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향연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현대의 아날로그란 디지털 방식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그래서 우린 아날로그를 일컬을 때 향수라는 표현을 자주 쓰기도 하는데 편의성을 앞세우는 디지털 방식에 의해 아날로그 방식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던 카메라 역시 극소수의 매니아에 의해 필름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하이파이는 다르다. LP가 다시 부활하고 노래 좀 한다는 아이돌 가수도 기념비적으로 LP를 한정 제작하고 있다. 얼마 전엔 아날로그의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영화의 OST가 한정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요즘 이런 말이 유행한다. 챠트 역주행. 사실 2010년 전/후에 들어서 턴테이블의 인기는 이상하리 만큼 전파됐다. 갑자기 10만 달러가 넘는 턴테이블이 많은 메이커로부터 등장했고 그 인기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인기는 극한의 기술이 적용된 제품 개발로 이어지고 그 영향으로 인해 TechDAS가 등장하게 된다.
결론부터 이야기해 현대 하이파이 메이커가 개발할 수 있는 가장 과학적이며 1%의 오차도 허용치 않을 정도로 견고하한 에어 포스 원이라는 턴테이블을 개발한 곳이다. 무식하다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로 보는 이로 하여금 압도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한다.
사실 TechDAS라는 브랜드 내임은 일본의 하이파이 수입사가 가지고 있다. 현 Stella Inc.가 그 주인공이다. Stella Inc.는 다르게 일본 최대 규모의 하이파이 수입사이기도 하다. 이 수입사는 니시가와 회장이 이끈다. 일본 하이파이 업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왜 TechDAS라는 브랜드를 론칭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Stella Inc.는 하이파이 임포터로써 일본 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시장과 회사 경영에 안정화가 찾아오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의 업적을 거슬러 올라가면 현재 명기 반열에 오른 마이크로 세이키의 사장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Stella라는 회사를 이끌면서도 마음속엔 마이크로 세이키의 대를 이을 턴테이블 개발에 대한 애착을 키워나갔다고 한다. 처음엔 상징적인 의미만을 갖기 위해 돈이 얼마가 들어가던 적자를 감수하고 최고의 턴테이블이라는 타이틀만 가지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TechDAS는 전 세계 24개국에 수출 중이며 TechDAS의 최대 시장은 미국이라고 한다. 그런데 밀려드는 주문에도 고정밀 기기이며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제품이라 주문 후 납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HiFi.CO.KR은 기회를 만들어 TechDAS를 취재했고 오늘 그 결과를 포스팅 하려고 한다.
TechDAS는 Stella Inc.가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데뷔작은 에어 포스 원이라는 턴테이블이다. 현재 하위 모델 에어 포스 투도 발매되어 있으며 올해 여름 에어 포스 쓰리가 발매 될 예정이다. 사진은 Stella Inc.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로써 하이파이 임포터로써의 업무와 더불어 TechDAS의 개발과 생산 인력이 상주하고 있는 곳이다.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수입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볼 수 있었다. 예상하기엔 브랜드마다 수입 담당자가 따로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 사진에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이 Stella Inc.의 니시가와 회장이다. 현재 일본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의 최대 수입원은 Stella Inc.이다 골드문트를 비롯해 수 많은 브랜드를 일본에 도입하며 성공 신화를 일궜다. 왼쪽은 수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매니저이다. 시작은 확실한 주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턴테이블 개발까지였지만 이젠 24개국에 수출하게 되면서 사업 규모는 대단히 커졌다고 한다.
간단한 미팅을 마치고 난 뒤 위층으로 올라갔다. 바로 에어 포스 원이 개발되며 제작되고 있는 현장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많은 사진의 촬영이 허락되었으나 공개할 수 있는 범위는 많이 제한적이었다. 실례가 될 정도로 많은 사진을 촬영했지만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제작사에 대한 기본적 매너다.
하고 싶은 말은 대단한 메커니즘이 결합되어 작동한다는 것이다. 기계공학의 정밀도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일본 최고의 가공 시설을 갖춘 곳에 아웃 소싱하여 부품을 공급 받으면서도 한치의 오차라도 발생하면 폐기처분 해버린다고 한다.
에어 포스 원을 조립하기 위한 파트를 나열한 사진이다. 중요한 것은 오른쪽 바디를 보라. 육중한 알루미늄 블록을 그대로 사용해 성형해냈다. 참고로 일본은 금속 가공기 기술에서도 우위에 있다. 알루미늄 가공에 있어 첫 번째 조건은 질이 좋은 알루미늄이며 정밀 가공에는 레조넌스등 예상치 못한 문제에 대한 대책이다. 이 모든 조건이 에어 포스 원을 탄생시키는 조건이 된다.
완성된 에어 포스 원과 다른 파트의 부품들이 나열된 사진이다. 부품 하나 하나를 놓고 보면 무엇 하나 트집을 잡을 수 없었다.
