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국가에 따른 하이파이 메이커는 저마다 독특한 문화가 있다. 사실 미국이라 하더라도 주마다 법이 다르고 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아메리칸 사운드라는 것이 하나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순 없는 것 같다. 사실 아메리칸 사운드와 유러피언 사운드 사이에 완전히 선을 그어놓을 수 있는 세상도 아니다.
사실 이태리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상당히 남쪽에 위치하고 있고 기후도 우리와 비슷하다. 물론 한 여름 뜨거운 햇살도 우리와 비슷하다. 산이 많다는 것과 우리와 비슷하고 운전이 거칠다는 것도 우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그들은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를 만드는 나라이며 구찌나 토즈와 같은 명품 브랜드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리를 따지기도 하는 사람들이다. 소너스 파베르를 방문하기 전 많은 상상을 했다. 어떤 느낌의 회사일까에 대한 궁금증은 극에 달했다. 몇 해 전 타계한 프랑코 세블린이 창업한 소너스 파베르는 아이덴티티가 대단하 분명한 회사였다. 사실 이제는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지만 프랑코 세블린이 추구하던 스피커 재생음은 이론적이기 보단 경험에 의한 아니.. 더 정확하겐 그가 완성하고 싶었던 상상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스피커였다.
스트라디바리 오마쥬를 보면 이상적인 재생을을 들려주기 위해서 보다 자신이 추구하려던 이미지의 스피커를 완성했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아마티 오마쥬 스피커가 서로 마주보는 디자인으로 마무리 된 스트라디바리 오마쥬는 현대 스피커에서 볼 수 없었던 넓은 배플을 지니고 있었다.
배압도 상당히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디자인이었지만 프랑코 세블린에게 천재 스피커 디자이너라는 호칭을 안겨줄 정도로 파격적이었으며 파격적이었으나 많은 오디오파일들의 귀감을 얻어냈다. 발매 된지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생산되고 있는 소너스 파베르의 대표 모델이다.
지금의 소너스 파베르는 파인 사운드 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파인 사운드 그룹이 소유하고 있을 뿐 모든 것은 프랑코 세블린이 구축해놓았던 시스템 그대로라는 것을 이번 테크니컬 투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소너스 파베르는 리비오 쿠쿠차라는 총괄 디자이너가 어쿠스틱 디자인을 어쿠스틱 엔지니어링을 파울로 테촌이라는 사람이 도맡아 작업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두 사람이 파인 사운드 그룹내에 다른 브랜드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을 만큼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파울로 테촌은 프랑코 세블린 생전에 함께 했던 어쿠스틱 엔지니어로 8년 정도 함께 작업을 해왔던 인물이라 한다. 개인적으로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었지만 처음과 마찬 가지로 다가 서기 무척 어려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정확히 현재 소너스 파베르는 생전 프랑코 세블린 그가 절대 받아 들이지 않으려 했던 어쿠스틱 기술들을 적용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 작업은 파울로 테촌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데 그가 프랑코 세블린의 ‘도제’ 였기에 현 위치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소너스 파베르의 테크니컬 투어를 시작하려 한다.
소너스 파베르는 이태리 북부에 비첸차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아주 작은 도시로 밀라노에서 기차를 두 시간 정도 타고 이동해야 한다. 실제 이곳은 프랑코 세블린이 소너스 파베르를 이끌 당시 위치로 아직까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그 이전에도 소너스 파베르는 비첸차에 위치하고 있었다고 한다. 처음엔 평범한 건물이었지만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기 위에 건물 외벽을 커브드 형태로 바꿨다고 한다. 의외로 이곳은 첨단 기술이 많이 사용 되었는데 문이 개폐되는 방식부터 보안 시스템까지 첨단 시스템들이 적용되어 있었다.
첫 번째 건물 사진에서도 보았겠지만 이곳은 2층으로 이뤄져 있다. 재미난 사실은 1층은 거의 대부분이 물류 창고로 이뤄져 있고 2층은 사무실과 생산 라인이 자리잡고 있었다. 건물 밖에서 보았을 때도 상당히 넓은 공간일 것이라 예상 되었지만 안으로 들어서니 그 규모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소너스 파베르는 이런 투어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정확하게 기사화 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느낌이었다. 더 정확하겐 사진을 촬영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프로그램이 준비 되었다기 보단 현장에서 원하는 것을 이야기 하는 쪽으로 투어가 이루어졌다. 처음 방문한 곳은 파울로 테촌과 그의 조수가 함께하는 개발 센터이다.
