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동안 아이덴티티를 지켜온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예를 들자면 BMW나 포르쉐와 같은 회사를 예로 들 수 있다. 단 번에 어떤 물건이 어떤 회사의 제품인지 알 수 있을 만큼 독창적이며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받아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실제 JBL이나 마크 레빈슨도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윌슨 오디오는 정말 대단하다. 스피커의 생김새를 두고 이야기 하자면 뻔한 생김새다. 사실 요즘은
저게 정말 스피커라고? 의문을 가질만한 독창적인 스피커 디자인이 많다.
그만큼 관심을 집중시키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윌슨 오디오는 조금 다르다. 적어도 개인적인 생각이 될 수 있겠지만 무언가 생각하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사실
제품 디자인에 철학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데 디자인에서 무언가 힘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미학적 요소는 최상급 라인업인 알렉산드리아 XLF에서 절정을 이룬다. 오늘 리뷰할 제품인 윌슨 오디오의 최신작 Sabrina(이하 사브리나)는 40년 동안 이어온 윌슨 오디오의 아이덴티티가 완전 녹아있는 스피커라
할 수 있다.
윌슨 오디오는 몇 해 전 알렉산드리아의 파이널 버전인 XLF를
출시했다. 이후 출시된 알렉시아나 사샤2의 경우 XLF의 DNA에 대해서 무척 강조했다.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면 그들이 부르는 컨버전트 시너지 트위터의 사용에 있다.
그리고 이 트위터에 대해 윌슨 오디오는 대단히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알
렉산드리아 XLF를 발표할 때 컨버전트 시너지 트위터의 우수함을 이야기 하면서 수많은 트위터와 벤치마킹을 했고 최종적으론
다이아몬드 트위터와의 비교에 대한 이야기도 끄집어 냈다. 그럴만한 것이 과거의 윌슨 오디오는 티타늄
역돔 트위터를 고집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그들은 티타늄 진동판이 미래라고 생각했으며 사실 티타늄 진동판의
음색을 싫어하던 오디오파일들까지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인 음으로 튜닝 했다. 하지만 미드레인지에 있어
알렉산드리아 시리즈 2에서 변형 되었고 유닛이 변경되면 제 아무리 크로스오버를 잘 설계해도 잡히지 않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실 이 때 트위터에 대한 변경은 예상했다.
실크 패브릭 소재로 진동판이 바뀐 것이다. 이후 변경된 미드레인지와 트위터의 조합은 상당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음이었다. 예를 들자면 현악에서 현의 팽팽함이 과거 조합에선 1/100 단위로 밖에 표현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은 1/1000 단위로
표현이 되는 느낌이다.
과거 윌슨 오디오 스피커로 거트 현을 들을 때는 특유의 질감이 살아나지 않고
스틸 현처럼 밝게 표현하려는 것이 문제로 지적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오케스트라의 표현에선 과거 모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재생 특성을 갖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사브리나도 이런 특성의 컨버전트 시너시 트위터를 고스란히 물려 받았다.
특히 이 트위터는 과거 쿨링과 댐핑을 위해 필연적으로 사용되었던 오일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구조적으로 뛰어나다
그만큼 초고역 재생 특성이 아주 좋아졌다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브리나는 윌슨 오디오가 이야기 하는
XLF의 DNA를 물려받은 윌슨 오디오 제품 중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는 것이다.
<수입사 시청실에서 진행된 사브리나 시청, 비교적 스피커 간 거리가 넓었지만 사운드 스테이지를 멋지게 그려냈다>
사브리나의 드라이버 유닛 구성은 참으로 흥미롭다. 사실 윌슨
오디오 제품으론 컴팩트한 크기에 속한다. 1인치 트위터와 5.75인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그리고 8인치 우퍼 드라이버가 쓰이는데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진동판으론 펄프 타입의 페이퍼, 그리고 우퍼 드라이버엔 페이퍼 콘이 쓰인다.
하지만 이것을 그대로 받아 들이면 안된다. 윌슨 오디오 스피커의
리뷰를 작성할 땐 항상 적는 부분이지만 그들은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의 진동판은 펄프 타입의 페이퍼이지만 댐프제가 사용되어 있다. 또한 과도한 응답을 요구할 때
들뜨는 현상을 막기 위해 바람개비 모양으로 칼집이 나 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윌슨 오디오는 미드레인지를
미드우퍼로 사용하는 경향이 컸다. 그리고 8인치 우퍼에는
진동판으로 페이퍼가 사용 되었다. 이 우퍼는 알렉시아에서 구성된 8인치와
10인치 우퍼 중 8인치 모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페이퍼 소재의 콘이 우퍼로 사용되는 경우는 능률을 중시할 때였다.