앞으로 소개할 사람들은 무척 중요한 사람들이다. 왜냐면 이들이 과거 마이크로 세이키의 전성기 시절 때 재직했던 엔지니어들이기 때문이다. 니시가와 회장은 마이크로 세이키의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중요한 인물들을 모두 스카우트 해 지금의 TechDAS를 완성 시켰다.
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사진의 인물도 마이크로 세이키의 엔지니어였으며 TechDAS의 치프 엔지니어이다. 이들 엔지니어의 장점은 턴테이블 제작에 풍부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나와 있는 제품들을 철저하게 벤치마킹 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에어 포스 원을 제작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 세이키에서 함께했던 엔지니어들은 니시가와 회장과 TechDAS를 통해 다시 부활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귀담아 들었던 것은 과거의 마이크로 세이키를 압도할 만한 제품이 에어 포스 원이라는 사실에 있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에어 포스 원의 중앙 몸체이다. 턴테이블은 아주 작은 진동과의 싸움이다. 이것이 강제 진동이든 레조넌스에 의한 것이든 상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무식한 방법이 사용된다. 재료와 질량의 승부이다. 전체
무게가 79kg에 육박하는데 중앙부 몸체의 섀시 무게가 가장 많이 나가는 편이다. 가공의 정밀도나 아노다이즈드의 품질은 정말 훌륭했다.
사진은 메인 플래터다. 턴테이블은 동작 원리는 간단하다. 말 그대로 턴테이블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동작을 위해서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자력으로 플래터를 떠 올릴 수 있고 공기압으로도 떠 올리게 만들 수 있다. 여기엔 서스펜션 방식이나 리지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에어 포스 원은 에어 서플라이를 통해 본체와 플레터를 단 3마이크론 간격을 만들어 비접촉 방식으로 플래터를 회전시킨다.
메인 플래터의 무게만 19kg이며 옵션에 따라 다양한 재질의 어퍼–플래터를 결합해 최대 30kg 수준의 플래터로 완성된다. 상상이 안가는 것은 에어 서플라이를 통해 단 3마이크론의 간격을 둔다는 것이다. 그러니 3마이크론에 가까운 오차만 생겨도 회전이 불가능해 지는 것이다.
사진은 전원부와 에어 서플라이 모듈이 함께 탑재된 유닛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통 에어 서플라이 방식은 탱크를 연상케 할 정도의 소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어 포스 원의 에어 서플라이 모듈은 소음이 잘 느껴지지 않을 만큼 조용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다른 메이커와 차별화 되는 가장 큰 차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에어 펌프의 안정화이다. 근본적으로 일반적인 에어 펌프는 균일한 압으로 출력되지 못한다고 한다.
이것은 부하와 상관이 있는데 에어 포스 원은 이 부하를 줄이기 위해 일종의 버퍼 유닛을 하나 더 두게 된다. 이 차이는 확실했다. 하나의 펌프에서 출력되는 압은 손으로도 느껴질 만큼 일정하지 않았다. 진동도 있었다. 하지만 에어 포스 원의 에어 펌프 회로는 진동도 없으며 무척 안정적인 압을 지속적으로 출력해 냈다. 턴테이블은 이런 미세한 차이에도 음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무척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젠 거의 모든 하이엔드 턴테이블 메이커가 채택하고 있는 석션 기능이다. 우리가 보통 LP 디스크의 음질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판의 무게를 중요시한다. 레조넌스의 직접적인 영향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이런 LP 디스크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진공 상태로 만들어 버리면 수백그램에 지나지 않는 디스크는 마치 수십키로그램의 디스크와 같은 무게감을 가지게 된다. 그렇지만 이 기술도 완성도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에어 포스 원의 석션 기술은 디스크가 완전히 압착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의료용으로 쓰이는 (심혈관 용품 제작에 쓰이는 재료) 재료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의 완성도는 석션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힘을 가할 필요 없이 1회에 끝나며 LP 디스크를 분리하기 위해 반대 작용이 필요할 만큼 완벽하게 디스크를 흡착 유지한다고 한다.
턴테이블 세팅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최대한 수평을 맞추는 것이다. 알면서도 쉽게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사진처럼 수평을 맞추는 일이다. 전체 무게 79kg짜리의 기계를 오차 없이 세팅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고안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에어 포스 원은 사진과 같은 방식을 채용한다. 사실 서스펜션 구조에 있어서 가장 좋은 것은 공기압 방식이다. 자동차의 서스펜션도 고급 세단을 중심으로 이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의 지상고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에어 포스 원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고안됐다. 이 방식은 높낮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으면서도 에어 포스 원의 무거운 본체가 바닥으로부터 다시 한번 디커플되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사진과 같은 방식으로 공기가 주입되며 공기압을 체크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에어 포스 원의 완벽한 세팅을 위해선 전문적인 인스톨러가 필요한데 보다 완성도 높은 세팅을 이룰 수 있도록 많은 부분에서 디테일을 높였다.