사진의 공간은 파울로 테촌이 스피커를 설계하는 공간으로 대단히 넓은 공간이었다. 사실 R&D 센터는 소너스 파베르 건너편 건물에 위치했기 때문에 이곳이 파울로 테촌의 개인 작업실에 가깝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의 앵글이 묘한데 사진을 촬영한 쪽에서 새롭게 개발되는 스피커의 프로토 타입이 놓여 있기 때문에 이런 앵글로 촬영할 수 밖에 없었다. 사진을 촬영하지 못했지만 좌측 입구로 들어서면 소너스 파베르의 시청실로 들어선다. 사진을 보여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어쿠스틱 환경은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다른 각도에서 한 컷 더 담아 보았다. 사진의 우측에 턱수염이 돋보이는 사람이 파울로 테촌이다. 처음 만나 인터뷰를 진행할 때 질문에 대한 답변의 절반이 탑 시크릿이었는데 그만큼 강하게 기억된 인물이다. 좌측의 인물은 피오레로 현재 마케팅 책임자이다. 사진 최우측에 파인 사운드 로고가 새겨진 문을 열게 되면 무향실이 나온다.
많은 하이파이 스피커 메이커가 무향실을 갖추고 있다. 사실 좋은 무향실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꼭 좋은 스피커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측정 장비가 무척 좋아 무향실이 아니더라도 재생음이 반사가 되어 돌아 오기 전 첫 음으로 주파수 특성을 측정하는 기기도 존재하지만 메이저의 하이파이 메이커가 상당히 잘 갖춘 무향실 설계를 위해 노력한다.
피오레씨가 소너스 파베르에 대한 몇 가지 설명을 해주었다. 설명 도중 한 컷 담아본 사진인데 소너스 파베르가 스피커를 제작하기 위한 자재와 이것을 공급해주는 구조에 대한 설명이었다. 실제 소너스 파베르는 스피커 캐비닛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고 한다. 설계만 할 뿐, 자신들 보다 목재를 더 잘 다루는 제작사를 통해 공급 받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미 캐비닛이 생산이 된 상태로 납품을 받는 형태라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금속 가공, 스피커 무늬목(마감), 가죽 모두 외부에서 공급 받는다고 한다. 이 네 가지를 다루는 메이커가 소너스 파베르 본사로부터 30~40KM 이내에 있어 개발 과정에서 협력과 논의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캐비닛을 공급하는 메이커는 오직 소너스 파베르만을 위해 일 한다고 한다. 회사 소유자만 다를 뿐 자회사와 같은 개념이라고 한다.(소너스 파베르 설명)
R&D와 관련해선 많은 설명과 레코드는 존재하는데 사진을 담을 수 없었다. 여기서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비첸차까지 힘들게 이동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함께 동행한 피오레씨를 설득하는 작업도 같이 이뤄지고 있었다.
소너스 파베르의 생산 시설은 어림잡이 25명에서 30명 정도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특이했던 점은 특별히 섹션이 나눠지지 않은 하나의 거대한 공간이었는데 그 안에서 규칙적으로 섹션이 나뉘어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위에 사진에서 보이지 않았던 반대편쪽 앵글이다. 좌측에서부터 우측 방향으로 점차 고급 모델들이 제작되는 규칙으로 생산 라인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 같다. 인상적인 것은 이곳에선 거의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Made in Italy가 완성되는 현장인 것이다.
위에 사진을 줌–인 해보면 이런 결과가 나타난다. 현재 소너스 파베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라인은 올림피카 시리즈이다. 물론 아마티 푸트라가 그 뒤를 잇고 있지만 말이다. 소너스 파베르는 라인업에 따른 기술적 차등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듯 했다.
이곳은 카멜레온 시리즈가 제작되는 곳이다. 카멜레온 시리즈는 2015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 처음 선보인 스피커로 가장 저렴한 2웨이 스피커가 미화 900달러부터 시작되는 스피커다. 그런데 Made in China가 아닌 Italy이다. 이 스피커도 본사에서 제작이 된다. 데뷔 이후 전 세계 모든 디스트리뷰터들로부터 받은 주문량에 대해 생산이 이뤄지고 있었다. 가격이 저렴해서인지 생산중인 양이 대단했다.
