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업종이든 경쟁 관계든 공생 관계든 그들간에 친밀한 교류가 있다. 하이파이 업계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특정 메이커를 들렸을 때 독일의 어느 천재 엔지니어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가 바로 mbl에 유르겐 라이스였다. 그와 함께한 인터뷰 기록들을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한다.
HiFi.CO.KR : 유르겐 라이스씨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이번으로 당신과 두 번째 인터뷰를 갖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방문은 유르겐 라이스씨께서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인 것 어떤 이유로 방문하게 되신지 독자 여러분들에게 설명을 부탁 드려도 되겠습니까?
유르겐 라이스 : 저는 한국을 처음 방문한 것이 맞습니다. 주로 중국 지역까지 기술 지원을 위해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홍콩이나 대만 하이파이 시장에 mbl 시장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 열리는 하이파이 쇼가 있을 때 가끔 방문한 정도입니다.
하지만 올해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 당신과 만나 한국에 대해 큰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번 기회에 한국 오디오파일 분들과 그 문화를 알고 싶었습니다. 하이파이 시스템으로 어떤 음악을 듣는지 그리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등을 알고 싶었습니다.
HiFi.CO.KR : 꼭 방문해 주시기를 바라며 드린 이야기였지만 이렇게 빨리 성사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다시 한번 고마운 뜻을 전합니다. 한국을 방문하셔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인지 몇 가지만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유르겐 라이스 : 첫 날은 서울 시내에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도시의 풍경 보다는 한국의 자연 경관이나 오래된 문화를 보고 싶었습니다. 둘째 날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차를 타고 서울 외각으로 나가 경험한 자연 풍경 등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척 평화로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잊지 못할 문화적 충격은 96년이나 되었다는 한옥으로 지어진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가진 것이었습니다. 짧지만 한국의 음식 맛이나 문화에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카메라로 여러 컷의 사진을 담기도 했습니다.
HiFi.CO.KR : 유르겐 라이스씨는 MBL에서 엔지니어로 재직 하신지 올해로 31년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스피커에서 소스기기, 앰프까지, 한 회사에서 31년간의 엔지니어 생활은 애정이 없으면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MBL에서 재직하시면서 가능했던 일, 당신의 엔지니어링 생활에서 반드시 mbl이여야 했던 일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유르겐 라이스 : 하이파이에서 가장 중요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이고 그것을 실험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보통의 하이파이 메이커에서는 신제품 출시를 위해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다면 그것이 상품화 되는데 제한적인 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mbl에서는 나에게 그러한 제한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내게 음질 향상을 위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이것을 실험하고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줍니다. mbl의 이러한 정책으로 우리는 다른 하이파이 메이커에는 없는 신기술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HiFi.CO.KR : 예를 들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유르겐 라이스 : 음.. 예를 하나 들자면 9011 파워앰프에 적용된 게인 셀 기술입니다. 우리의 트랜지스터 파워앰프에는 29개의 파라메터가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7개의 파라메터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7개의 파라메터를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다면 전압이 불균형하거나 필요 이상의 전류가 흘러도 매우 안정적인 출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7개의 파라메터가 안정적일 때 가능한 것입니다. 이것과 관련된 게인 셀 기술로 제가 mbl에 재직하면서 개발한 기술입니다. 참고로 9011 파워앰프는 프로젝트에 돌입하기 전에 1년 3개월 동안이나 시뮬레이션을 했던 제품입니다. 1년 3개월은 개발 기간이 아니라 오직 시뮬레이션에 소비된 시간입니다.
HiFi.CO.KR : mbl은 어떤 메이커와 비교해도 라이프 사이클이 아주 긴 편입니다. 보통 제품을 개발하면 10년이거나 그 이상 동안 바꾸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유르겐 라이스 : 우리 회사를 경영하는 미스터 해믈링씨는 돈 버는 것에 큰 관심이 없는 인물인가 봅니다(웃음). 아시겠지만 주기적인 신제품 발표는 분명 매출 증대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mbl은 최소 10년 이상 롱런 하는 것을 염두 해 두고 개발합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어떤 목적의 하이파이 제품을 개발할 때 무엇이 불완전하다고 느끼며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면 우리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안정화를 기다립니다.
확실한 건 우리 스스로 완성도에 만족하지 못하면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모든 메이커가 매출을 위해 타이밍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우린 유행을 쫓지 않습니다. 당신의 질문에 가장 완벽한 답변은 “10년 이상을 생각하고 설계에 임힌다”가 될 것 같습니다.
HiFi.CO.KR : 질문을 조금 옮겨 6010D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6010D가 구 버전을 지나 신 버전이 발매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변경 스펙은 어느 정도이며 왜 MK2나 6010E로 모델명을 바꾸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유르겐 라이스 : 현재 6010D는 처음 발매 되었던 6010D와 다릅니다. 6010D에 음질을 결정 짓는 요소 중 가장 큰 부분은 전원부입니다. 이 전원부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볼륨 시스템, 내부 배선제가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여기에 따라 소리도 변하였습니다.
