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L
101 X-TREME 무지향성 스피커
리뷰: 조나단 발린.
2011년 4월 11일. TAS (The Absolute Sound)
189호
지난 수 년간 난 고가의 많은 대형
스피커들을 리뷰 해왔다. 그런데 높이 약 2M, 무게 1,588 kg 에, 네 덩어리로 구성된 $250,000짜리 MBL 101 X-Treme(101-익스트림), 만큼 크거나 비싼 스피커는 없었다. 그리고 이 MBL만큼 좋은 스피커도 없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 안심된다.
왜 안심이 되냐고? 혹시 여러분이 지난 두 해의 CES를 방문했었다면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비록 최상급의 성능과 초고가를 자랑하는, 101
X-Treme 전용 기기라고 할 만한 MBL의 최상급 제품들로 구동되고 있었지만 당시 101 X-Treme 스피커의 소리는 – 어떻게 표현할까? – 아주
좋진 않았다. 정말.. 아주 좋지는 않았다. 사실, 내가 이번 봄에 독일로 향해서 MBL 사무실과 제작시설을 방문했을 때, MBL의 플래그쉽 스피커인
101 X-Treme을 리뷰 할 의향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후보에
올랐던 그 어느 스피커보다도 TAS[The Absolute Sound]의 Best Sound of Show 상을 많이 수상한 101E의 개선
버전인 101E MkII의 데뷔를 보기 위해 방문한 것이었다.
101E 스피커가 그토록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감상자가 음악을 즐길 수 있게끔
그 첫 단계를 제대로 수행하는 특이한 능력 때문이다. 101E가 다른 어떤 것을 하기 전에 (물론 다른 많은 것들을 한다), 음악이 우리에게 물리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우리를 흥분시키며 감동시킨다. 그리고 발가락으로 바닥을
톡톡 두드리게 하며 엉덩이를 씰룩 거리게 하고, 마치 허공에서 움직이는 기타리스트 (혹은 지휘자)처럼 우리의 팔과 손가락을 흔들게 만든다.
어떤 연주자나 하이파이 기기로 인해
정말로 우리가 음악에 몰입하게 되고 음악이 우리에게 파고 들 때마다, 우리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자신을 놓아버리기 일보 직전에 이르게 된다. 그것이 우리가 음악을 듣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101E 스피커는 음악을 즐길 때 바로 이런 점을 우선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이엔드 오디오 놀이 공원의 놀이기구, 즉 롤러코스터인 것이다. 비록 101E에 많은 장점이 있지만, 그 다이내믹 레인지와 스피드, 임팩트와 거대하게 전개되는 사운드
스테이지, 독특한 입체적 현장감(임장감)과 바닥으로 깔리는 저역, 그리고 볼륨을 아주 높이 올려도 어떤 억눌림이나
혼란스러운 느낌(디스토션을 말함) 없이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야 말로 (너무 높은 볼륨으로 울리는 경우가 흔한 하이파이 쇼의 전시실에서는 101E를 실제로 큰 음량으로 구동하기 한참 전에 소리가 귀를 찌르게 되니 장점이자 약점이다) 101E를 그토록 짜릿한 스피커로 만드는 주된 요소들이다.
이류
재즈 보컬이나 삼류 수준의 말러 교향곡 연주 소리를 정확하게 듣길 원하거나, 그러한 연주들이 좋든 나쁘든
레코딩 세션의 당일 날 녹음실에서의 똑 같은 연주를 듣고 싶어하는 그런 재미없는 영혼들에게는 순수 음향적인 흥분 감이 그리 큰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인간이 개발해 낸 그런 장치가 재생하는 것뿐인 스테레오 시스템이 실제 연주의
흥분감을 포착해낼 때 내 팔에 돋는 소름과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전율에 열광한다.