앞서 설명한 우드 공급자에 의해 납품된 캐비닛들이다. 사진은 카멜레온 시리즈로 마감을 플레이트 형태로 부착할 수 있는 스피커다. 그래서 별도의 무늬목이 적용되어 있지 않다. 아무튼 이미 조립이 끝난 카멜레온 스피커도 한쪽에 즐비했는데 하루 수 백조씩 생산을 해야 납기를 겨우 맞출 수 있을 만큼 폭발적인 반응이라고 했다.
소너스 파베르 하면 떠오르는 것이 가죽이 입혀진 배플과 환상적인 무늬목일 것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가죽 공급자가 따로 존재하며 엄격한 QC를 통해 공급 받는다.
가죽을 입히기 전 접착 처리가 이뤄진다.
접착 처리가 이뤄진 이후 가죽을 덧대어 접착이 잘 이뤄지게 적당한 시간 동안 선발에 올려둔다.
접착이 잘 된 가죽이 입혀진 배플은 수 작업으로 칼로 도려낸다. 이 작업은 보통 10년 이상 근무한 숙련자들에 의해 이뤄지는데 작업 솜씨가 장난이 아니었다. 빠르면서도 정확했다.
올림피카에 사용될 배플에 대해 가죽 처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옆에서 슬쩍 작업하는 것을 보았는데 X자로 칼집을 낸 다음 라운드 형태로 가죽을 잘라내는 형태였다.
단순히 가죽을 이음새에 맞춰 도려내는 작업은 아니었다. 가죽을 도려내면서 주걱을 이용해 이음새를 꾹꾹 눌러주었는데 상당한 체력을 요구할 것만 같았다. 사실 이음새에 맞춰 칼집을 내 도려내면 쉽지만 절대 그래서는 안될 이유가 존재했다.
드라이버 유닛과 배플이 직접 맞닿아 고정되는 것이 아닌 가죽 면과 닿아 진동을 끊어내는 것도 소너스 파베르의 설계 사상 중 하나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보아도 정말 꼼꼼할 정도로 삐져 나오거나 깊게 페인 실수는 없었다.
올림피카 스피커 캐비닛 내부이다. 소너스 파베르가 요구하는 스팩대로 제작이 된 상태에서 납품이 이뤄진다. 사실 엔트리 레벨과 하이엔드 레벨의 결정적 차이는 캐비닛 설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브드 디자인의 캐비닛이면서 내부에 스탠딩 웨이브가 일어나지 않도록 디자인 되었다는 사실이다. 미드–레인지 챔버와 우퍼 챔버의 다른 디자인과 특별한 우퍼 챔버의 보강목 디자인이다. 오른쪽 측면에 존재하는 홀은 덕트이다.
사진은 가죽이 덧대어진 배플과 캐비닛을 조합하여 드라이버를 설치하는 사진이다. 소너스 파베르는 그 어떤 메이커 보다 뛰어난 무늬목을 사용한다. 그만큼 목재를 잘 다루는 메이커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작업 중 무늬 목에 단 하나의 스크래치의 발생도 용납하지 않기 위해 조금은 특별한 스탠드를 사용해 작업에 임한다.
배플에 드라이버 유닛을 고정하는 장면이다. 잘 보면 알겠지만 드라이버 유닛과 배플 고정에 토크 드라이버가 사용된다. 이것은 드라이버가 가지는 댐핑 값을 위한 것으로 HiFi.CO.KR에서 수년 전 볼트 고정 힘의 정도를 통해 드라이버의 미세한 댐핑 값을 조절할 수 있다는 기사를 포스트한 적이 있다. 올림피카와 상급기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드라이버 유닛은 스캔스픽제이다. 특이한 점은 커스터마이즈드를 통해 소너스 파베르 스팩으로 제작되며 트위터에 화살촉 디자인은 DAD라 명명된 소너스 파베르의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요즘은 소리보다 더욱 중요해진 것이 디자인이다. 과거와 달리 보수적인 오디오파일들도 미적 감각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최근 트랜드는 디자인을 넘어서 디테일로 볼트 하나 보이지 않는 디자인을 최고로 여긴다. 소너스 파베르 역시 별도의 커버를 덧 씌워 이러한 트랜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올림피카 시리즈의 생산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눈으로 확인한 양만 보아도 올림피카 시리즈에 대한 반응이 괜찮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올림피카 시리즈 생산 작업장에서 좀 더 깊숙히 들어가면 오마쥬 시리즈가 생산되는 작업장이 나온다. 올림피카 시리즈의 생산 작업과 차이점이 있다면 상당한 시간을 가지고 여유를 가지고 생산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만큼 고가의 라인업이며 품질에 만전을 기한다는 내부 규칙도 있는 것 같았다.
