계속되면 무언가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각설하고, 패스 랩스는 살아있는 전설적인 앰프 디자이너 넬슨 패스가 이끄는 회사이다. 사실 이상한 루머가 돌곤 했는데 패스 랩스의 대표는 넬슨 패스이다. 그는 성공한 앰프 디자이너였고 앰프 디자이너로만 활동하기 위해 패스 랩스의 운영은 다른 이들이 맡고 있다. 사실 미국에 많은 하이파이 메이커가 창업자가 회사 경영이나 세일즈 업무를 맡지 않는다. 오직 기기 디자인에 열중하기 위해서이다. 넬슨 패스도 마찬가지다.
현재 넬슨 패스는 패스 랩스의 파워앰프 디자인을 맡고 있다. 새롭게 출시한 포인트 8 시리즈 역시 모두 넬슨 패스의 작품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수석 디자이너가 존재하는데 그의 이름이 웨인 콜번이다. 그는 프리앰프, 포노앰프, 인티앰프의 입력부만 맡고 있으며 새로운 헤드폰앰프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식으로 분업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패스 랩스는 현재 자신들이 전문적으로 추구해온 앰프 설계 방식에서 독보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그들은 대출력 순A클라스 증폭을 좋아하며 효율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또한 넬슨 패스가 보유하고 있는 수 많은 앰프 디자인 특허, 수퍼 시메트릭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열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 단 1대만 존재하는 파워앰프를 자신이 디자인해 집에서 음악을 듣고 있다는 것이다. 내용물만 해도 엄청난데 언젠가 그 파워앰프가 양산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바이다.
이제 패스 랩스의 테크니컬 투어 1부를 시작한다.
1월 캘리포니아의 맑은 날씨. 많은 이들이 얇은 난방이나 반팔 T셔츠를 입고 다녔다. 한국에선 믿기 힘든 관경이었다. 무엇보다 먼지 하나 없는 날씨와 깨끗한 공기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었다. 차를 타고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땐 규모가 상당히 크다고 느껴졌다.
안으로 들어왔을 때 모습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업무가 이뤄지고 있는데 외부에서 본 것과 마찬가지로 천정도 높고 상당히 넓은 곳이었다. 현재 패스 랩스는 지속적은 성장이 이뤄지고 있고 그 때문에 이만큼 넓은 공간이 필요 한 것으로 보였다.
이곳은 생산 파트이다. 패스 랩스의 모든 제품들은 핸드크래프트에 의해 제작된다. 하이엔드 유저들은 보수적인 성향이다. 그렇기 때문에 핸드크래프트에 의해 생산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상당히 넓은 공간으로 작업 환경 역시 쾌적해 보였다.
한쪽 켠에 수 작업으로 각종 기기 내부에 수납될 PCB 보드들을 작업하고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신의 몸집보다 큰 지도를 가져와 어디에 있는 나라에서 왔냐고 나에게 친절히 질문해 주었다. 그래서 당당하게 사우스 코리아를 손으로 지목해줬던 기억이 난다.
이곳은 생산 스케쥴에 맞춰 필요한 부품들을 가져다 놓는 곳이다. 또한 조립이 끝난 PCB를 이곳에 가져다 놓는다. 이렇게 완성이 된 PCB들은 다음 단계에 가기 이전에 이곳에 모인다.
사진의 작업은 보통 15년에서 20년 가까이 숙련된 작업자에게만 맡겨진다고 한다. 하지만 설계 도면을
가지고 있었다. 상당히 숙련된 작업자인데 업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설계 도면을 보고 부품을 설치하냐고 물었더니 새로운 프리앰프가 출시 되었고 완전히 몸에 익을 때 까지 QC를 위해 이런 식으로 작업되고 있다고 한다.
다른 한 켠의 작업자 이 분도 상당한 경력과 더불어 숙련된 작업자이다. 생산 파트에서 분업화가 잘 되어 있었는데 사진의 작업자는 파워앰프에 탑재되는 출력부 회로판의 조립을 담당하고 있었다. 작업이 무척이나 깔끔하게 이뤄졌는데 여기서 핸드크래프트의 위력을 확인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업계에서는 보통 10년 이상의 숙련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남자가 패스 랩스를 이끌고 있는 데스먼드 대표이다. 아일렌드 출신으로 좋은 인격을 갖추고 있다. 패스 랩스에 입사하기 전 단 다고스티노가 이끌던 크렐에서 메카니컬 디자이너로써 활동 했었고 현재 패스 랩스의 메카니컬 디자인 업무를 겸하고 있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패스 랩스의 대표 업무를 그가 겸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모든 패스 랩스의 외관과 내부 섀시 디자인은 데스먼드씨의 결과물이다.