그런데… 내가 대단하다고 알고 있던
스피커를 대폭 개선한 버전을 리뷰 하리라는 나의 의도는 어떻게 하고 어쩌다 내가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던 스피커를 리뷰 하게 되었냐고? 뭐, 그건 나와 볼프강 멜레츠키(설명
: 무지향성 드라이버 개발자이자, MBL의 M이 그를 지칭한다. MBL은
1979년에 회사를 설립한 세 명의 엔지니어 “멜레츠키(Meletzky), 바이네케(Beinecke), 렌하르트(Lehnhardt)”의 이니셜을 따서
만든 회사 이름이 MBL이다)의 광기가 조금씩 결합된 뜻밖의
행운이었다.
일이 꼬이려고 그랬는지, 에버스발데 (베를린 외곽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 구 동독)에 위치하고 있는 MBL
사무실과 공장을 방문하기 전에 뮌헨 하이엔드 쇼에 몇 시간 동안 들르는 실수를 저질렀다. 거기서
나는 CES의 베네치아 스타일의 울림이 심한 작은 호텔 방보다 훨씬 나은 환경의 전시실에 제대로 세팅
된 101 X-Treme을 들을 수 있었다. 101E와의
차이는 굉장했다! 101 X-Treme이 재생하는 소리임을 알아차리진 못했다. 그 정도로 개선되어 있었던 것이다.
비록 여전히 밸런스(balance)가 약간 어둡고 높은 중음(upper mids)과 낮은
고음(lower treble)이 조금 지나치게 활기찬 듯 하기는 했지만 (전시실은 유리재질로 둘러싸여 있었다), CES에서 내가 들었던, 성질 고약한 여자가 큰 소리를 지르는 것 같던 모습과는 차원이 달랐다. 달콤한
음색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넓고 깊은 사운드 스테이지, 엄청난 다이내믹스(dynamics)와 놀라운 저역 및 초 고역(top treble), 그리고
무지향성 드라이버만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입체적인 중역 등 101 X-Treme은 거대한 101E 처럼 들렸으며, 음색과 다이내믹스의 온화함 그리고 이미지
포커싱과 정밀함은 보다 거칠고 흐릿한 101E가 결코 들려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베를린에 도착했을 즈음 난 결심하였다. 까짓 것, 101E는 이미 리뷰 한 적이 있으니, 이번엔 그보다 더 덩치가 큰 녀석 맛을 한 번 봐야겠다고 말이다.
물론, 101 X-Treme의 어마어마한 크기와 중량이 약간의 문제점으로 작용하긴 했었다.
101
X-Treme은 본질적으로 스피커 한 채널당 서브우퍼 타워와
서브우퍼 캐비닛이 없는 101E 스피커 시스템의 고/중/저역 부가 두 대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세 개의 유닛이 한 세트로
이루어진 라디알슈트랄러 (Radialstrahler. “무지향성”이라는 표현에 대응되는 독일어) 드라이버가 위로 향하고 있으며 다른 한 세트는 거울에 반사된 이미지처럼 위에서 아래로 향하고 있다.
아래쪽 라디알슈트랄러 드라이버들은 육중한 (약 227kg가 넘는) 베이스에 장착되어 있으며, 이 베이스는 자작나무와 황동, 그리고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진 샌드위치
구조의 구속제진제(constrained-layer sandwich)[서로 다른 소재를 결합하여 공진이
발생할 때 서로 흡수하는 방식을 이용한 댐핑 제질]로 제작되어 있다.
위쪽 드라이버 세트 역시 동일한 구속제진제로 제작된 상단 부에 고정되어 있고, 그 꼭대기에는
고품질의 다이내믹 “앰비언스 트위터(ambience tweeter)”가 숨겨져 있다. 굵직한 스테인리스 강철 버팀목과 파우더가 뿌려진 황동으로 만들어진 십자 형태의 구조물이 스피커의 상하 및 좌우
구조를 유지, 지탱하고 있다. 참고로 101 X-Treme 스피커 한 쪽의 무게는 0.5톤이다.
