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일이 풀리지 않고 휴식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선 담배 한 대로 만족해야 할 때가 많다. 사실 나는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철저한 계획이 바탕이 되는 여행도 있지만 일탈을 꿈꾸며 계획 없이 그냥 떠나는 여행도
있다.
그런데 나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가끔씩 나도 이런
휴식을 갖고 싶을 때가 있다. 하이파이 기기들을 너무나 만지다 보면 머리가 복잡해질 때도 있으니…. 예전엔 소리를 가지고 논하기만 했지만 이젠 다르다.. 일반적인
제품과 무엇이 다른지.. 제작자가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을지 알아내지 못하면 글에 담은 내용에 대해 곧장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글을 올리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가끔 마음이 복잡할 때 휴식처로 삶는 곳이 카메라타다. 하이파이를
피해 또 다른 하이파이 시스템이 주가 되는 음악 감상실에 가서 휴식을 삶다니… 물론 이곳 주변은 공기가
깨끗하고 경관 자체가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카메라타에는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가끔 이런 표현을 쓰는데 이곳의 공기는 무겁다. 하지만 이 분위기가
나를 짓누르지 않고 음악과 마주하게 한다. 가끔 오디오쟁이들은 소리가 좋다 또는 나쁘다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이곳엔 그걸 초월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음악과 마주하는 진지한 내 모습이다. 그러니까 카메라타는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카메라타를 운영중인 황인용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2년
전 지인의 초대로 송년회 자리였다. 사실 이전에도 카메라타에서 종종 뵈었지만 인사를 나눈 것은 그곳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어떤 마음에서였는지 최근에서야 황인용 선생님께 본인이 가지고 계신 하이파이 인생관에 대해 취재를
하고 싶다고 부탁 드렸다. 사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기회를 마련해 주셨다.
사실 이건 취재라기 보다는 사적인 대화에 가까웠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제는 역시 하이파이였다.
참고로 황인용 선생님은 현대적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으로 잠깐 입문을 하셨다가 이후부턴 빈티지라 불리는
하이파이 시스템을 운영중이시다.
많은 분들에게 참고가 되도록 잠깐의 설명을 먼저 드리자면 카메라타에는 4개의
스피커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항상 같은 스피커 시스템으로만 음악이 레코드 재생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이파이 시스템은 연주자의 성향과 마음이 묻어 나오는 법.
각기의 시스템이 황인용 선생님이 추구하는 소리의 흐름으로 연주되고 있어서 시스템간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표적인 시스템은 아무래도 웨스턴 스피커 시스템이다. 오래도록
자리를 지켰고 황인용 선생님 본인께선 4개의 시스템 스피커 시스템 모두가 소중해서 딱히 웨스턴 스피커
시스템이 카메라타의 대표 스피커는 아니라고 설명하시지만 카메라타를 찾는 모든 이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스피커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카메라타에 웨스턴 스피커 시스템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WE-15A
혼일 것이다. 여기에 555W 드라이버가 사용된다. 흔히 555 드라이버엔 555와
555W, 그리고 555W 메쉬 드라이버가 있다. 이 중 가장 으뜸으로 여기는 것은 555W 메쉬인데 전 세계 10개가 정도 남아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 귀한 드라이버이다. 현재 가격은
드라이버만 6,000만원 정도 나간다.
그 다음으로 으뜸으로 여겨지는 것이 555W인데 이 드라이버
역시 귀한 것으로 카마레타에서 만날 수 있다. 흔히 WE-15A라고
하면 극장용으로 제작된 것으로 500명 이상이 모인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혼 시스템이다. 그러니 카메라타의 넓은 공간은 WE-15A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고역에는 WE-597A가 쓰인다. 드라이버와 혼 일체형 타입이다.
그리고 우퍼는 WE-4181A가 쓰인다. 18인치 크기로 싱글 우퍼가 쓰인다. 그렇기에 예상컨데 크로스오버는
7375 제품이 쓰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이런 시스템을 운영하게 되기 까지는 정말 엄청난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 차례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황인용 선생님께 여러 가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떤 마음으로 카메라타를 열게 되셨냐는
질문을 드렸다. 여기에 대한 답은 내가 예상한 것 이상이었다.
“처음엔 음악이 좋았지요. 하지만
경제적인 부담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음악만 들었던 것 같아요. 특별히 장르를 가리진 않았어요. 왜냐면 음악 그 자체가 좋았으니깐요.. 하지만 우리 세대 사람들에게 젊은 시절은 당장 먹고 사는 것에 바빴어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생각해보니
40대 후반에 들어서 처음으로 하이파이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 같아요.