그만큼 가볍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브리나의 능률은 87dB로 약간 낮은 편에 속한다. 의외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리를 들어보면 스펙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소리가 재현된다. 이런
면을 보면 윌슨 오디오에게 어떤 재료를 갖다 주어도 그들은 언제나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소리로 완성시킬 수 있는 실력 있는 메이커로 보인다. 마치 요즘 유행하는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 처럼 말이다.
<윌슨 오디오의 3웨이 스피커 중 가장 컴팩트 하지만 균형미를 갖췄다>
사브리나는 아주 컴팩트한 크기에 완성 된 스피커라 설명했다. 하지만
8인치 우퍼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만큼의 내부 용적을 가지진 못했다.
내부에 챔버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지만 저음이 깊게 떨어지는 쪽 보단 중저음의 펀치감을 중시한 스피커라
여길 수 있다.
그리고 사브리나는 원거리 보단 근거리에서 청취에서 잠재력이 터지는 형태의 스피커라 할
수 있다. 최근 스피커의 트랜드를 살펴 보면 시간 영역의 통합과 위상의 정합을 동시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윌슨 오디오 역시 이를 위한 설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알렉산드리아 XLF만
하더라도 청취 거리에 따라 미드레인지의 위상을 변경할 수 있는 부품 변경 탭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을 정도다. 이것은
XLF에 와서 처음 이뤄진 작업이다.
그리고 윌슨 오디오는
그들의 자랑인 비구면 소리 전달 지연 기술이 있다. 청취 거리에 따른 시간 영역을 맞추기 위한 작업이다. 하지만 사브리나에는 이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더 편하고 더 정확한 시간 영역 정합을 위한 스피커의 디자인으로 완성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진을 참조해야만 한다. 시간 영역에 오차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오디오파일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은 고역과 중역과 저음 드라이버의 진동판이
같은 축에 놓이면 똑같이 소리가 전달 될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소리 신호의 출발점은 진동판이 아니다. 자기 회로에서부터 시작 된다는 것이다. 만약 고역, 중역, 저음 진동판이 같은 축에 놓여 있다면 자기 회로가 짧은 고고부터
음이 출발되며 그 다음 중역, 그 다음 저음이 된다.
그래서
배플을 뒤로 경사지게 만드는 이유가 시간 영역에서 정합을 이루기 위해서다. 진동판을 같은 축에 놓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회로의 보이스 코일을 같은 축으로 놓게 만들어 시간 영역을 맞추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별 다른 세팅 없이도 사브리나는 좋은 재생 음을 들려준다. 하지만 단점도 놓이게 된다.
상급기인 알렉시아나 알렉산드리아 XLF의 경우 리스너가 어느 위치에서
음악을 들어도 음을 모으면서 동시에 시간 영역 통합까지 가능하도록 조절이 가능한데 사브리나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청취 거리가 사브리나가 재생 가능한 음의 확산 범위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브리나가 설치 가능한 공간에서는 리스너의 위치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도록 계산된 설계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간 영역 통합을 위해 뒤로 경사진 드라이버 유닛의 배열, 완벽에 가까운 시간 영역 통합을 이뤄낸다>
이 외에도 윌슨 오디오가 아니면 안 된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캐비닛이다. 사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봐도 캐비닛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한 수 많은 메이커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윌슨 오디오는 통
울림이 억제된 아주 견고한 캐비닛으로 음을 완성시켰다는 점에서 분명 귀가 좋은 메이커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트랜드는 이보다 더 엄격한 것을 말한다. 어려운 의미게 되겠지만 과거에는 저음의 Q에 대해서만 신경을 썼지만 최근엔 미드레인지에 대한 Q에 대해서도
신경쓰기 시작했다. 이것은 전기적인 것과 메카니컬적인 것으로 나뉘는데 거의 모든 메이커가 이 값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윌슨 오디오는 복합 소재를 직접 제작하여 사용하는 거의 유일한 메이커인데
그들이 현재 업데이트 된 M 매터리얼과 X 매터리얼을 구비해
놓았는데 사브리나는 전면 배플과 바닥 패널에 X 매터리얼을 사용해 캐비닛의 진동 특성을 해결하고 있다. 바로 앞서 언급한 Q의 조절을 위해서라고 보면 된다.