이 사람이 웨인 콜번씨다. 넬슨 패스씨와는 아주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정확하게 스레숄드 시절 때부터 함께 일을 진행해온 엔지니어이다. 그는 현재 패스 랩스에서 파워앰프 디자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제품의 디자인을 도맡고 있다. 프리앰프, 포노앰프, 인티앰프의 입력부, 새롭게 출시될 헤드폰앰프를 디자인하고 있다. 패스 랩스의 레퍼런스 프리앰프인 XS 역시 그의 디자인이다. 유일하게 그는 자신의 업무 공간과 별도의 실험실을 갖추고 있었다.
사진 속 인물도 좋은 경력을 갖춘 인물이다. 몇 해 전 패스 랩스에 스카우트 된 엔지니어라고 한다. 현재 웨인 콜번씨와 함께 웨인 콜번씨가 담당하는 제품들의 설계를 함께 담당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사진 속 엔지니어와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물론 왜 패스 랩스인가에 대해서다. 사진 속 인물 앞쪽에 무언가 작업을 하는 이가 웨인 콜번씨가 보인다.
아까 수작업에 의해 완성된 PCB들이 본격적으로 조립 단계로 올라선다. 출력부 회로가 양쪽에 거대한 알루미늄 패널에 결합되며 각종 와이어들이 수작업에 의해 솔더링 되고 있다. 보통은 여기서 사진 촬영이 끝나는데 파워앰프에서 가장 중요한 트랜스포머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하기 시작 했다.
사진은 패스 랩스에 사용되기 시작한 새로운 트랜스포머이다. 놀라웠다. 왜냐면 지금까지 알고 있기론 패스 랩스가 사용하는 트랜스포머는 캐나다에 플리트론사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랜스포머엔 PASS LABS라고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여기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패스 랩스의 스페셜 오더로 다른 메이커에서 트랜스포머를 생산한다고 한다.
플리트론 트랜스포머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물었을 때 모든 특성이 조금씩 더 향상 되었다고 했다. 플리트론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품질이 일정하지 못해서라고 했다. 아직도 플리트론 트랜스포머를 사용하는 제품들이 있지만 자신들이 품질 테스트를 꼼꼼하게 한 이후 사용하고 있으며 신제품부터 점점 바꿔가고 있다고 한다. 이 트랜스포머의 제조사 이름을 비밀로 해줄 것을 약속하고 들을 수 있었는데 세계 3대 제조사 중 하나였다.
이쪽 작업장에선 백 패널에 탑재되는 다양한 제품들의 조립이 이뤄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경력에 따라 맡는 작업이 결정되는 것으로 보였다.
패스 랩스가 사용하는 캐패시터이다. 파워앰프 전원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패스 랩스는 얼마나 뛰어난 캐패시터를 사용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재미난 사실을 듣게 되었다. 패스 랩스는 부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생산된 캐패시터에 어떤 처리를 가하는지가 더욱 중요한 처리라고 했다. 패스 랩스는 캐패시터에 특별한 번–인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파워앰프의 음질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패스 랩스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방열판이다. 방열을 위해 최대한 많은 면적이 공기와 닿도록 디자인 된 방열판이다. 최근 하이파이 메이커들은 출력 세팅에 따라 디자인을 위해 방열 면적을 줄이고 있다. AB 클래스라도 하더라도 메이커마다 스펙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히트싱크의 기능성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패스는 전통적인 대출력 순A급 증폭을 이루고 있으며 AB급이라고 알려진 X 시리즈 조차 모델에 따라 대출력 순A급 증폭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사진의 방열판 구조는 여전히 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 이것이 패스 랩스의 아이덴티티이며 꼼수가 없는 디자인이라 할 수 있겠다.