피아노 마감도 예술적이지만 레드 / 블랙 사틴 마감은 여전히 베스트 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수 없는 락커 작업과 폴리싱 작업으로 만들어지는 최상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 마감은 지금의 소너스 파베르를 상징하는 마감이자 지금의 소너스 파베르의 유명세를 가져다 주었다고 설명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대다수의 스피커 메이커가 어려워하는 것이 출고 직전 측정하는 것이다. 전 대역에 따른 주파수 특성이 제대로 재생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이런 작업은 상당한 투자 여력이 있는 스피커 메이커가 아니라면 힘들다. 실제 드라이버 유닛 100개를 생산했을 때 재생 주파수 특성이 편차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드라이버 유닛이 존재한다.
불량률은 많지 않겠지만 그 제품이 내게 온다고 생각해 보면 제작 신뢰성에 대한 더욱 높은 믿음이 필요하다. 소너스 파베르는 가장 저렴한 카멜레온 시리즈에서부터 패키징 전 별도의 무향실 측정을 통해 하자가 있는 제품을 선별한다.
사진은 측정 프로그램이 저역대부터 고역대에 이르는 주파수까지 측정해 GOOD 또는 BAD를 판정해준다. 여기서 BAD 판정을 받는 스피커가 있냐고 질문 던졌는데 생각 외로 많다고 한다. 문제가 되는 제품들은 크로스오버 회로나 드라이버 유닛을 분석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한다.
늦은 점심을 해야 할 만큼 많은 것을 묻고 설명 들으며 움직였다. 일이 절반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에 점심 식사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움직였다. 사진은 파인 사운드 그룹의 R&D 센터이다. 소너스 파베르 본사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그 어떤 나라의 디스트리뷰터도 들어선 적 없다고 했다. 그런데.. 실수였는지나는 저곳 안에서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물론 제한적이었지만.. 아무튼 이곳에서 리비오 쿠쿠차를 만날 수 있었는데 간단히 악수를 나누면서 그와 내가 동갑이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파인 사운드 그룹의 R&D 센터로 향하는 입구. 보는 것 처럼 매킨토시, 소너스 파베르, 오디오 리서치, 와디아등의 디자인 작업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리비오 쿠쿠차의 작업실도 이곳에 있으며 그는 매킨토시의 신 모델 디자인 작업까지 맡고 있을 정도로 그룹 내에서 대단한 신뢰를 얻은 듯 하다. 재미난 사실은 그의 첫 직장은 레고였다고 한다.
리비오 쿠쿠차와 함께 점심을 나눌 수 있었다. 뭐 사실 음식을 시켜놓고 스피커 어쿠스틱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 뿐이었다. 여기서 들을 수 있었던 재미난 사실은 소너스 파베르의 25주년 기념작 Fenice는 밀라노의 건축 설계자의 손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한다. 이후 발매된 스피커부터 리비오 쿠쿠차에 의해 디자인이 이뤄졌는데 많은 사람들이 소너스 파베르 스피커의 디자인이 보기 좋은 쪽에 포커스가 맞춰졌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음향학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한다.
그간 궁금했던 내용들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리비오 쿠쿠차는 재생음이 가지는 성질과 패턴들에 대해 많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물론 그것을 실제 구현하는 것은 파울로 테촌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소너스 파베르가 강조하고 있는 라이라 쉐이프 디자인과 같은 아이디어 들이 모두 리비오 쿠쿠차의 머리 속에서 나온 것이라 그룹 내에서도 그를 크게 신뢰하는 것 같았다. 아무튼 점심을 마치고 돌아온 곳은 크로스오버 회로 제작 파트였다.
크로스오버 회로 제작은 한 사람에 의해서 이뤄졌다. 사실 모델 등급에 따른 작업자의 차등이 존재했는데 사진 속의 인물은 시니어 엔지니어로 올림피카 시리즈 뿐 아니라 오마쥬 시리즈의 크로스오버 회로를 제작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소너스 파베르는 스피커의 물리적 특성보다 중요시 하는 것이 크로스오버 회로인데 고역과 중역, 우퍼 부의 회로를 하나의 회로에 두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분리해 사용하며, 우퍼나 미드레인지의 챔버 특성을 고려해 우퍼 파트에 안티–레조넌스(공명에 의한 진동)에 대응하기 위해 에폭시를 사용하는 댐핑 기술을 적용할 정도로 세분화 된 규칙을 가지고 있다.