기존 모델과 신 모델의 소리 차이는 신 모델쪽에서 더 긍정적으로 변하였습니다. 하지만 모델명을 바꾸진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mbl의 창업자 미스터 멜레츠키는 잦은 변화로 인한 큰 충동을 오디오파일들에게 주고 싶어하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6010D에는 우리가 소리를 개선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케이스의 디자인이나 모델명을 바꾸면서 까지 우리 회사 철학을 훼손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정도 변화라면 MK2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충분한 변화입니다.
HiFi.CO.KR : 그렇다면 6010E는 당분간 출시할 계획이 없는 것인가요?
유르겐 라이스 : 앞으로 수년간은 6010E 출시는 없습니다.
HiFi.CO.KR : 그렇군요. 다음 질문입니다. mbl은 전방향성으로 소리가 뻗어 나가는 옴니–다이렉션이라는 발음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mbl만의 기술입니다. 하지만 궁금한 것이 진동판의 재질이 카본입니다. 왜 카본을 고집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유르겐 라이스 : 현재의 mbl의 옴니–다이렉션을 구현하기 위한 유닛은 9세대에 접어 들었습니다. 처음엔 알루미늄 진동판을 사용하기 시작해 3세대에서 처음 카본이 사용 되었습니다. 나는 전기 에너지가 소리 에너지로 바뀌는 트랜스듀싱에 관심이 많습니다. 여기엔 아주 많은 이론이 있습니다만 한 과학자가 진동 매개체에 따라 소리의 전달 속도가 다르다는 이론을 밝혀 냈습니다.
그러니까 진동판의 재질에 따라 이 에너지가 열로 얼마나 손실 되는지 그리고 소리로 바뀌는 전달 속도는 얼마인지 그의 이론에 따라 많은 실험을 거쳤습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mbl에 재직하면서 이와 관련된 연구를 끊임없이 진행해왔습니다. 결론적으로 여기에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이 카본입니다. 현재까지도 계속 발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HiFi.CO.KR : 유르겐 라이스씨는 소스기기, 앰프, 스피커까지 모든 분야에 개발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6010D 프리앰프가 전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임이 분명하기에 앰프쪽 질문은 생략하고 가격을 떠나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가치 있는 mbl 스피커 모델은 무엇인가요?
유르겐 라이스 : 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 모두가 제 자식이니깐요. 모든 제품의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꼭 꼽자면 101-Xtreme 스피커와 101E MK2 스피커입니다. 이유는 현대 스피커가 재생할 있는 가장 마지막 단계에 올라서 있는 스피커이기 때문입니다.
이론적인 요소와 실제 재생음으로 나타날 때 요소들을 면밀히 비교 분석을 했습니다. 스피커에는 좋은 음을 재생하는데 방해 요소가 많습니다. 진동, 공진, 위상, 크로스오버 필터 등입니다. 이것을 이론적인 요소와 청감적인 요소 모두를 완벽하게 맞추는 것은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들 최신 101 시리즈에서는 구현이 가능합니다. 또한 101E MK2의 우퍼는 밴드–패스 방식입니다.
간단하게 이야기 드리자면 필터가 필요하지 않는 순수한 저음을 구현합니다. 여기에 트위터/미드/우퍼를 옴니–다이렉션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디스토션이 아주 적은 음입니다. 위상 특성도 아주 좋습니다. 이건 측정으로도 확인할 수 있으며 청감으로 동일한 결과를 가져다 줍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저는 최신 101 시리즈를 꼽고 싶습니다.
HiFi.CO.KR : mbl은 상급 모델에 클래스 A 증폭 설계와 코로나 라인에 클래스 D 증폭 설계를 추구합니다. 향후 10년에 어떠한 방식이 좀 더 우위를 보일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유르겐 라이스 : 맞습니다. 우리는 두 가지 증폭 방식을 우리의 앰프에 적용시킵니다. 그런데 오디오파일들이 크게 오해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클래스 D 증폭이 디지털 증폭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파형이 다른 방식일 뿐이지 디지털 증폭 방식은 아닙니다.
코로나 라인에도 SMPS 전원부가 아닌 순수한 리니어 전원부를 탑재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두 가지 방식이 공존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클래스 D 증폭 방식은 아직까지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클래스 A 방식은 무척이나 오랫동안 하이파이 메이커에서 연구해온 결과이기 때문에 높은 열에 대한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클래스 D 증폭은 아직 개선될 점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코로나 라인에 클래스 D 증폭 방식을 사용한 이유도 이제는 사용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클래스 D 증폭 방식이 얼티밋 레벨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 생각입니다.
끝맺음
mbl의 수석 엔지니어와 3일 동안 함께 있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선명하다. 인터뷰에서는 mbl의 기술이 노출될 수 있어 모두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많지만 파워앰프 설계 이론이나 기술 안에 기술을 엿보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엔지니어이다.
무엇보다 고마운 것은 mbl 스피커에 대한 이해와 세팅 방법에 대해 많은 것을 주었다는 것. 그 모든 것이 내 시청 공간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아무튼 많은 HiFI.CO.KR 방문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인터뷰 내용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