실제 공기 주입은 본체의 프론트에 설치된 소켓을 통해 이뤄진다. 공기를 주입은 수평눈금을 보면서 개별적으로 주입해 세팅 할 수 있으며 반대로 공기를 쉽게 사진과 같이 뺄 수도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대단한 디테일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메인 플래터이다. 에어 포스 원은 에어 서플라이에 의해 본체와 플래터 사이에 3마이크론의 간격을 두고 벨트로 구동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회전에 따라 평평도가 달라지면 마찰이 생기게 되며 30kg에 가까운 플레터가 본체와 마찰하면 모터의 힘만으론 플래터를 구동할 수 없다. 구동이 불가능해진다.
사진의 작업은 플래터의 가공 정밀도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자동차의 휠 밸런스를 보는 것과 유사하다 생각하면 된다. 차이가 있다면 휠 밸런스의 오차는 납을 붙이는 것으로 해결 가능하지만 가공이 잘못 된 에어 포스 원의 메인 플래터는 폐기 처분 된다.
니시가와 회장은 오디오파일이기도 하다. 수 많은 아날로그 디스크들이 나열돼 있다. 이 많은 앨범 들은 자신이 즐겨 듣는 음악이기도 하겠지만 에어 포스 원의 개발을 위한 소중한 디스크이기도 하다. 다른 한켠에도 빼곡히 앨범들이 정리되어 있다.
개발 및 제작 환경을 둘러본 이후 Stella Inc.의 시청실로 안내 받았다. 이곳에서 에어 포스 원을 청음할 수 있었는데 여담이지만 기존의 턴테이블로써는 불가능했던 현상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여태까지 나는 바늘을 디스크에 얹게 되면 서브우퍼의 불필요한 과도한 진폭은 필연적인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LP 디스크의 완전하지 못한 생산 완성도로 인해 정확하게 원의 중심에서 회전되지 못해 Arm의 불필요한 트래킹의 움직임이 초래하는 문제라고도 여겨왔다.
하지만 레조넌스가 완전히 사라진 에어 포스 원에선 목격하지 못했다. 또한 재생 도중 노크를 가했지만 그 흔한 하울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0에 가까운 레조넌스가 확보된 셈이었다. 질량이 크고 단지 3마이크론의 간격만큼 압에 의해 플래터가 들여지고 있을 뿐인데…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와 관련된 자료는 며칠내로 동영상으로 포스팅 할 예정이다.
시연 중인 에어 포스 원의 모습이다. 항공기 제작 수준의 수퍼 두랄루민 어퍼–플래터가 얹혀진 제품이다.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의 모터로 구동되며 하나의 모터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다중 모터 방식으로 구동되는 것이 낮은 토크를 사용해 구동할 수 있기에 진동에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플래터의 구조나 동작 방식에 따라 방법을 달리 할 수 있다. 에어 포스 원은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으로 가장 이상적인 동작을 이뤄낸다고 한다.
모터 파트에서 플래터를 회전시키기 위해 벨트가 설치되는 부분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벨트의 장력에 따라 음질이 달라지는데 여기에 대한 가이드도 쉽게 고안되어 있었다.
턴테이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전수이다. 사실 트래킹 방식은 이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첨단의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대다수의 턴테이블이 33.3rpm의 회전 수를 고정시키지 못한다. 믿지 못하겠지만 이게 현실이다. 어렵지 않은 기술이지만 턴테이블 전문가들의 기술적 영역이 다른 탓이기도 할 것이다. 에어 포스 원은 33.3rpm을 정확하게 고정시킨다. 33.3rpm을 맞추기 위해 속도를 높이거나 떨어트려 33.3rpm에 도달하면 LOCK 메시지가 표시된다.
회전수를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것은 하드 글라스 아래 설치된 센서 때문이다.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는 몇몇 메이커에서 고안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이컴 회로를 통해 모터의 스피드를 조절해 때 마다 고정시켜주는 것은 에어 포스 원의 특별한 기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하이–테크로써 이야기 할 수 없지만 턴테이블은 기계 공학의 영역에 가깝고 이런 마이컴 기술은 전자–제어이기 때문에 융화가 어려웠는지 모른다. 어쨌든 에어 포스 원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내고 있다.
니시가와 회장에게 에어 포스 원 옆에서 포즈를 취해 줄 것을 부탁했다. 사진을 촬영하면서 문득 든 생각은 니시가와 회장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난 기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 만났을 때 메커니즘적으로 대단해 보이는 물건임엔 분명했는데 과연 보수적인 이 하이파이 시장에서 어떻게 통할 것인가에 대해 궁금했었다. 그런데 만듦새 하나를 다 뜯어보고 나서 인정하는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니시가와 회장의 집무실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사실 이전에 니시가와 회장의 이름은 자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일본 하이파이 시장에서 큰 규모의 수입사를 이끌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TechDAS를 론칭 시킨 이유에 대해서는 무척 궁금했다. 그 이유를 물었는데 이건 인터뷰가 되어버렸다. 기사는 몇 주 이내에 포스팅 될 예정인데 유익한 내용들이 많다. 기대해 주셔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