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GA CLASSIC 80.2
직접 보고 놀랐다.
사진의 이미지로는 어림없는 대단한 포스였다.
지난 봄 터키 여행길, 이스탄불 블루모스크 사원에서 감동한 대리석 기둥이 떠올랐다.
동양권 건축 양식에서는 만날 수 없는 엄청난 위용이었다.
그런 시각적 완성은, 단순한 외형만으로는 불가능한 어떤 경지와도 같은 것이다.
피에가 클래식 라인은 감히 성공이라 단언한다.
소리도 듣기 전에 갖고 싶어졌다.
오랜 경험이 없어도, 공을 많이 들인 제품은 바로 알아본다.
전면의 C1 드라이버가 없다면 완전히 다른 회사 제품으로 느껴질 큰 변화였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그간의 피에가 외형이미지는 아무래도 여성적,도회적이었다.
은회색 알미늄 덩어리가 차갑게 보인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지만 피에가 사운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들어본 사람은 안다.
제 목소리를 굳이 숨기지도 고집하지도 않으면서
어느 앰프,어느 환경에서나 맑고 결고운 소리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조용히 출발한 피에가는 현재 본국 스위스 시장을 압도적으로 점유하고,
일본에서는 없어서 못 판다는 스피커 회사가 되었다.
그 성공을 바탕으로 남성적,혹은 부드럽고 따뜻한 외형을 원하는 사용자를 향한
새로운 모델의 탄생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시작되었다.
첫곡은 하이팅크 지휘,쇼스타코비치 심포니 11번 4악장.
…..나는 솔직히 심포니가 싫다.
특히 말러, 바그너,차이코프스키에는 거의 손이 가지 않는다.
지루하고, 때로는 시끄럽고…..
무엇보다 내방에서는 제 음량을 내기가 어렵다.
당연히 쇼스타코비치 심포니는 그날이 처음이었다.
B.브리튼의 진혼 교향곡이나 스트라빈스크 불새같은, 익숙한 곡들을 제쳐두고
이 낯설고 오래된 녹음을 고른 이유가 무엇일까….
선곡자는 좀 엉뚱하고 희안한 사람일 것 같았다.
음악이 시작되고 얼마인가 지나면서 이게 무슨 조화인가…..
소형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적인 여느 대형 스피커에서도 흔치 않은
엄청난 중저음이 으르렁거리며 넘실대고 일렁이다 스러졌다.
그 밀도와 무게,스케일에 소름이 끼첬다.
당연히 구동 앰프에도 공로가 있다. MBL이었다.
태초의 신전
두 기둥
그리로 신들의 오케스트라
천둥과 폭풍과 해일의 노래
포세이돈의 춤
나중에 알았지만 첫곡의 런닝 타임은 15분이 넘었다.
모두를 잊고 오직 음악에만 몰입한 사람에게는 아쉬운 시간이다.
두번째로 C,맥브라이드 베이스 연주, 다음곡은 어떤 여성 보컬곡,그리고…..
피에가의 특허같은 맑고 막힘없는 중고역의 아름다움은 더 말할 것도 없었으며….
그럴 재주도 없지만,더 이상 건조한 오디오 용어들로 그날의 감동을 전하기 조심스러워진다.
와인에 관한 용어 중에 배럴 테이스팅(Barrel Tasting)이라는 말이 있다.
오크통(Barrel)에서 익어가는 아주 어린 와인을 잠시 가늠해보는 첫 단계라 하겠다.
오디오 시연은 그와 유사하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
한병의 포도주가 제대로 익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소리까지는, 리스닝룸 환경이나 연결기기 에이징 과정등등 변수가 너무 많다.
마치 인생이 그런 것처럼…..
피에가 클래식80.2의 제원을 보면 권장 앰프출력은 20 ~ 250W,
음압은 93dB로 씌어 있으니 시중의 거의 모든 앰프가 사용 가능하다.
바이와이어링 대응이므로 멀티 앰프 재생 또한 재미있겠다.
피에가 클래식80.2는 인클로져, 사용우퍼 구경 모두 제일 크다.
옆으로 슬쩍 밀어 보았는데 꿈쩍도 않는다. ( 144Kg, per Fair )
현재 서너평 정도의 방에서 막내격인 Premium 1.2와 밀월중인 내게,이제 최종 목적지가 분명히 보인다.
Piega에는 Master One이 최고봉으로 굳건하지만,
내게 피에가 라인에서 고르라면 주저없이 클래식 80.2를 선택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일곱평 이상의 전용룸이 간절하다……
시연회를 다녀와서 기이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아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우선하여 선곡하며 가족들과 대화가 늘었다.
하루하루를 더 좋은 남편,자상한 아버지로 지내려한다.
이십여년 넘게 살던 집을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 comments
많은 느낌을 받으셨나 봅니다. 저는 아직 귀가 멍해서 그런지 C1유닛을 여러번 듣고도 주저하고 있습니다만..아직도 소유해보고 싶은 기기임에는..틀림 없습니다.사진이 안보이는게 좀 아쉽네요ㅎ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사진 올리고,여기저기 오타 수정했읍니다.어설픈 후기에 관심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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