회로 제작은 모두 수 작업으로 이뤄졌다. 땜에 사용되는 주석(유럽에선 납의 사용이 금지 되었다)의 사용량과 시간이 일정했다.
제작 과정이 무척 궁금했다. 독특한 툴이 사용되는데 기판 위에 크로스오버 회로에 사용되는 부품들을 하나씩 올려놓았다.
이후 커버를 닿은 상태에서 회전을 시켜 부품이 닫힌 커버에 의해 고정된 상태에서 땜이 이뤄졌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재미난 사실은 오마쥬 시리즈에는 문도로프의 최상급 부품들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림피카 시리즈에는 생산 원가의 부담으로 사용되기 어려운 점을 꼽았다. 하지만 소너스 파베르는 고음질을 얻기 위해 소너스 파베르가 고안한 특별 제작한 부품들을 통해 오마쥬 시리즈에 사용되는 문도로프의 최상급 부품 수준에 가까운 부품들을 사용한다고 한다.
최근 스피커 메이커들이 과거에 절대 행하지 않았던 일이 있다면 내부 배선제의 고급화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내부에 사용되는 배선재에 대한 질문에 절대 필요하지 않다고 답변하는 메이커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수 많은 하이엔드 메이커가 자신들만의 스팩으로 제작된 내부 배선재를 사용한다. 소너스 파베르 역시 모델에 따른 특별한 내부 배선재가 사용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소너스 파베르는 크로스오버 회로에 있어 세분화 디자인을 추구한다. 탑 라인에 위치한 릴리움의 경우 무려 5장의 개별적인 크로스오버 회로가 별도로 수납될 정도이다.
재미난 광경이었다. 올림피카 시리즈의 조립을 마친 작업자들이 아마티 푸트라 스피커의 조립을 준비하고 있던 것이다. 작업장 내에 작업자들 그 누구도 여유를 부리지 못할 만큼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리비오 쿠쿠차와 점심을 나누면서 스피커 어쿠스틱 디자인에 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결정적 질문 하나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스피커 하나를 개발하는데 몇 개의 디자인을 완성하고 버려지냐는 질문이었다. 이와 관련해 직접 스케치를 보여주며 설명하겠다는 대답이 그저 립 서비스일 뿐이라 여겼는데 정말 많은 자료와 더불어 그와 디자인 작업을 함께 하는 조수와 함께 시간을 내주었다.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중 재미난 포즈까지 취해주었다.
그와 스피커 디자인이 어쿠스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릴리움에 관한 이야기였다. 후속 모델로 흐르면서 어쿠스틱 디자인의 완성도가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25주년 기념작 보다 아이다가, 아이다 보다 릴리움이 좀 더 나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너스 파베르는 유행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획기적인 재생음을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가장 어려운 것은 탑 모델을 디자인 할 때라고 했다. 실제 버려진 대부분의 스피커 디자인들은 탑 모델을 위한 것들이었다고 한다. 탑 모델의 디자인이 결정 되면 아이덴티티가 결정 되고 후속 모델들의 디자인은 자연스럽게 결정 된다는 것이다. 유일한 문제는 제한된 비용으로 어느 수준까지의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라고만 했다. 아무튼 과거 스피커 디자인 능력에서도 소너스 파베르는 대단했지만 현재 소너스 파베르 역시 그 명맥을 이어나갈 리비오 쿠쿠차의 존재가 확실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소너스 파베르의 물류 창고이다. 딱 한 장의 사진만 촬영이 허락 되었다. 많은 양의 스피커들이 쌓여 있어서 촬영하는데 애를 먹었다. 끝없이 쌓여 있는 스피커들을 보면서 그만큼 세계는 넓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은 1부에 지나지 않는다. 2부 3부까지 이어질 예정으로 카멜레온 시리즈의 제작 과정과 릴리움의 제작 과정이 디테일 하게 포스팅 될 예정이다. 참고로 릴리움은 한 개의 스피커가 제작되는데 두 명이 달라 붙어 꼬박 반나절이 필요할 만큼 복잡했다. 통상적으론 1조를 조립하는데 이틀 정도 소요가 될 정도라고 했다. 기사를 기대해도 좋다는 말로 1부는 마무리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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