이런 기술을 통해 통울림이 억제 되면서도 필요한 저음의 양감을 얻기 위한 캐비닛 기술이 사브리나에 적용되어
있다. 리뷰를 위해 사브리나를 청음할 때도 파워풀한 중저음의 펀치력과 양감은 인상적이었다. 이 외에 윌슨 오디오는 음을 다듬기 위한 노력이 하나 더 존재한다.
배플에
사용된 섬유 소재이다. 고역과 중역 그리고 저음은 저마다 다른 확산 능력을 가진다. 저음은 주파수가 낮을수록 회절이 크게 일어나지만 고역은 전혀 반대로 음의 직접적인 복사가 일어난다. 쉽게 설명하자면 고역에서 재생되는 대부분의 음은 청자를 향하지만 상당수의 음이 배플에 직접 반사되어 날이 선
음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브리나를 비롯한 윌슨 오디오의 모든 스피커에는 배플에 직접 복사되는
음을 바로 흡음시키기 위한 울이 부착되어 있다. 배플이 없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이 또한 이상적인
조건이 되며 이것은 윌슨 오디오의 아이덴티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윌슨 오디오가 자랑하는 컨버전트 시너지 트위터, 사브리나에도 탑재 되었다. 또한 주변에 부착된 울이 고역의 배플의 직접 복사되는 음을 바로 흡음시켜 음의 투명함을 개선시킨다>
개인적으로 사브리나의 청음은 무척 궁금했다. 보다 정확한 음을
듣고 싶었기에 집에서 시청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했지만 안타깝게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실제
수입사 시청실의 리스닝 룸 환경은 비교적 청감상 음압이 높고 중저음이 상당히 잘 나오는 편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고 듣기로 했다.
사실 윌슨 오디오는 사샤 시리즈를 기준으로 기존에 소피아는 윌슨 오디오의 컬러 보단 다소 부드러운 의외의 면이
있었다. 저음도 빠른 반응을 이끌어내기 보다 풍성한 쪽이었는데 사브리나는 기존 윌슨 오디오가 가지고
있던 성향을 아주 잘 드러낸다. 매칭된 파워앰프가 진공관과 솔리드 스테이트의 하이브리드 구조였지만 음의
변화를 빠르게 나타내는 고역의 특성과 파워풀한 중저음의 특성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8인치 우퍼를 탑재하면서 윌슨 오디오가 중저음의 두각을 드러내기 위해 비교적 적은 볼륨의 캐비닛에서 음을 튜닝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순 없다. 하지만 밸런스라는 측면에선 귀가 잘 훈련된 사람들도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균형이 좋았다. 특히 비교적 넓지 않은 공간에서 오케스트라에서 순간적인 포르테에 폭발적으로 솟구쳐 오르는
느낌을 원하는 이들에겐 사브리나의 진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브리나만의 장점을 꼽자면
중역의 견고함을 이야기 하고 싶다. 이것이 의도된 튜닝인지는 판단할 수 없으나 중역이 아주 견고한 음을
낸다. 예를 들면 타악기에서 질감을 나타내는 스틱의 틱틱 거림이나 피아노의 해머가 스트링을 때리는 그
순간의 음이 약간 딱딱하지만 무척 견고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중역에서 음의 번짐이 적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스피커의 체급에 비해 시청실의 공간이 상당히 넓은 편이었는데 사운드 스테이지를 그려내는
능력은 사샤2와 같은 점수를 주고 싶을 만큼 극적으로 그려낸다. 이
능력은 사샤2와 그리는 스타일이 조금 다른 느낌인데 사샤2에
비해 배플 디자인이 좁고 다른 만큼 재생 음이 퍼지는 패턴에서 물리적인 구애를 덜 받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사브리나의 매력은 사샤2와 가는 길이 비슷하면서도 좀
더 윌슨 오디오다운 음으로 마무리 된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평
윌슨 오디오 제품으로썬 컴팩트한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 저음의
양감과 댐핑 능력이 함께 어울어짐, 큰 공간에서 보단 20평대
아파트 거실에서 잠재력이 나올 것으로 여겨짐. 사운드 스테이지를 그리는 능력이 좋기 때문에 사샤2의 크기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권장. 늦은 저녁 낮은 볼륨으로 재생되는
재즈 트리오 연주에서 펼쳐지는 사운드 스테이지 연출이 기대된다.
수입원 – (주)케이원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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