이런걸 생각해 보면 음악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결과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갖추게 된 계기도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음악과 좀 더 깊게 마주하고 싶다라는 욕구가 작용된 것이거든요. 지금도 적지 않은 나이게 내가 이렇게 하이파이 시스템에 열정을 쏟고 있는 것도 결국은 음악 때문이니깐요”
사실 하이파이란 취미를 가진 입장에선 음악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경우가 많다. 왜냐면 기계가 바뀜으로써 작곡가나 연주자가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보다는 직관적인 감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아쉬운 것은 어떤 느낌 보다는 어떻게 변하더라는 내용이 주가 될 때 일이다..
그런데 나 조차도 이런 경우가 없진 않다. 하지만 황인용 선생님의
이야기 속엔 하이파이 생활을 하면서 그간 잊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카메라타를 운영하면서 여기에 대해 단 한번도 후회가 없었다는 선생님의 이야기에도 귀가 솔깃했다. 사실 이건 내 질문이었었다..
“사람들은 카메라타에 대해서 지나친 환상을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한 것 같아요. 카메라타는 1997년 5월에 문을 열었어요. 사실 음악 감상실 겸 까페를 열게 되면서 주된
목적은 내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어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죠. 경제적인 부담이 컸습니다만, 음악이 좋았기에 지금의 카메라타를
지을 수 있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지나치게 겸손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곳을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카메라타만의 분위기나 음향 수준이 잘 만들어 진 것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표현을 합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셔서 감사하지만 원래는 음악이 좋았고 음악을 듣는 더 좋은 환경과 시간을 늘리기
위해 문을 연 것입니다.
그래서 후회는 없습니다. 그런 생각을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어요.
사실 파주는 제 고향이에요. 은퇴를 하고 아내에게 우리 고향에
가서 음악 감상실 하나 만들어서 살면 어떨까? 공기도 좋고 한적해서 좋을 것 같다고 설득했는데 이해를
해준 아내에게도 고맙죠.
요즘은 가끔 약속 때문에 외출해야 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때로는
그 시간조차 아깝다고 여겨질 때도 있어요. 저는 음악을 들으면서 책 읽는 시간이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카메라타는 단순한 음악 감상실 이상의 의미를 황인용 선생님이 갖고 계신 곳이었다. 사실 계속되는 이야기 속에서도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재미나고 유익한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황인용 선생님은 내가 뜻하지 않았는데도 불구 내게 현재 운영중인 시스템을 보여주셨다. 사진 촬영까지 더할 수 있었는데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왜냐면
누구나 자기가 애정을 갖고 완성해 나가는 시스템에 대해 쉽사리 보여주기가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진 촬영은 더욱 어려운 것이다. 자신만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실 황인용 선생님은 20년 이상 현재 시스템을 완성해 나가는데
애를 쓰셨다. 그리고 빈티지 오디오가 가지는 매력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는데 무척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내용을 회원 분들과 함께 나누자면..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많은 경험이 있었어요. 사실 기계적으로 아직까지 배워가고 있는 입장인데 이 과정에서 감탄할 때가 많아요. 예를 들면 트랜스 볼륨 같은 거죠. 현대 기술로 과연 이렇게 제작할
수 있을까? 실제 위대한 유산 같은 경우, 현대 기술로도
풀지 못하는 신비함 들이 많죠.
지금 살펴보면 입력과 출력이 똑같을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워요. 그게
이 기기가 제작된 1900년대 초반에 구현할 수 있었다니 말이죠.
빈티지 오디오에는 수 많은 장점들이 있는데 나에게 있어선 좋은 음악을 아름답게 들려주는 무척 좋은 도구들
입니다.
개인적으로 카메라타를 찾아주시는 우리 집 손님들에게 턴테이블 연주를 많이 들려드리려고 해요. 그런데 만지는게 쉽지 않다 보니 여기서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잘 만지지 않으려 해요. 그렇기에 제가 카메라타에 있을 땐 가능하면 턴테이블 연주를 많이 들려드리려고 하죠. 이게 요즘 제 인생의 재미이자 기쁨입니다.”
많은 시간 동안 자연스레 이어간 대화에서 얻을 수 있었던 주된 내용은 음악을 듣는 그 자체의 즐거움이었다. 사실 취재를 부탁 드리러 어렵게 찾아 뵌 것이었지만, 그 보다 더
큰 배움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오래도록 HiFi.CO.KR을
운영해 가면서 처음엔 무척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때론 지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황인용 선생님과 나눴던 대화 속에서 음악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곳 분위기가 궁금하신 분들에게 카메라타 직접 찾아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경기도 파주시에 헤이리에 예술마을에 위치하고 있으며 정확한 주소는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83이다.
요즘은 어느 곳에선 ‘힐링’이 주제로 떠오르곤 하는데 음악으로 가득한 곳, 카메라타가 주는 힐링을
몸소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