조립이 끝난 패스 랩스의 XA160.8이다. 무척 단단하고 견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디자인은 최근 트랜드에 맞춰 점점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지향해 나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조립이 끝났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하이엔드 제품들의 가장 큰 특징은 완벽한 테스트와 측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과정들이 사진의 체크 리스트를 통해서 완성 된다. 수 없는 측정 과정을 통과해야만 출고가 가능하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출고 직전에 측정 단계는 무척 중요하다. 똑 같은 설계 도면으로 100대의 제품을 생산한다면 같은 결과가 나오는 파워앰프가 몇이나 될까? 완벽하게 똑 같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그래서 파워앰프는 세팅과
측정이 무척 중요하다. 사진 속 인물이 그 작업을 담당하는 엔지니어이다. 이 글을 읽는 회원이 하이엔드 파워앰프를 사용 중에 있다면 지금부터 관심 있게 읽어야 할 부분이다.
파워앰프를 설계하다 보면 어떠한 경우에든 타겟이라는 것이 있다. 사진의 그래프는 와테이지에 따른 디스토션을 측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허황된 스펙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데 출력이 가능하다는 것과 소리의 질이 어떠하냐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이다. 사실 정말 놀랬다. 나는 하이엔드 앰프 메이커를 방문할 때 마다 자세한 측정 결과치를 보여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비공개이거나 공개를 거부한다.
그런데 패스 랩스에선 이것을 공개해도 좋다고 했다. 대단한 자신감인 것이다. 0.1와트를 조금 지난 부근에서부터 최대 출력이 이뤄지는 250와트까지 디스토션 특성은 무척 좋다. 여태까지 대부분의 메이커가 표기하는 스펙은 1W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우리는 10W에서 때로는 100W 이상의 큰 음량으로 음악을 들을 때가 있기 때문에 무척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속 타겟 아래에 연두색 그래프가 실제 측정중인 패스 랩스의 파워앰프가 보여주는 측정치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제 측정치가 타겟 그래프에 가까울수록 좋은 음질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실제 측정치는 더 낮은 디스토션을 보이고 있어 더 좋은 음을 재생할 것 같지만 아니다. 거의 모든 파워앰프에는 스윗스팟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엔 타겟에 거의 근접한 파워앰프 측정치가 나타날 때도 있다고 한다. 그 파워앰프가 누구에게 배송될지 모르겠지만 가장 좋은 특성을 가지는 파워앰프가 된다. 쉽게 표현하면 행운아인 것이다.
이런 특성의 차이는 소스기기, 프리앰프, 스피커 할 것 없이 모두 동일하다. 이 글을 읽는 회원이 가지고
있는 스피커의 좌측과 우측이 완벽하게 동일한 소리를 낼 것 같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 하이엔드 제품일수록 그 오차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사진 속 측정치는 타겟을 좀 더 많이 벗어나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바이어스 세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경우는 조립의 초기 단계로 돌아가 문제가 되는 부품을 교체한 후 다시 측정에 들어간다고 한다. 패스 랩스는 출고 되는 제품의 기준이 있으며 아주 엄격하다고 한다. 문제가 있는 제품에 대해 절대 출고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세밀한 세팅 작업이 이뤄지는 곳이다. 파워앰프는 많은 파라메터들이 존재한다. 파워앰프 설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주 중요한 파라메터를 어떻게 안정화 시키느냐가 고음질 구현의 기준이 된다. 패스 랩스의 파워앰프들은 기본에 아주 충실하다는 것을 이번 테크니컬 투어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질문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사진 속 인물이나 데스먼드씨로부터 당황한 표정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패스 랩스에 대해 점점 깨달아가고 있고 나는 즐겁다. 그러니 알려달라’ 요청했다. 사진은 또 다른 측정치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다. 특히 DC 옵셋이 음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여기서 또 한번 넬슨 패스라는 인물이 설계한 파워앰프에 대해 감탄할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세팅에 따른 변화를 측정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측정치의 결과가 디스토션이 무조건 낮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설계와 측정, 그리고 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인 청음을 통해 얻어진 타겟의 스윗스팟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패스 랩스의 제품은 무엇 하나 쉽게 개발이 이뤄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엔트리 제품부터 탑 모델까지 이러한 노력이 집중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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