거대한 라디알슈트랄러 “타워” 이외에도, 101 X-Treme은 대략 2M 높이의 서브우퍼 타워 두 대가
함께 있으며 그 자체의 무게 만도 0.5톤이 넘는다. 각
서브우퍼 타워는 라커 마감된 자작나무와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세 개의 인클로저가 수직으로 쌓여있는 구조이며 견고한 소켓과 퍽으로 고정되어 있다. 각 인클로저에는 저음반사 덕트가 있고, 가운데의 인클로저에는 서브우퍼의
크로스오버 제어 장치, 그리고 서브우퍼 타워 전체를 구동하는 MBL 앰프가
장착되어 있다.
각각의 인클로저 안에는 가장자리가 매우 넓고 유연한
12인치 알루미늄 콘 드라이버 두 개가 푸쉬–푸쉬 방식(push-push
configuration)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인클로저의 좌우에 하나씩 우퍼의 전면부가
바깥쪽을 향하고 있다. 그 드라이버의 사이에는 육중한 알루미늄 막대가 있어 양쪽의 드라이버를 안정적으로
고정시키고 있으며, 공명 에너지(resonant energy)가
드라이버 상호간에, 그리고 인클로저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다. 그러니까
스피커 좌우 각각 12인치 우퍼가 여섯 개씩, 양쪽을 다
합하면 12개가 있는 것인데, 이는 상당한 양의 저역 재생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비록 101 X-Treme이 몇 개의 피스로 분리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분리된 각각의 피스 역시 아주 무겁다 (하나의 피스의 무게가 대략 136~227
kg 정도 나간다). 나는 유르겐 라이스 (설치를
돕기 위해 독일에서 온 101 X-Treme의 디자이너)와
데이비드 알렉산더 (MBL의 미국 디스트리뷰터 사장)와 함께, 지구 상에서 가장 힘이 센 세 사람 (신시내티의 이삿짐 운송 회사인 Elam and Sons의 피아노 운반가들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http://www.hifi.co.kr/?mid=news&page=30&document_srl=570772
링크 참조)의 너무나 귀중한 도움을 받아 101
X-Treme을 고층에 자리한 내 리스닝 룸으로 간신히 올렸다.
101
X-Treme의 조립이 끝난 후 유르겐 라이스는 스피커의 위치를
잡고 난 뒤 방향을 조정했다. 이러한 작업은 이틀 동안 진행되었는데,
라디알슈트랄러 및 서브우퍼 타워의 물리적 위치에 대한 크고 작은 조정이 빈번히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12개의 라이달슈트랄러 드라이버와 라디알슈트랄러 타워 맨 위에 있는 두 개의 앰비언트 트위터 각각의 제어 장치
조정, 그리고 게인 (gain)과 그룹 딜레이 (group delay, 위상 phase) 그리고 서브우퍼 타워의
양호도 (Q)의 미세 조정 작업도 이루어졌다. (서브우퍼와
라디알슈트랄러 간의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기울기(slope) 18 데시벨/옥타브의 100Hz 부근으로 고정되어 있으며 변경할 수 없다)
101 X-Treme은 매우 크고 일반적인 스피커와 달리 무거우며 극도로 복잡한 스피커 시스템으로서, 설치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101 X-Treme을 (독일) 어른의
감독 (그리고 물론 Elam 형제들) 없이 설치하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일전에 TAS에서 기고했듯 101E가 욕조에 있는 R2D2(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처럼 생겼다면, 조립이 완성된 101 X-Treme은 미국의 천재적인 발명가이자
과학자인 니콜라이 테슬라의 집에 있는 정글짐 같이 생겼다. 어느 농담 잘하는 방문객이 말했듯이, 좋든 싫든 101 X-Treme의 디자인이 독특한 것은 분명하다. 이만큼 극도로 멋진 최첨단 대형기를 내가 뮌헨에서 대략 들었던 적이 있는 소리, 말하자면 101E보다 더 크고 나은 소리를 들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내 예상은 빗나갔다.
이제 솔직히 말해야겠다. 여러분이 CES에서 들었을지도 모를 101 X-Treme 소리에 대한 모든 것을 잊어라. 난 그래야만
했다. 내가 이 스피커에 대해 쓴 모든 글들을 (조금 전에 CES에서의 형편없었던 소리와 뮌헨에서의 빼어난 소리에 대해 썼던 것도 함께)
포함하여 여러분이 읽었던 그 모든 것을 잊어 주시라. 난 그래야만 했다. 아주 솔직하게 말해서, 이번의
101 X-Treme은 내가 이때까지 들어본 그 어느 스피커보다도 놀라운 최초 청취(first
listen) 경험을 안겨주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101 X-Treme은 내가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소리를
들려주었다.
우선, 101 X-Treme이 내가 예측했던 것보다 밸런스가 훨씬 더 중립적이어서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은 아직도 여전하다). 어둡다거나 지나치게 농염하다거나, 혹은 경직되어 거칠다거나 쏘는 듯한 고역 또는 과도하게 부푼 저역 등 내가
CES에서 들었던 것을 바탕으로 101 X-Treme으로부터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남 몰래) 예상하고 있었던 매끄럽지 못한 주파수 응답 특성(frequency response)은 전혀 없는 듯 보였다. 정말 101 X-Treme과 비슷한 소리를 들려준 스피커를 꼽으라면 Magico
Mini II 정도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
스피커는 확실히 그리고 인상 깊을 정도로,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전혀 예상 밖의 (적어도 내게는) 채색되지 않고 왜곡되지 않은, 그리고 “평탄한” 소리 특성을 보여주었다.
물론, 라디알슈트랄러 스피커들은 언제나 통 울림이 없고 (인클로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개방적이며 광활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101E는 결코 밸런스가 진정으로 중립적이라고 할 만한 스피커가
아니었다. 이 101 X-Treme 이야말로 바로 그런 스피커였다. 심지어 소리는 101E 보다도 더욱 크고 더욱 개방적이며 더욱 광활했으며, 그 차이도 적지 않았다. 게다가 다이내믹 레인지와 스케일감도 그야말로
놀라운 것으로, 정말 실제 연주를 방불케 하는 스피드와 타이밍, 심지어는
악기들의 (대형 드럼이나 퉁겨지는 베이스 기타 같은) 임팩트는
일반 가정에서 실감나게 재현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와 동시에, 보컬과 기타 및 피아노와 현의 (여러분과 함께 리스닝 룸에 있는
듯한) 임장감은 101E의 스케일을 이제 하나의 디오라마(박물관 등에 있는 소형 입체 모형)처럼 만들어 버린다.
기쁘면서도 혼란스럽기도 했던 나는
유르겐 라이스와 데이비드 알렉산더가 떠난 뒤에, 혹시 내가 101
X-Treme가 재생하는 소리의 중립성에 대해 내 자신을 속이고 있나 싶어 RTA(리얼
타임 아날라이져로 실시간 분석을 말함)를 해보았다. 결과를
보니 내가 그런 바보짓을 하고 있진 않았다. 여기에 그 RTA의
결과에 대해 설명하겠다. 분석은 음향 측정 마이크와 Liberty
Instruments의 Praxis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내 리스닝 룸에서 이루어졌다.
이것이 어느 정도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20Hz에서 14kHz 사이의 주파수
응답은 이때까지 내 리스닝 룸에서 측정한 그 어느 스피커보다도 (Magico Mini II를 포함해서!) 평탄한 특성을 보여 주었다. 101 X-Treme의 워터폴–임펄스 분석 도표들(waterfall and impulse plots)[스피커나
실내공간의 음향을 측정 분석하여 그 특성을 삼차원적 그래프로 나타낸 것. 역자 주] 역시 훌륭했다. 비록 이런 도표들이 내 귀에 들리는 101 X-Treme의 소리를 어느 정도 재확인시켜주는 것이기는 했지만, 내가
인상 깊게 생각했던 점들은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했다. 101 X-Treme은 다른 라디알슈트랄러
스피커와 마찬가지로 그 어떤 측정수치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소리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다음편에 계속…